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심과 열심 - 나를 지키는 글쓰기
김신회 지음 / 민음사 / 202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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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김신회 작가의 글을 좋아한다. 사적인 감정이 많이 들어갔는지도 모르겠다. 신회 작가의 개그코드가 나에게 정말 잘 맞았던 기억이 있다. 그녀를 통해서 에세이를 알게 되었다. 계속 그녀의 책을 찾아서 읽게 되고, 또 예쁘게 모아서 내 책장 한곳을 장식하고 있다. 여린 마음도 좋고, 꾸준하게 계속 글을 쓰는 그녀의 성실함이 좋다.

일상의 모든 것이 글의 소재가 되는 에세이는 쓰는 사람에게 삶을 더욱 진지하게 살게 하는 것 같다. 조금 더 깊게 관찰하게 되고, 깊게 생각하게 된다. 에세이의 매력은 대단하다. 소리 없이 내리는 가랑비처럼 그 매력에 빠지면 한동안 에세이만 읽게 되는 것 같다. 에세이가 좋은 이유는 우리 주변의 소재거리도 좋고, 일상에서의 느낌, 다르게 느끼는 감각들이 나는 개인적으로 참 좋았다.

같은 모습을 보고 다르게 표현한다는 것이 좋고, 일상이라는 소재가 참 좋은 것 같다. 느낌으로 말하면 오후 5시쯤 느껴지는 노을 같다고나 할까? 유독 추운 요즘 빨리지는 해가 아쉽게 느껴질 정도로 오후 5시쯤 되면 하루가 저미는 것 같다. 그때 따뜻한 곳에서 배 깔고 누워 읽기 딱 좋은 책이 에세이인 것 같다. 부담 없이 읽어내려갈 수 있고 따뜻한 느낌을 공감할 수 있으니까... 그게 참 좋다. 아마도 당분간 에세이 위주로 책을 읽을 것 같다.

신회 작가 계속 글을 써줬으면 좋겠다. 지금은 까마득하게 잊혀진 교회 언니지만, 여전히 나는 그녀의 팬이고, 팬심으로서 아주 오랫동안 그녀의 글을 읽고 싶다.

< 다시 읽고 싶은 글귀>

모든 작가에게는 좋은 글을 쓰고 싶다는 소망이 있다. 어떻게 하면 좋은 글을 쓸 수 있을까? 타고난 재능, 영감 같은 것도 필요하겠지만 일단은 많이 써야 한다. 많이 쓰면 그만큼 건진다. 물론 이상한 글도 많이 나오지만 좋은 글이 나올 가능성도 커진다. 열 편을 쓴 사람과 백 편을 쓴 사람 중 누가 더 좋은 글을 많이 완성할까. 당연히 후자다.

그저 나에게는 늘 얼굴 피부와 똑같은 가면을 쓰고 다니며, 자신이 그렇게 살고 있다는 것을 누군가에게 고백하고 싶어 안달이 난 주인공이 등장하는 소설을 쓴 적이 있다는 기억만 남아 있다. 하지만 그 경험을 통해 얻은 게 있다. 모든 작가에게는 독자가 필요하다는 것. '그래도 안 쓴 것보다는 쓴 게 낫잖아?'라는 깨달음. 그 생각은 여전히 나를 지배한다. 안 쓰는 것보다는 쓰는 게 낫고 쓴 글을 혼자 보는 것보다 누군가에게 보여 주는 게 낫다는 것. 거기서부터 시작되는 무언가가 있다는 것. 그때는 내가 글 쓰는 직업을 갖게 될 거라고는 상상도 못했는데, 어느새 이렇게 살고 있고 여전히 '안 쓰는 것보단 쓰는 게 낫잖아?'라고 믿으면서 쓴다.

배우 조여정이 영화 [기생충]으로 제40회 청룡영화상 여우주연상을 수상하면서 밝힌 소감은 개인적으로 '나를 가장 많이 울게 한 수상 소감 상'을 수상했다. 그는 눈물을 쏟으며 말했다. 어느 순간 연기를 자신이 짝사랑하는 존재로 받아들였다고, 언제라도 버림받을 수 있다는 마음으로 연기를 짝사랑해 왔지만 절대 그 사랑은 이뤄질 수 없다고 생각했다고. 어찌 보면 그게 자신의 원동력이었던 것 같다고. 사랑이 이뤄질 수 없으니 짝사랑이라도 열심히 해야겠다고 마음먹을 수 있었다고 말하면서도, 이 상을 받았다고 해서 그 사랑이 이뤄졌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고 이야기했다. 그리고 묵묵히 걸어가겠다고, 지금처럼 씩씩하게 사랑하겠다고 약속했다.

좋아하는 일을 오래 하기 위해서는 일상을 착실하게 챙기는 게 먼저다. 오늘 하루 챙기지 못한 컨디션은 다음 날 영향을 주고, 제대로 마치지 못한 일은 일주일을 망칠 수도 있다. 그렇기 때문에 나를 더 조이고 다그칠 것이 아니라, 스스로를 잘 돌보는 방법을 몸으로 익혀 세포에 새길 필요가 있다.

결국 망한 책이 새로운 책을 쓰게 한다. 책이 잘 되었다면 결코 떠올리지 못했을 아이디어가 그로부터 나오기 때문이다. 내가 쓴 대부분의 책이 기대한 만큼의 성적을 보이지 못했다는 점. 그렇다고 해서 글을 그만 쓸 수는 없었다는 점. 나는 어제 그랬던 것처럼 오늘도 답 없는 생각을 하고 달성되지 않을 계획을 세우며 방구석에서 혼잣말을 끄적이는 사람이라는 점. 그런 사람이 경험하는 일상에 대한 이야기, 평범한 사람이라서 낼 수 있는 목소리가 분명 있다는 발견. 그래서 이렇게 또 한 권의 책을 쓰고 있다.

그러므로 앞으로도 계속 돈 이야기를 할 것이다. '이런 이야기를 먼저 하는 내가 속물적이고 계산적으로 보이겠지.' 라 생각하는 대신 '왜 이 이야기를 제가 꺼내야 하나요?'라는 자세로 먼저 질문하고 요구할 것이다. 그런 결정과 행동이 나와 내 일에 대한 예의라는 것을 깨달았기 때문이다. 내가 나와 내 일에 대해 소극적인 자세를 취하면 남들 역시 그렇게 대한다. 껄끄러운 이야기일수록 빨리 꺼내 해결해야 한다고 믿는다. 우리 프리랜서들에게 일 주는 분들, 제발 돈 이야기를 제일 먼저 합시다.

그 이후로 꿈은 허무맹랑할수록 좋다고, 뜬구름 잡는 이야기 같을수록 의미 있다고 생각하게 됐다. 그리고 앞으로는 계획 세우는 일과 꿈꾸는 일을 혼동하지 않겠다고 다짐했다. 계획하는 것은 TO DO 리스트를 작성하는 일이고, 꿈꾸는 일은 이제껏 겪어 보지 못한 장면에 내가 들어가 있는 모습을 상상하는 일이니까. 자질구레한 계획이라면 지금도 충분히 많이 세우고 있으니 이제는 맹목적인 상상을 통해 더 적극적으로 꿈꾸고 싶다.

살아온 날이 쌓여 갈수록 사람을 키우는 것은 양육자만이 아니라는 걸 실감한다. 나를 둘러싼 모든 것이 나를 이만큼 키운 것이다. 누군가의 눈빛이, 마음이, 응원 또는 꾸지람이 나를 여기까지 끌고 왔다는 걸 조금씩 알아간다. 그래서 나 역시 누군가에게 그런 사람이 되고 싶다는 생각을 자주 한다. 칭찬이 필요한 순간을 놓치지 않고 정확하게 칭찬하고, 지지가 필요한 사람에게 먼저 손 내밀고 싶다. 무엇보다 내가 쓰는 글이 그런 역할을 할 수 있다면 더 바랄 게 없겠다.

사실 알고 있었다. 가슴속에 상처가 깊은 사람일수록 웃음에 집착한다는 것을. 마음에 커다란 슬픔을 가진 사람일수록 누군가를 웃기고 싶어 한다는 것을. 애정 결핍과 유머 감각은 상관관계가 있다고 믿는다. 애정이 부족한 사람일수록 유머 감각이 뛰어나며, 관심과 애정이 고픈 사람이야말로 남을 웃기는 일에 자신의 시간과 에너지를 아낌없이 쓴다. 바로 내가 그런 사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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