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 개의 밤, 어제의 달 - 언젠가의 그 밤을 만나는 24개의 이야기
가쿠타 미쓰요 지음, 김현화 옮김 / 티라미수 더북 / 2021년 2월
평점 :
절판


우와~ 밤이라는 주제를 가지고 이렇게 다양하게 쓸 수가 있을까? 소설책처럼 느껴지는 제목이었으나 읽어보니 소설책이 아니라 에세이집이다.

작가는 여행을 하면서 낯선 곳에서 수많은 밤들을 보냈다. 그러면서 그 밤들에 대한 이야기를 그때의 상황과 기분으로 표현했다. 덕분에 나도 수많은 밤을 느낄 수가 있었다.

덕분에 작가와 함께 여행한 느낌이 들었다. 나 또한 해외여행을 다니면서 수많은 밤들을 보냈다. 그때의 그 느낌들이 이 책과 더불어 다시 떠오르게 되어서 좋았다. 홍콩에서의 밤, 일본에서의 밤, 말레이시아에서의 밤이 다 달랐다는 것을 이 책을 읽으면서 다시 새롭게 느끼게 되었다. 지금보다 훨씬 젊고 어렸던 그 시절의 밤은 지금의 밤과 달랐다. 그때 그 기분들을 기록해 놨다면 아마 이 책과 비슷한 에세이가 되지 않았을까 생각해 본다.

작가의 책 속에서는 유난히 술 이야기가 많이 나온다. 술을 마시고 아무도 모르는 곳을 휘청이며 걷는 이야기를 읽을 때는 왠지 나도 그녀와 함께 휘청이며 그 길을 걷는 느낌이었다. 나 또한 어릴 적 그런 추억이 있었기 때문에 공감했고, 그때 느꼈던 바람이며 시원했던 공기, 아무도 없는 길이었지만 무섭다고 생각이 들기 보다 그냥 내가 그곳에 있다는 사실이 참 좋았던 그때가 생각났다. 세포 하나하나가 기억을 하듯 새삼스레 그때의 기억들이 떠올라 책을 읽으면서 기분이 좋아졌다.

해설 부분에서도 술 이야기가 나온다. 작가는 분명 술을 좋아하는 사람인가 보다. 아마도 그녀의 후배쯤 되는 분이 쓴 것 같은데 첫 이야기가 술자리에 있었던 일이다. 후배들을 불러다 집에 있는 좋은 와인들을 마시며, 맛있는 음식까지 대접하며 왔다 갔다 하는 그녀의 모습을 상상해 봤다. 작가를 생각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장면이었기에 그 이야기를 썼을 것 같다. 아마도 후배는 이렇게 사람 좋은 그녀가 쓴 글을 이야기하고 싶었던 것이다.

그녀의 수많은 밤 이야기에서 모르는 여행지에서 만난 사람들과 지낸 이야기들이 나온다. 왕자님 같은 사람을 만난 이야기며, 잘생긴 남자 배우와의 만찬 이야기를 하면서, 읽는 우리에게도 설렘을 주었다. 혼자 하는 여행의 맛을 덕분에 느낀 것 같다. 아직 혼자서 해외여행을 가 본 적은 없다. 같이 가서 따로 여행지를 돌아본 적은 있지만 오롯이 혼자서 전혀 모르는 곳에서 모르는 사람들과 밤을 지새워본 적은 없다는 것이 조금은 아쉬웠다. 그녀 덕분에 나도 설레는 밤을 보내본 것 같다. 나의 이야기는 아니었지만, 작가와 함께 수많은 밤을 보낸 느낌이 들어서 이 책을 다 읽고서는 흐뭇하게 미소 지을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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