꽤 괜찮게 살고 있습니다 - 하루하루가 쾌적한 생활의 기술
무레 요코 지음, 고향옥 옮김 / 온다 / 2020년 6월
평점 :
절판


이 책을 읽는 내내 '밀라논나'가 생각이 났다.

일본 비혼 주의 할머니의 삶. 어제 비혼 주의 30대 초반의 젊은 여성들의 책을 봤다면

이제는 60대(?)가 넘은 일본의 비혼 주의 할머니의 삶을 엿보았다. 이 책은 매우 잔잔하다.

한 일본 할머니의 브이로그를 본 느낌이다.

누가 이런 것을 궁금해할까? 하는 자질구레하다 못해 삶의 구석구석을 아주 잘 글로 옮겨놨다.

요즘 내가 보고 있는 유튜브 채널이 '밀라논나'의 채널이다.

우연히 보게 되었는데, 알고리즘이 자꾸 할머니의 채널로 나를 보게끔 한다.

보면 딱히 뭐가 없는데... 자꾸 보게 된다.

비혼은 아니다. 결혼도 했고 아들 둘이 있는 할머니다. 다만 할머니는 젊었을때 처음으로 우리나라에서 밀라노로 유학을 간 해외 유학파이고,

올림픽 입퇴장시 입었던 옷들을 만들었던 사람이다. 그 외 우리나라에 해외패션 브랜드들을 많이 론칭해 온 능력자였다.

그런 분이 현역에서 은퇴하시고 지금은 이태리와 한국에서 반반씩 살면서 노후의 삶을 멋지게 살고 계신다.

할머니의 삶을 보면 아주 단조롭다.

아침에 일어나는 일상, 저녁에 자기 전의 모습들. 평소의 생활. 그리고 할머니 가방 속 물건들.

그 외 할머니의 전공을 살려서 사람들에게 예쁜 옷을 권해주고 올해 트렌드에 대해서 쉽게 설명해 주는 할머니의 이야기.

차분하면서도 조근조근 이야기해 주시는데...

우리 할머니였으면 좋겠다... 하는 생각이 든다.

저런 할머니가 옆에 있으면 좋을 거야 하는 생각으로 아미치들이 보고 있지 않을까?

일본 할머니의 삶도 비슷하다.

한국에서도 잘 알려진 '카모메 식당'이라는 영화를 보면 잔잔하면서도 여운이 있다.

그 영화를 쓴 작가님이다. 그녀의 책도 딱 카모메 식당 스타일이다.

지금 쓰고 있는 제품들. 왜 그 제품을 쓰게 되었는지 브이로그 촬영하든 천천히 글로 표현했다.

묘한 매력인데, 자꾸 읽게 된다.

궁금하지 않으면서도 뒷부분을 읽게 된다.

어떻게 샤워를 하는지, 60세 이후의 삶은 어떤지, 늙은 고양이 집사로의 삶은 어떤지 조근조근 친구에게 이야기하듯

독자에게 이야기하는 책이다.

밀라논나의 영상처럼 할머니가 주변 친구들에게, 아니면 뒤따라 오는 후배들에게 편하게 자신의 이야기를 해준다.

밀라논나의 영상이 수백만 번 클릭된 것처럼 이 책도 많은 사람들에게 그렇게 읽혔을 것 같다는 생각을 해 본다.

이제는 사건사고 등 큰일들이 아닌 내 주변의 실제 일들을 잔잔하게 엮어놓은 이런 책들이 많이 선택받는 것 같다.

자꾸 밤에 자기 전에 할머니의 차분한 목소리가 듣고 싶어진다.

누군가 설교하는 것이 아니라 할머니의 삶은 이랬어.라고 진짜 할머니가 이야기해 주는 것처럼...

포근하게 느껴진다.

어쩜 우리에게 진짜 필요한 것은 이렇게 편안하게 기댈 곳이 아닐까?

코로나 4단계로 힘들어진 지금... 불볕 더위로 힘들어하는 요즘...

할머니의 소소한 이야기를 듣고 싶어 하는 우리들의 마음을 잘 읽어주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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