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 내성적인 사람입니다 - 오늘도 사회성 버튼을 누르는 당신에게
남인숙 지음 / 21세기북스 / 2019년 4월
평점 :
품절


남인숙 작가님을 떠올리면 나는 이금희 아나운서가 떠오른다. 내게 그런 이미지다. 조용하고 차분하면서도 지적이고, 말씀도 잘하는... 듣는 사람의 귀를 호강시켜 주시는 목소리와 사람의 내면을 참 잘 표현하시는 분. 여자 대학교를 나오셔서 그런지 여성에 관한 관심도 많고 글도 많이 쓰셨다. 게다가 예쁘기까지 하니 하나님은 불공평하신 것 같다는 질투도 해본다. ^^

이 책을 읽기 전에 내가 어떤 성향의 사람인지 생각해 봤다. 나는 사람들을 좋아하고, 모임을 사랑하고, 일 저지르는 것을 즐겨는 전형적인 외향적인 사람이다. 그런데 나의 내면을 들여다보면 나는 전혀 외향적이지 않고 내성적인 사람이다. 그 사람을 알려면 초등학교 시절을 생각해 보면 된다고 한다. 그 이후에는 사회생활이라는 것에 젖어들기 위해 나도 모르게 외향인의 가면을 쓰게 되고, 이 책에서 말하는 것처럼 사회성 버튼을 누르고 지내기 때문이다.

나의 초등학생 시절은 반에서 거의 존재감이 없을 정도로 아주 조용한 친구였다. 부모님과 따로 살았고, 늘 친할머니의 극진한 보호 속에서 자랐지만, 사람들 앞에서 손 한번 들기 어려워했고, 존재감을 드러내는 것 자체가 힘들어했던 것 같다. 지금 와서는 거의 상상조차 할 수 없는 이미지인데 그때는 그랬다. 어쩌면 그 모습이 나의 가장 솔직한 모습이 아닌가 하는 생각도 해본다.

지금 나는 사회생활 경험도 24년이 된다. 가면이 내 모습인지 가면 속에 내 모습이 또 있는지도 모르게 살아가고 있다. 지금 내가 하고 있는 활동들은 모두 외향인인데, 실제 테스트를 해보면 나는 지극히도 내향인에 가깝다. 혼자 있는 것을 조용하고, 책을 읽거나 사색하는 것을 무척 즐겨 하는 사람이다. 사람들과 같이 있으면 잘 지내지만 혼자서도 전혀 심심해하지 않고 더 잘 지낸다. 그래서 이 책을 읽으면서 계속 고개를 끄덕이게 되었는지도 모르겠다. 글을 읽으면서 어쩜 이렇게 포인트를 잘 잡으셨을까? 외향인도 내성적인 사람인 것 같은 생각을 갖게 만들 정도로 요즘 현대인들의 가면을 잘 벗겨주셨다고 생각이 들었다. 사람들이 좋아하는 데는 분명 이유가 있구나... 남 작가님의 다음 책도 기대가 된다.

< 다시 읽고 싶은 글귀>

경험치가 쌓일수록 절감하는 것은 인생 자체가 마케팅이라는 점이다. 성공이란 자기 마케팅을 하는 노력과 유명세의 부작용을 견디는 맷집을 상당 부분 포함하는 개념이다. 외향인에 가까울수록 자기 마케팅에 대한 저항감이 적어서 그것을 감수할 가능성이 커지는 것뿐이다. 보다 저항감이 큰 내향인이 자기 마케팅을 하려면 성공 욕구가 훨씬 커야 한다.

우울증을 마음의 감기라고 흔히 표현하는데, 알면 알수록 감기와 비슷한 데가 있다. 감기와 우울증 둘 다 누구에게나 흔히 찾아오지만 더 자주 걸리는 체질이 있다. 대개의 경우, 내버려 두면 저절로 낫지만 잘 관리해 주면 더 곱고 짧게 앓을 수 있다. 무시하고 방치하면 자칫 큰 병으로 옮아갈지도 모른다. 가끔 이유 없는 우울감이 찾아올 때면 이 어두운 놈이 익숙한데도 어떻게 대면해야 할지 매번 난감하다. 처음에는 나도 모르게 자꾸 '왜지?'라는 질문을 스스로에게 하게 된다. 왜라는 질문에 대한 답을 찾아야만 우울감에서 벗어날 수 있을 것 같은 기분이 든다. 그러나 이내 '왜'가 중요하지 않다는 것을 기억해 낸다. '왜'에 골몰한다는 것은 우울감에 독이나 다름없는 과잉 사고(over-thinking)와 곧바로 연결되는 일이다.

지금보다 훨씬 미숙할 때는 부정적인 감정이 아예 없는 삶이 행복한 삶인 줄 알았다. 그런데 알고 보니 행복은 그보다 훨씬 다양하고 복잡한 것이었다. 행복은 우울이라는 감정마저 삶의 일부로 인정하고 나대로 살아가면서 얻는 총체적 만족감이라고도 할 수 있다는 것이다. 기쁨, 즐거움, 쾌감 같은 감정들과 함께 우울감이라는 녀석도 잊을 만하면 다녀가는 친구쯤으로 여기고 살아갈까 한다. 다음에 다시 나를 찾아오면 이렇게 말해볼까 싶다. "어서 와, 작은방 하나를 내줄 테니 거기서 적당히 지내다 돌아가. 있는 동안 온 집안을 헤집고 다니지는 말았으면 좋겠어. 떠날 때 작별 인사는 안 해도 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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