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에게 보내는 심리학 편지 (10만 부 기념 스페셜 에디션) - 30년 동안 미처 하지 못했던 그러나 꼭 해 주고 싶은 이야기들
한성희 지음 / 메이븐 / 2020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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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내가 딸에게 하고 싶은 말을 다 적어 놓은 책인 것 같다. 만약 내가 아이가 없었다면 이 책이 내게 와닿지 않았을 텐데 내게 딸이 하나 있다보니 구구절절 모든 글귀들이 내게 다가오는 것 같았다. 특히 맨 앞부분에 엄마가 외국에 있는 딸의 결혼식을 준비하면서 잠시 공부만 하고 올 것 같은 딸이 결국 결혼해서 그 먼 곳에 살게 된 이야기에 엄마의 쓸쓸함 + 딸에 대한 대견함이 묻어있는 그 글이 가장 와닿았던 것 같다.

일하는 엄마로서 딸에게 잘 해준 것이 없다고 생각하는데 딸은 엄마가 생각한 것보다 훨씬 더 잘 커줬다는 이야기도 왠지 모르게 알 것 같았다. 아마 어떤 엄마이건 같은 마음 일 것 같다. 엄마는 늘 많이 해주고 있으면서도 부족하다고 느낀다. 나도 지금 내가 해 줄 수 있는 한계에서 딸에게 최선을 다하고 있다. 내 것을 포기하면서라도 딸에게 많은 시간을 할애해 주려고 한다. 그럼에도 늘 마음속 구석에는 더 잘해주지 못한 미안함이 있다. 이건 내 딸의 복이다. 아니 많은 딸들이 느끼는 복이라 생각된다.

30년 뒤, 아니 25년 뒤 나도 내 딸이 결혼할 때 즈음, 딸에게 보내는 편지를 써보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왠지 할 말이 많을 것 같다. 이제 내 품을 떠나서 한 가정을 만드는 딸에게 작가님처럼 울기도 하면서 나 자신에게 한 텀의 숙제를 잘 마쳤노라며 축하해 주고 싶은 기분도 들것 같다. 여러 가지 복잡한 감정 속에서도 작가는 침착하게 자신이 딸에게 하고픈 말을 다 꺼낸 것 같다.

나도 작가님과 같은 생각이다. 딸에게 인생을 재미있게 살라는 말, 그리고 엄마 말 듣지 말고 네 뜻대로 네가 생각한 대로 살라는 말을 해 주고 싶다. 물론 그렇게 하다 나와 트러블이 생길 것도 예상이 되지만, 나 또한 엄마 말을 안 들어봤던 사람으로서 그렇게 살았더니 후회가 없었음을 미리 고백해 본다. 정말 25년 뒤, 내 딸이 결혼할 때 즈음 내 인생을 정리해 볼 겸 이렇게 뒤돌아보고 싶다. 그리고 누군가의 엄마로서 잘 살아온 작가님께도 감사하다는 말을 전하고 싶다. 덕분의 나도 마음이 따뜻해졌으며, 늘 부족한 엄마로 죄책감을 가지고 있었던 것에 대해 조금은 가벼워진 느낌을 주셔서 감사하다.

< 다시 읽고 싶은 글귀>

인생에는 정말 중요한 전환점이 있다. 아이에서 어른이 되는 것, 여자에서 엄마가 되는 것, 엄마에서 다시 '나'로 돌아오는 것. 이 모든 게 나이를 먹고 시간이 흐르면서 자연스럽게 이루어지는 과정 같지만 우리는 역할 변화에 따른 전환점을 거쳐야만 한다. 그 과정은 고통스러워서 어떤 사람들은 변화를 인정하지 않으려 든다. 그래서 용기가 필요하다. 어느 순간 자기에게 주어진 역할의 고리를 끊고 나아갈 수 있어야 한다. 아이가 어른이 되려면 자기를 키워 준 부모의 세계를 깨고 나아가야 한다. 그것은 자녀에게는 독립이고 부모에게는 사실이다.

그러다 보니 내가 아무리 잘하려고 애써도 아무 문제 없이 지나간 날은 단 하루도 없었다. 특히나 네가 어렸을 때는 '오늘도 무사히'라는 말을 달고 살아야 했다. 그에 푸념이라도 할라치면 사람들은 그랬다. "그러니까 왜 쓸데없이 일한다고 고생이에요. 집에서 아이나 키우지." 당신 그 말은 나에게 상처였지만 덕분의 나는 진짜 내가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돌아 볼 수 있었고 다 잘하려고 애쓰는 대신 어떤 역할이든 빈틈이 너무 많이 생기지 않게만 조절하며 삶을 살아올 수 있었다. 누구에게나 좋은 사람이 되기를 포기하고 뭐든지 잘하려는 욕심을 버린 것이다.

대화가 잘 되는 남자는 자신의 감정을 잘 표현하면서, 아내의 감정을 이해하고자 하는 사람이다. 그러니 "아, 결혼이란 게 미친 듯이 싸울 수밖에 없다면 나랑 잘 싸울 수 있는 남자를 선택하자"로 마음을 바꿔 보면 어떨까. 건강하게 싸울 수 있는 것도 능력이다. 미국의 작가 로우랜드는 "결혼 전 남자는 당신을 섬기기 위해 목숨까지 내놓겠다고 선언한다. 그러나 결혼 후 그는 당신과 얘기하기 위해 신문조차 내려놓지 않는다."라고 했다. 그래서 나는 너와 싸우기 위해 신문과 리모컨을 내려놓을 수 있는 남자와 결혼했으면 한다.

그만큼 그녀의 발은 기이하다 못해 흉측하기까지 하다. 그럼에도 그녀는 상처가 채 아물기도 전에 또다시 아픈 발끝을 세우며 아름답고 완벽한 춤을 추기 위한 노력을 멈추지 않는다. 견디기 어려운 신체적 고통을 참으면서도 그녀가 춤을 추는 이유는 무엇일까? 발레를 할 때 가장 '나답다'라는 느낌을 받기 때문이다.

마흔이 넘어서 데뷔한 이래 100편이 넘는 작품을 남긴 고 박완서 선생이 말했다. "인생은 과정의 연속일 뿐 결말이 있는 게 아닙니다." 박완서 선생은 인생을 등산에 비유했다. 힘겨운 오르막길은 길고 산의 정상에서 맛보는 환희의 순간은 지극히 짧은 것인데, 그게 만약 인생이라면 산을 오르는 과정에서 행복을 찾아야 하지 않느냐는 것이다. 실제로도 선생은 글이 써지지 않을 때에도 군사분계선을 지키는 보초병보다 더 끈질기게 원고를 붙잡고 있었다. 과정을 즐기지 못했다면 절대로 견뎌 낼 수 없는 순간의 여속이다. 그러므로 우리는 흔히 삽질이라고 하면 이곳저곳 파다 그만두는 걸 떠올리지만 사실은 그 과정 자체에 지향점이 있다.

일본의 정신과 의사인 사이토 시케타가 말했다. "많이 넘어져 본 사람일수록 쉽게 일어선다. 반대로 넘어지지 않는 방법만을 배우면 결국에 일어서는 방법을 모르게 된다." 삽질의 부재가 주는 가장 큰 폐해가 뭘까? 삽질로 각종 유기물이 자라는 환경을 만들어 본 적이 없는 이는 나이가 들어서도 삽 뜨는 법조차 모른다. 삽질의 부재는 경험의 부재이며 경험의 부재는 그 사람의 능력과 크기를 제한해서 설사 포클레인이 바로 옆에 있어도 절대로 웅덩이를 팔 수 없는 사람이 된다. 무엇보다 마흔이 되고, 쉰이 넘으면 지킬 것이 많아져 쉽게 삽을 들 수 없게 된다.

미래에 대한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안정된 직장, 안정된 생활에 대한 욕구가 거세지고 있는 요즘이다. 네가 앞으로 살아갈 세상에서 안전함에 대한 욕구는 더 커져 갈 것이다. 그러나 안전한 길이 가장 위험한 수 있다는 것을 명심하렴. 그럼 무엇을 선택의 기준으로 삼아야 하느냐고 묻는다면 그것은 결국 너 자신이다. 너 자신을 믿어라. 그러면 어떤 선택을 하든 어려움이 있겠지만 그 앞에서 주저앉지 않고 당당하게 부딪칠 수 있을 것이다.

누구나 홀로 있고 싶을 때가 있다. 일에 치이고 사라에 치일 때면 '혼자 있고 싶다'라는 마음속 목소리가 들려온다. 외부로만 치닫지 말고 마음 깊은 곳에 있는 '나'를 봐달라는 음성이다. 심리학자 앤서니 스토는 우리네 인생은 두 가지 상반되는 충동이 늘 함께하고 있다고 말했다. 하나는 다른 사람과 친밀한 관계를 맺고자 하는 충동이고 다른 하나는 고독을 통해 자기 본연으로 돌아가려는 충동이다.

당신은 현재 누군가의 자녀이거나 누군가의 부모일 것이다. 누군가의 배우자이거나 누군가의 형제자매일 것이다. 이 모든 혈연관계에서 자유로운 독신이라 할지라도 당신은 여전히 사회관계 속에서 누군가의 상사이거나 부하이고 누군가의 선배이자 후배다. 그 밖에도 당신의 인생에 관여하는 관계는 수없이 많다. 이 수많은 관계 속에 살아가면서도 당신은 문득문득 외롭고 쓸쓸하다. 왜일까? 오직 당신만을 위해 살아도 짧은 인생이거늘, 당신은 어제도 오늘도 내일도 당신 삶 앞에 주렁주렁 달려 있는 그 '누군가'를 위해 당신의 인생을 미뤄 놓고 있기 때문이다. 다른 사람을 위해 살아가는 인생을 지속하는 한 당신은 지독한 고독에 시달릴 수밖에 없다.

독일의 시인 릴케는 <말테의 수기>에서 고독한 사람을 내버려 둬라. 그는 지금 신을 만나고 있다'라고 말했다. 고독이란 자신과 대화하는 시간이며 자신의 의미를 음미하는 시간이다. 그러므로 혼자 있는 시간을 가지면 인생의 많은 문제가 해결되게 마련이다.

모두 잘 지내는 것 같은데 나만 이렇게 불안할 걸까?라고 생각하며 위축될 필요도 없다. 지나친 병적 불안만 아니라면 불안은 성장하고 싶다는 마음의 시그널일 수 있기 때문이다. 물론 불안이 심해서 아무것도 못 할 때면 적극적으로 그에 대한 방어가 필요하다. 뭐니 뭐니 해도 불안을 잠재우는 가장 좋은 방법은 몸에게 일을 시키는 것이다. "요즘 바빠서 딴 데 신경 쓸 틈이 없어"라고 하는데 실제로도 몸이 분주해지고 바쁘면 당면 과제를 해결하는 데 에너지를 집중해야 해서 잡념이 사라지게 된다. 또 비교는 남하고만 하는 게 아니다. 과거의 나도 그 비교 대상이 될 수 있다. 어제보다 조금 더 나아졌다면 그것도 훌륭한 성취다. 이런 관점이야말로 비교에서 오는 불안을 잠재우는 좋은 방식이다.

마지막으로 불안하고 걱정스러운 일들이 내 힘으로 도저히 어쩔 수 없는 것이라면 그냥 그 일을 머리에서 지우는 것이 좋다. 우리가 하는 걱정과 불안의 대부분은 해결 불가능한 것들이 많다. 안 그래도 힘든데 그런 불안까지 안고 살아갈 수는 없는 노릇이다. 그러니 쉽게 해결할 수 있다면 당장 해치우고 그렇지 못하다면 뒤로 제쳐 두라.

그러므로 가끔 사는 일이 불안해질 때면 그 신호를 밀어내기만 할 것이 아니라 그 소리에 귀 기울여 보는 것이 필요하다. 불안하다는 건 어떻게든 성장하고 싶은 마음의 시그널이자 지금 인생을 잘 살고 있다는 증거니까.

승임 씨와 혜지 씨의 차이는 딱 하나다. 타의에 의해 혹은 상황에 의해 어쩔 수 없이 선택했느냐, 아니면 자발적으로 그 선택을 했느냐다. 어떤 거슬 택해도 어려움은 있겠지만 그것조차 나의 선택이라고 여기는 태도와 누구 때문에 처해진 상황이라며 억울해하는 것 사이에는 엄청난 차이가 있다. 전업주부든 워킹맘이든 살면서 어려운 상황에 부닥치긴 마찬가지인데, 자신이 원하는 방향을 적극적으로 선택한 사람만이 그 어려움을 뚫고 나아갈 수 있으며 그 과정에서 누구도 무시할 수 없는 자기만의 내공이 만들어지기 때문이다.

가장 먼저 완벽한 부모가 되겠다는 부담감을 버려라. 일을 하지 않고 아이만 돌본다고 하더라도 이 세상에 완벽한 부모는 아무도 없기 때문이다. 그러니 완벽해지기 위해 애쓰며 슈퍼우먼이 되려고 하지 마라. 해야 할 역할이 늘어난 만큼 어떤 것을 잘하게 되면 다른 어떤 것은 못하게 되어 있다. 그게 세상일의 이치다. 만능키처럼 직장과 집안일, 육아까지 모두 잘할 수는 없다는 말이다.

앞의 켄과 밀드레드 모 부부의 말처럼 살아 있다는 건 공부한다는 것이고, 공부를 하는 한 인간은 성장한다. 그러므로 평생 공부를 놓지 말아라. 그리고 그렇게 공부해서 얻은 지식과 지혜는 다른 이들과 나누며 살아라. 네가 자긴 게 얼마든 그것을 좀 더 나은 세상을 만드는 데 투자하라는 것이다. 모든 사람은 연결되어 있어서 서로가 서로에게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타인이 행복하지 않으면 결국 나도 행복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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