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럼에도 불구하고 - 공지영의 섬진 산책
공지영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2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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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공지영 작가님의 책을 최근에 읽었다. 소설보다 에세이를 위주로 읽게 되었는데, 읽다 보니 작가님의 매력에 푹 빠지게 되었다. 왜 사람들이 작가님을 좋아하는지 알 수 있을 것 같고, 왜 사람들이 작가님을 향해 큰소리를 내는지도 알 수 있을 것 같다. 책 표지에 작가님은 죽을 수밖에 없는 이유가 30가지가 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살아야 하는 이유도 30가지 넘게 이야기해 줬다.

한 개의 소송도 보통 사람 같으면 죽고 싶은 이유 중에 하나일 것이다. 그런데 5개의 소송. 3번의 결혼과 이혼 등등 그녀를 둘러싼 죽어야만 하는 이유가 이 몇 가지로도 충분히 설명되고 있는 듯하다. 하지만 생계를 위해 미친 듯이 글을 쓰고 자식들을 돌보며 살아갔다. 다른 엄마들과는 조금은 다르지만 그녀만의 방식으로 아이들을 사랑했고, 아이들을 양육했다.

그리고 막내가 대학입시를 치르면서 이제는 자신을 위해 한숨 돌린듯한 느낌이 든다. 지리산 끝자락에 자리 잡은, 넓은 강을 집 앞에 두고 자신의 먹거리를 키우며 자연과 함께 살아가는 작가님이 그려진다. 이런 자신의 아지트에 문제를 가지고 있는 지인들이 찾아온다. 세상의 온갖 짐들을 다 가지고 있는 듯한 지인들이지만 작가님과 이야기를 나누면서 그 짐들을 강 둑 어딘가에 놓고 가는 기분이다.

분명 이 책에 나오는 지인들뿐만 아닐 것이다. 삶이란 왜 이렇게 힘든 것인지... 나이를 먹어가면 먹어갈수록 그 힘듦을 알아가는 게 싫을 정도다. 지인들 덕분에 함께 삶의 짐에서 위로받은 느낌이 들었다. 인생길에 대해 정의 내리기는 어렵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가 걸어가야 할 길이다. 코로나로 힘든 요즘. 이미 많은 사람들이 죽어야 할 이유를 찾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지금은 강변조차 가기 어렵지만, 책을 통해서 삶의 이유를 찾아봤으면 좋겠다.

<다시 읽고 싶은 글귀>

살아보니까 세상에 나쁘기만 한 일은 없어. 어차피 100% 좋은 일은 없어. 100% 좋기만 하다면 거짓일 확률이 많아. 모든 일에 있는 좋은 일과 나쁜 일은 마치 하루 동안 밤과 낮이 있듯 있는 거야. 하지만 결국에는 말이야 둘 다 나쁘지는 않아, 다만 생각을 조금 바꾸면 좋지.

아직도 가야 할 길

삶은 고해다. 또한 삶은 문제의 연속이다. 삶이 힘든 것은 문제를 직면하고 해결하는 과정이 고통스러워서다. 하지만 당면한 문제를 해결하는 이 모든 과정 속에 삶의 의미가 있다. 문제란 사라지지 않는다. 문제는 부딪혀서 해결하지 않으면 그대로 남아 영혼의 성장과 발전에 영원히 장애가 된다. 다른 사람이 우리를 대신해 문제를 해결해 주기 바라면서 문제를 해결할 수는 없는 것이다. 우리가 우리 행동에 책임지는 것이 어려운 이유는 그 행동의 결과로 따라오는 고통을 피하고 싶어서다. 책임이 주는 고통을 피하기 위해 수백만, 수천만의 사람들이 매일 자유로부터 도피를 시도한다. 삶이란 온통 개인적 선택과 결정의 연속임을 알아야 한다. 완전히 이것을 받아들일 수 있으면 자유로워진다. 이를 받아들이지 않는 한, 각자는 영원히 희생자로 남을 뿐이다.

그러니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우리 마음속에 똬리 튼 거짓과 위선을 적발해 내야 한다. 위와 같은 긴 과정을 거쳐서라도 스스로의 거짓들을 찾아내야 한다. 왜냐하면 신발 속에 든 작은 돌멩이처럼 그것은 우리를 끝없이 그리고 궁극적으로 불편하게 하고 성장하지 못하게 한다. 긴 경주에서 다른 아이들이 다 달려갈 때 우리가 멈추어 서서 신발 속의 작은 돌을 빼내려 한다면 우리는 어쩌면 많이 뒤처질지도 모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멈추어 서서 돌멩이를 빼낸다. 그것을 불편함을 제거하려는 것도 있지만 나중에는 우리를 더 빨리 달리게 해줄 수 있다는 것을 알기 때문이다.

나는 기꺼이 방 안에 혼자 앉아서 내가 좋아하는 재봉을 하거나 책을 읽거나 혹은 천연 화장품을 만든다. 이런 결정을 한 지 10년쯤 지나 특히나 연말의 어떤 모임에도 가지 않았는데 내가 아직 외톨이가 되었다는 소식은 없다. 결국 "자기 스스로와 함께 있지 못하는 사람은 누구와 함께 있어도 외롭다."나는 나 자신과 잘 지내는 방법을 선택했다.

릴케가 [젊은 시인에게 보내는 편지]에서 이미 말했듯이 나도 그녀에게 말하고 싶었다.

그러나 한 마디 더 당신에게 드릴 말씀이 있다면, 바로 이런 것입니다. 당신을 위로하려고 애쓰는 자가 때때로 당신을 기쁘게 하는 단순하고 조용한 말 그늘에서 아무런 고생도 없이 살고 있다고는 생각지 마시기를. 그의 삶도 많은 고생과 슬픔에 차 있고, 당신보다 훨씬 뒤져 있습니다. 그렇지 않다면 그는 그러한 말을 찾아낼 수 없었을 것입니다.

물론 한 가지 숨은 진실은 있습니다. 여러분이 변화하면 여러분 주변의 사람은 변화할 수밖에 없다는 것입니다. 관계는 레고의 요철과도 같아서 여러분의 돌출된 부분과 그들의 오목한 부분이 서로 맞아 관계가 이루어져 왔을 테니까요. 여러분이 여러분의 요철 모양을 바꾸면 그들은 그 관계를 끝내거나 아니면 당신의 새로운 요철에 따라 자신들을 바꿀 수밖에 없습니다. 혹시 제가 이런 일에는 도움이 될 수 있을지 모르겠네요. 이 관계, 그 사람의 현재에는 어느 정도 여러분의 책임이 있다는 것을 아셔야 합니다.

병들어보지 않으면

병들어보지 않으면 바칠 수 없는 기도가 있다.

병들어보지 않으면 믿을 수 없는 기적이 있다.

병들어보지 않으면 들을 수 없는 말이 있다.

병들어보지 않으면 가까이할 수 없는 성전이 있다.

병들어보지 않으면 우러러볼 수 없는 얼굴이 있다.

아... 병들어보지 않았으면

나는 인간이기조차 어려웠을 것이다.

-코우노 스스무

사랑이란 홀로 있기를 가장 행복해하는 사람이 자신의 일부를 다른 이를 위해 내어준 것이다. 함께 성장하기 위하여.

한 가지 깨달은 것이 있다면 젊은 시절, 하루라도 젊은 시절의 고난과 고통은 덕이 된다는 것이다. 나이 들어 겪는 고통은 힘겹다. 실제로 고난과 고통을 이겨내서 성장의 동력으로 만들어 내는 데에는 체력도 필요하기 때문이 아닐까? 오늘 당신은 당신의 인생에서 가장 젊다. 그러므로 오늘의 고통은 당신에게 유익하다. 이 말을 믿는다면 그때부터 기승을 부리던 고통은 약간 누그러지게 될 것이다. 인생을 믿으시기를.

고통은 우리가 살아 있다는 징표

강물은 제 물을 마시지 않습니다. 나무는 제가 맺은 과일을 먹지 않지요. 태양은 제게로 빛을 비추지 않고 꽃은 자신을 향해 향기를 흩뿌리지 않아요. 타인을 위해 사는 것. 이것이 우주의 법칙입니다. 우리는 서로 도우며 살도록 태어났어요. 그렇게 하는 게 비록 어렵다 해도 말이지요. 우리가 행복하면 삶은 멋지죠. 그러나 다른 이들이 당신으로 인해 행복해지면 삶은 더 멋질 겁니다. 그러니 기억해요. 잎새들이 계절 따라 색이 변하는 것은 아름답고 삶이 각 과정에서 변해간 것은 의미 있는 일이죠. 또한 이 둘은 화목한 비전이 필요한 일입니다. 그러니 투덜거리거나 불평하는 대신 기억해요. 고통은 어쩌면 우리가 살아 있다는 징표라는걸. 문제가 있다는 것은 우리가 힘이 있다는 표징이고, 기도할 수 있다는 것은 우리가 혼자가 아니란 이야기죠. 우리가 이 진실들을 깨닫고 우리의 마음과 영혼을 다스린다면 우리의 삶은 더 의미 있고 완전히 다를 것이며 가치 있는 것이 되리라는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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