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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통의 언어들 - 나를 숨 쉬게 하는
김이나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20년 5월
평점 :
구판절판
보베스트셀러는 이유가 있다. 유명 작곡가가 쓴 글이라서 그리고 그 글이 읽기가 편해서, 라디오를 듣다가 팬이 되어서, 그녀의 글이 좋아서, 그녀가 예뻐서 등등 많은 이유가 있을 것이다. 예쁜 사람이 글도 잘 쓰고 말도 잘한다. 이럴 때 보면 하나님은 공평하지 않으신 것 같기도 하다. 그녀에게만은 다 주신 것 같은 그런 느낌이다. 작사가로서 방송인으로서도 꾸준하게 사랑받고 있는 그녀이다.
작사가라는 섬세한 직업 탓인지 그녀는 정말 보통의 언어들을 보통이 아닌 언어들로 만들었다. 보통이 아닌 이유들을 붙여줬고, 그때부터 그 언어들은 이유를 가진 특별한 언어가 된 것 같다. 우리는 보통의 사람들이다. 하지만 나를 사랑해 주는 한 사람 덕분에 특별한 사람이 되기도 한다. 그 사람은 나에게 사랑받는 이유를 붙여준다. 나는 그저 그랬던 사람이었는데, 그 이후로 진짜 보통이 아닌 사람이 돼버렸다. 스페셜 한 사람으로 다시 태어나게 된 것이다. 이렇게 우리의 관심은 보통의 언어, 보통의 사람들을 더 이상 보통으로만 머물러 있지 않게 하는 힘이 있는 것 같다.
잔잔하게 들려오는 그녀의 목소리가 들려오는듯하다. 책도 주인을 닮아간다. 책 표지부터 내용까지 그녀를 닮았다. 평범해 보이지만 절대로 평범하지 않은 것처럼 느껴진다.
나도 언젠가 라디오를 해 보고 싶다. 이유는 그녀와 같다. 카메라보다는 조금 더 자연스럽게 나의 모습을 드러내고 함께 소통할 수 있을 것 같아서이다. 이미 내가 하고 싶은 거, 이루고 싶은 것들을 다 이룬 그녀이기에 멋지게 느껴진다. 앞으로도 더 좋은 글. 가사 많이 써주시기를... 나도 그녀의 팬으로서 기대해본다.
<다시 읽고 싶은 글귀>
내가 라디오 DJ를 꿈꿨던 이유도 라디오는 카메라보다는 좀 더 자연스럽게 나의 모습을 드러내고 함께 소통할 수 있을 거 같다는 생각에서였다. 듣다가 별로라 채널을 돌려 버리는 사람들이 수없이 존재하겠지만, 꾸준히 함께해주는 사람들은 나의 삐뚤빼뚤한 모양을 보고도 같이 웃어주는 사람들이다. 방송인 동시에 이럴 수 있는 곳은 라디오가 유일한 것 같다. '대충 미움받고, 확실하게 사랑받자.' 미움받을 용기까지는 없는 사람들에게 권하고 싶은 나의 인생관이다.
더 사랑하는 쪽이 불리한 게 사랑 같다는 말을 듣거나, 느껴본 적이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래 보이는 문제의 원인은 사랑의 크기가 아닌, 현재의 연애를 간섭하는 과거의 망령에게 주로 있다. 그 망령이 권력을 쥘수록, 의심과 오해는 커진다. 의심에서 비롯된 삐걱거림은 현상만 놓고 보면 마치 '내가 더 사랑한 게 문제'인 것 같다. 뒤만 보고 달렸기에 그렇게 된 원인은 잘 보이지 않는다.
'결혼도 했는데 왜 외롭냐'는 질문을 하는 사람은, 나를 정말이지 한없이 외롭게 만든다. 나에게 외로움은 반드시 채워져야 하는 결핍이 아니다. 오히려 오롯이 내게 집중할 수 있는 소중한 감정이다. 삶이 무대라면 앞서 언급했던 소란스럽다는 말은 관객의 입장에서, 즉 객관적이어야 할 수 있는 말이다. 무대의 주인공이었다가 내려왔을 때 비로소 내가 무대 위에서 소란스러웠음을 알 수 있듯이, 외로움은 무대 위도 객석도 아닌 무대 뒤에서 느끼는 감정이다. 수많은 역할로 존재하던 내가 아무 장치 없이 혼자임을 느낄 때 만나는 감정. 오랫동안 감당할 수 없는 감정임에 틀림없지만 우리는 가끔 이런 시간이 필요한 게 아닐까.
수많은 무안한 순간들에도 불구하고, 내면의 유난스러움을 지켜준 나에게 새삼 고맙다. 보통 유난스러운 게 아닌 덕이었는지, 수치심에 취약한 나임에도 불구하고 꺾이질 않았으니 얼마나 다행인가. 그런 나의 성향이 결국, 작사가 되는데 큰 몫을 했을 테니 말이다. 생각건대, 유난스럽다고 지적받은 적이 있다면 그 부분이 바로 당신을 빛나게 해줄 무언가일 것이다. 그러니 유난스러운 자들이여, 온 힘을 다해 스스로의 특별함을 지키자.
그런데 가끔 내가 너무 잘해서 성공한 기분이 들 때가 있어요. 그것의 함정이 뭐냐면, 일이 잘 안 풀렸을 때 다 나 때문인 것 같더라고요. "내가 이번 가사를 이상하게 써서 그런 거 같아" 하고 속상해했더니 남편이 의외의 조언을 해주었는데 "그것도 어떻게 보면 일종의 오만이야" 하는데 너무 위로가 됐어요. '그래 맞아. 내가 하나 못했다고 큰일이 되고 말고 할 게 아니지.' 그 이후로 뭘 해도 내 탓을 심하게 하지 않고 잘 됐을 때도 너무 오만해지지 않고 적절하게 파도 타듯이 살아가게 된 거 같아요.
음악은 때로는 마법 같아요. 그냥 집 앞에 빵 사러 나갔다가 들어오는 중에 너무 좋아하는 음악이 흐르면 제 앞의 장소가 뮤직비디오가 되어버리거든요. 별거 없는 내 하루가 그 한 곡으로 인해, 영화처럼 변하는 거예요.
저도 처음엔 위로를 준다고 함은 자고로 더 나은 것을 이야기해야 한다고 생각했었거든요. 하지만 사람들은 그게 아니라 때로는 가사가 내 이야기로 받아들여질 때, 그래서 힘들어하는 가사 속의 화자가 자신들과 다름없음을 이야기할 때, 거기서 더 위로를 느끼더라고요.통의 언어들 _ 김이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