지금이 제철입니다
박길영 지음 / 온유서가 / 2021년 9월
평점 :
절판


너무나 괜찮은 책을 만났다. 정말 오랜만에 느끼는 기분이다. 에세이를 읽고 마음의 위로를 받았다.

책 표지도 참 예쁘다. 작고 얇은 이 책은 일본의 문고판을 떠오르게 한다. 쉽게 후루룩 면발을 올리듯 읽었지만 생각할 거리가 많았다.

작가가 궁금해졌다. 짧게 프로필에 적혀 있었지만 이런 글을 쓰는 사람이 궁금해져서 그의 이름을 찾아봤다.

젊은 농부. 우연히 너목보라는 프로그램에 출연하게 되었고, 실력자로서 어느 가수와 닮을 꼴로도 유명해진 사람이었다.

그런데 이 분을 따라 올라온 영상들이 많았다. 크리스천이었다. 그리고 어느 교회의 전도사님이란다. 역시.. 영혼의 내공이 있는 사람이었구나.

이 분의 간증 프로그램도 보게 되었다.

젊은 나이에 농사를 짓게 된 것도, 프로그램에 출연하게 된 것도, 그 후 간증 프로그램에까지 나온 이 모든 것이 하나님의 계획이었음을 들으면서 알 수 있을 것 같았다. 살면서 꽤 많은 실패를 한 사람이다. 원하는 대학도 아니었고, 원하는 학과도 아니었다. 본인이 가고 싶은 신학 대학에는 수도 없이 떨어졌다고 한다. 동생의 권유로 농사를 시작하게 되었지만 결국 이것도 하나님의 계획이었던 것이다.

그는 농사를 지으면서 삶을 다시 살게 된 것 같다.

그의 글에는 성경의 메시지가 있다. 성경 한 구절도 없지만, 그의 메시지는 성경 구절을 담고 있어서 그의 책에는 성경의 향이 났다.

그래서 내가 더 끌렸는지도 모르겠다. 매우 짧은 글이지만 그 여운은 오래갔다.

책 표지를 덮으면서 이 책이 너무나도 예쁘게만 느껴졌다. 단지 디자인적인 면만은 아니었다.

그의 글에는 자연을 담고 있으면서도 그 안에서 오랫동안 묵혀져 있는 그의 묵상이 느껴졌다.

젊은 농사꾼으로만 쓴 책이 아니라 하나님의 사람으로 자신의 삶 속에서 느껴진 하나님의 섭리에 대해서 알 수 있도록 했다.

그래서 나는 이 책이 참 좋았다. 그리고 주변에 믿지 않는 친구들에게도 추천해 주고 싶다.

지금이 제철이라는 말을 나도 주변 사람들에게 꼭 해주고 싶다.

< 내 마음의 한 줄>

인생이 그런 것 같습니다. 계획한 대로 하나하나 심겨지고 열매를 맺는 경우도 있지만, 생각지도 못한 어느 날 바람이 불어와서 어딘가로 나를 이끌어, 그곳에서 아름다운 꽃을 피우는 것처럼 말이죠.

단단히 굳어 있는 땅 자체로는 씨앗을 받아들일 수 없는 것처럼, 과거에 갇혀 있는 사람에게 새로운 기회라는 씨앗이 자리 잡을 수 없다. 아니, 용기 내지 않으면 새로운 삶을 심을 기회조차 생겨나지 않는다. 변화를 원하는가? 그렇다면 싹 다 갈아엎을 용기를 가져보자. 용기를 가진 것만으로도 이미 변화는 시작되고 있는 것이다.

어느 작물을 심더라도 식물이 커 가는 과정은 대게 비슷하다. 물론 가끔은 씨를 뿌렸음에도 싹이 나지 않는 경우도 있다. 그럴 때는 더 많은 씨를 한곳에 뿌려주면 된다. 그러면 그중 몇은 반드시 싹을 틔운다. 그렇게 잘 자라난 싹에 물을 주고, 거름을 주면 점점 더 크게 자라난다. 결국 씨를 뿌리지 않으면 아무것도 자라지 않는다. 땅을 다진다. 흙을 덮는다. 물을 준다. 씨를 뿌리지 않으면 이 이후의 어떤 과정도 기대할 수 없다. 수확의 기쁨을 누리기 위해 우리는 반드시 씨를 뿌려야 한다.

삶이 그렇다. 어떤 것이든 도전하면 이야기가 된다. 도전의 성공뿐만 아니라 실패 또한 이야기가 되고, 오히려 실패의 이야기는 누군가에게 위로가 될 수도 있다. 실패해도 괜찮다. 원래 세상은 성공만 있는 건 아니니까. 성공만 있는 세상에선 성공도 의미가 없다. 실패가 있기에 성공도 의미가 있으며 실패는 늘 그렇듯 성공으로 가는 과정일 뿐이다.

대게 사람들은 실패는 감추어야 하고, 버려져야 할 배추의 겉껍질 정도로 생각한다. 하지만 내게 있어 실패한, 속이 꽉 찬 배추가 될 수 있게 도와준 소중한 경험이었다. 또한 실패라는 경험이 거름이 되어 나의 인생이라는 거대한 밭에 귀한 양분이 되어 주었다. 인생의 실패를 늘려보자. 그만큼 내 안에 속이 꽉 찬 경험들이 생길 것이다. 인생의 실패를 늘려보자. 그만큼 내 인생 밭이 기름지게 변할 것이다.

곁에 있어 소중한 것들의 의미를 그것의 부재에서 찾게 된다. 목마름 속에서 물의 감사함을 알게 된다. 배고픔 속에서 밥의 맛있음을 알게 된다. 외로움 속에서 친구의 소중함을 알게 된다. 우리가 어떤한 길에서 무언가에 대한 소중함을 깨닫게 되다면 당연하다는 말을 지우고 기억해 놓기를 바란다. 이 마음을 간직하고 물 한 모금을 마셔야겠다.

무엇이든 자라나기 위해서는 '심는다'의 첫 과정이 반드시 필요하다. 시작하지 않고 생각에서 멈추면 아무것도 일어나지 않는다. 그러나 씨앗이 땅과 만나는 순간 생명이 만들어진 것처럼, 우리의 생각과 계획이 '실행'이라는 땅과 만나면 아주 작았던 생각은 엄청난 열매를 맺기 시작한다. 툭 던진 생각 하나하나가 실행이라는 땅을 만나 자라나는 것이다.

우린 가끔 어떠한 일에 대해 나만의 상상 속 호랑이를 만들어 낸다. 상상 속의 호랑이는 점점 커져서 혼자서는 도저히 이겨낼 수 없도록 만든다.

'그 녀석이 나를 싫어하겠지.'

'이건 너무 어려워서 나는 못할 거야.'

이런 생각들이 나를 지배하기 시작하면 그때부터는 부정적인 감정의 호랑이가 나를 억누르기 시작한다.

지나온 날을 한 번 돌아보자. 과연 우리가 걱정하고 가슴 아파했던 일들이 정말 세상 무너진 듯 겪어 내기 어려운 일이었는지, 그럴 가치가 있었던 것인지. 아마 일부는 그럴 테고, 대부분은 아닐 것이다. 조금 더 천천히, 조금 더 멀리, 넓게 보자. 삶 속의 실수들이, 아팠던 일들이 나를 더욱 단단하게 만들었을 테니까.

하지만 24시간이라는 하루는 어떤 바람이 불어오더라도 그 하루가 가지는 의미는 변하지 않는다. 결국 그 하루를 어떤 마음으로 보낼지는 내가 어떻게 생각하는지에 따라 다르게 흘러간다. 결국 그날의 행복과 불행을 만드는 건 나의 몫인 셈이다. 그러니 타인의 말과 행동으로 인해 소중한 나의 하루를 망치지 않았으면 좋겠다.

오그 만디노의 명언이 떠오른다.

"사람들은 화창한 날씨를 고대하지만 매일 날씨가 좋으면 사막이 된다." 우리는 늘 행복하기를 바란다. 아무 일 없기를 바라고 좋은 일만 가득하기를 바란다. 매일이 좋은 일로만 가득하다면 정말 행복할까? 오히려 우리는 부족함 속에서 더 감사함을 찾는다. 배가 고파봐야 음식이 맛있고 소중하다는 걸 깨닫는 것처럼.

멀리서 보이는 모습을 전부라고 착각하지 말자. 푸른 하늘 속에는 견뎌야 하는 햇볕이 있고 황금 들판 속에는 걸어야 하는 흙길이 있고 시원한 바람결에는 축사의 향이 섞여 있다. 누군가의 황금 들판을 부러워하기보다는 내가 가진 황금 들판을 만들어가는 것이 중요하다. 그리고 그 들판 안에 숨겨진 햇빛과 흙과 냄새가 내가 견딜 수 있는 것이라면 그것은 내게 가장 잘 어울리는 곳이 된다.

스스로 힘겨운 시간에 맞서 싸우지 않으면 성장할 수 없다. 매번 힘겨운 순간에서 도망치고 피하기만 한다면, 마음의 뿌리는 깊게 자라나지 못한다. 결국 작은 시련에도 쓰러질 수밖에 없게 된다. 피할 수 없고, 도망칠 수 없는 힘듦이라면 그 힘듦에 피하거나 맞서기보다 받아들여보자.

아주 작은 일은 누구든 쉽게 할 수 있다. 무엇이든 점점 규모가 커지면 책임과 실패의 리스크도 함께 커진다는 걸 명심해야 한다. 이것이 우리가 늘 배우고 겸손해야 할 이유이다.

목소리가 당신의 전부가 아니듯, 직업이 당신의 전부가 아니듯, 외모가 당신의 전부가 아니듯 다른 사람이 생각하는 나도 전부가 아니다. 당신은 당신이 정의 내린 사람이다. 그것이 당신이 보는 온전한 당신인 것이다.

우리는 다를까? 지금 내가 느끼는 나의 모습이 전부일까? 아직 피지 않았을 뿐, 내가 보지 못하는 수많은 꽃들이 내 속에 자리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다 자라기 전까지는, 예쁜 꽃이 피어나기 전까지는 처음의 모습만을 가지고서 그게 어떤한 식물인지 알 수 없다. 그러니 우린 아직 다 자라지 않았고, 많은 것들이 울퉁불퉁하고 미숙할 수 있다. 언젠가 점점 시간이 지나면서 알게 될 것이다. 내 안에 예쁜 꽃이 있었음을. 때가 되면 곧 피어날 것이다. 나만의 아름다운 꽃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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