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은 자의 집 청소
김완 지음 / 김영사 / 2020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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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이 베스트셀러라는 것을 알고 호기심이 갔다. 하지만 읽어낼 자신이 없었다. 무슨 내용인지 자세히는 모르지만 책 소개 부분만 봐도 내가 감당할 수 있는 부분이 아닐 거라는 생각에 생각만 해 놓고 읽지는 못하고 있었다. 그러다 이 책이 내게 올 운명이었는지 친구가 선물로 보내줬다. 크리스마스이브날 내가 나에게 주는 선물처럼 왠지 특별한 날 더 읽고 싶어져서 기다렸다 읽게 되었다.

호기심 가득 가지고 마음의 준비를 하며 읽었는데 내가 생각했던 눈물 폭탄의 글은 다행히 아니었다. 여기 나와있는 사례들을 읽으면서 삶과 죽음에 대해서 다시 한번 생각해 보는 계기가 되었다. 작가는 죽은 자의 집 청소를 하는 사람이다. 특수청소를 하는 분으로 일반적인 청소업체가 아닌 정말로 특수한 곳을 청소하는 분이다.

작가의 글을 보면 내가 그 방을 따라가는 것처럼 디테일하게 적어서 저절로 상상하게 되었다. 그들은 왜 스스로 삶을 마감할 수밖에 없었을까? 사연은 전혀 모르지만 그냥 안타깝고 안타까웠다. 읽으면서도 마음이 아팠다. 죽은 사람은 죽은 대로, 죽은 사람의 집을 청소하는 사람은 그 사람대로 이 모든 상황들이 상상하기도 싫을 정도로 마음이 쓰였다.

요즘 코로나19때문에 이런 분들이 많이 계시는 것 같다. 모든 사례들이 다 뉴스로 나오지는 않지만, 혹독한 사연들은 뉴스로 나온다. 그런 뉴스를 접하면서 여러 생각을 하게 된다. 전에 같았으면 '그럴 용기로 살지...'라는 생각을 했었다. 그런데 이제는 '얼마나 힘들었으면...'하는 생각이 든다. 그리고 공감도 간다. 지금까지 한 번도 없었던 일들이 눈앞에 펼쳐지고, 자신뿐 아니라 모든 가족들이 경제적으로 힘들어한다면 가장으로서, 혹은 엄마로서도 얼마나 힘들었을까. 나도 며칠 전에 갑작스럽게 큰돈을 마련해야 할 일이 생겨 주변에 빌리는 것 외에도 내 통장 잔액을 탈탈 털어서 해결했던 경험이 있다. 일 처리 후 통장 잔액이 1500원도 안 되었을 때, 정말 허무했다. 20년 전 일본에 있을 때 그때도 한번 이런 적이 있었는데... 통장 잔액이 0원이었던 적. 그때와 지금은 전혀 다른 상황이긴 하지만, 잔액이 없다는 것은 사람을 불안하게 하는 것 같다.

다행히 나에게는 급여라는 것이 있어서 10일 후면 그래도 돈이 나올 곳은 있다는 생각에 옛날처럼 극도로 불안하기만 하지는 않았다. 하지만 그때도 기분이 썩 좋지 않았고, 이렇게 급한 상황을 만든 상대편이 정말 미웠다. 그 사람도 사정이 있었겠지만, 워낙 지금 다 같이 힘든 상황이라 누가 누구를 봐줄 상황이 아니라는 사실도 참 싫었다. 아마도 이 책에 나온 사람들은 거의 이런 경지의 끝까지 내 몰렸기 때문에 최악의 상황을 선택할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그렇게 이해해 려고 한다.

요즘처럼 예민한 시기 이 책이 도움이 될 수도 있을 것 같다. 스스로 죽음을 선택한 자의 뒷모습을 볼 수 있었으니까. 책을 덮으면서도 오만가지 생각이 들었다. 자살이라는 것이 죽은 사람뿐만 아니라, 그의 가족들, 그리고 그들의 물건을 정리하는 사람에게까지 영향이 간다. 전혀 모르는 사람인데, 책을 읽는 독자인 나에게도 슬픈 감정이 밀려온다. 이 책에 나와있는 사연들이 지금 우리 현시대의 모습이고, 누군가는 오늘도 이렇게 죽어가고 있다는 사실이 마음이 아프다. 이런 직업을 가진 사람들이 번창하지 않아야 하는 게 맞는데, 점점 일이 늘어날 것 같아 걱정이다.

이해한다고 말해도 분명 다 이해할 수 없을 것이다. 그 마음 안다고 해도 다 알 수도 없을 것이다. 지금 누가 누구를 위로하는 것보다 스스로를 잘 챙겼으면 좋겠다. 더 이상 기댈 수도, 버팀목이 될 수도 없이 다 같이 힘든 상황이다. 제발 이 책에 나온 사람들의 사연이 더 이상 없기를... 이런 책이 더 이상 안 나올 수 있기를... 그냥 내 주변의 사람들에게 조금만 더 신경 쓸 수 있는 여유가 있었으면 좋겠다. 퇴근길에 누군가에게 전화 한번 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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