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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준일 MAYBE - 너와 나의 암호말
양준일.아이스크림 지음 / 모비딕북스 / 2020년 2월
평점 :
왜 이 책이 많이 필리는 것일까? 어느 프로그램에 나왔다고 모두가 다 이런 반응은 아니었다. 갑자기 미국에서 귀국해서 이전과는 전혀 다른 삶을 살게 된 사람. 정말 하나님이 도우심이 아니면 이런 일이 발생한다는 것이 가능한 것일까? 그냥 너무 희한하게 생각되었다. 갑자기 cf라든지 여러 방송에도 나오고 게다가 뚝딱 책도 만들어져 나왔다. 그런데 이 책이 꽤 많이 팔린 책 순위에 올라가 있다.
그냥 그 사실만으로 궁금증을 일으켰다. 이 사람의 매력이 무엇이길래 사람들이 갑자기 이렇게 좋아할 수 있나?
그의 글을 보고 그 사람을 다 알 수는 없지만, 그의 생각을 알 수 있었다. 50이 넘은 어떻게 보면 전형적인 꼰대의 나이이지만, 전혀 그런 모습이 아니다. 옷차림이라든지 말하는 거, 행동하는 것들. 다소 엉뚱한 면이 있기도 하지만 그 안에 그의 철학이 담겨있다.
그의 책은 어느 페이지부터 읽어도 상관없다. 아무 곳에서 나 마음 가는 대로 시작해서 읽으면 된다. 그 방법도 작가의 성격과 닮은 듯하다. 뭔가에 얽매이지 않고, 남들과 똑같은 것을 거부하는 사람. 90년대 등장할 때부터 그의 모습이 그랬다. 다소 여성스러운 가는 몸매와 예쁘장한 얼굴 때문에 비주류에 속했지만, 그는 요즘 방송에서 말한 것처럼 시대를 너무 앞서나간 사람이었다. 그의 철학, 그의 패션, 그의 말투가 이미 시대를 앞섰던 것이다. 그것이 그의 개성이었는데 그때는 사람들이 알아주질 못 했던 것이다.
책에도 그의 철학이 묻어있다. 나는 그의 글 중에서 돈을 우산처럼 비유한 것이 마음에 와닿았다. 그에게 돈이란 내 가족에서 먼저 쓰여주는 우산이었고, 남으면 다른 사람들에게 "이거 너 써"라고 말할 수 있는 것이었다. 우산으로 비유한 것이 참 좋았다. 그리고 팬카페에 썼다고 한 말. 우리 아픔을 가장 많이 가지고 있으니 그 아픔을 나누자는 그의 말 또한 그가 어떤 사람인지 알게 해주는 말이다.
연예계 생활을 접고 한국에서도 힘들었고, 미국에서도 가족부양이라는 책임감에 힘들게 산 그였다. 많은 아픔이 있었고, 슬픔이 있었기 때문에 다른 사람들의 아픔과 슬픔을 볼 줄 알게 된 것이다. 시집처럼 매우 짧지만 양준일이라는 사람에 대해서 잘 알 수 있었고, 50대의 그가 30대처럼 보이는 건 그의 젊게 보이는 외모뿐만 아니라, 그의 젊은 사상들도 포함된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 다시 읽고 싶은 글귀>
다들 고난을 피할 수 있기를
자유로울 수 있기를
진실한 사랑을 하기를
행복하기를 원하지 마
그 의미를 모른다면
어떻게 찾을 수 있을까?
팬카페에 이렇게 썼다. 우리의 아픔을
서로 나누자고. 누구든 갖고 있는 것을
나눌 수 있지, 없는 것은 나눌 수조차 없다.
아픔은 누구나 많이 갖고 있으니,
가장 쉽게 나눌 수 있는 것이다.
내가 아끼는 것이 침해당했다고 느낄 때,
그것을 보호하려고 내는 게 화다. 그것이 시간이든, 애정이나 인정이든, 돈이든'
어떤 사람에게 화가 났을 땐 결국
그 사람이 내 주인이 되고 만다.
어린아이가 거대한 황소를 끌고 갈 수 있는 건
코에 고삐를 끼웠기 때문이다.
누구에게 화가 난다면 이미 그에게 너무
많은 힘을 허락했다는 증거다. 내 코에 걸린 고삐를 빼기만 하면 되는데 말이다.
성공은 소유가 아니라 관계에 달렸다.
스스로 잘하는 일을 찾는 게 살면서 가장
힘든 것 같다. 그 일을 찾고 이뤘을 때 우린 성공이라고 말한다.
하지만 더 중요한 것은 관계다.
스티브 잡스가 죽음을 앞두고 후회한 것은
더 큰 성공을 이루지 못한 것이 아니었다.
가족과 좋은 관계를 유지하지 못한 것이었다.
예전에 YES NO처럼 분명한 것이 좋고 MAYBE라는 말이 싫었다.
지금은 MAYBE가 더 좋다. 언젠가부터 확실한 걸 뒤집을 수 있는 힘을 가진 단어가 MAYBE라는 걸 알게 되었다.
아이를 낳고 미국 플로리다로 이주해 힘든 나날들을 보내며 현실에 무릎을 꿇기도 했지만
아마도(MAYBE) 이것이 전부가 아닐 수 있다는 생각으로 내 삶을 받아들인 것처럼.
MAYBE라는 단어엔 어둠 속에서도 빛을 보게 하는 힘이 있다고 믿는다.
내게 돈은 우산 같은 것이다.
많으면 나눌 수 있는 것.
하나라면 나와 내 가족이 써야 하지만
남는 것이 있다면
곁에 있는 사람들이나 꼭 필요한 사람들에게
"이거 써"라고 건넬 수 있는 것.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