힘 빼기의 기술 - 카피라이터 김하나의 유연한 일상
김하나 지음 / 시공사 / 2017년 7월
평점 :
절판


책 제목이 먼저 눈길이 간다. 그리고 처음 시작이 너무 좋다. "만다꼬"이야기. 표준어로 말한다면 "그래서 뭐 하려고?" 정도 될 것 같다. 그렇게 열심히 살아서 뭐 할 건데? 그렇게 힘주고 살아서 어떻게 할 것인데?라는 그 느낌이 "만다꼬"에 다 들어가 있다. 처음에는 피식 웃었다. 부산 사투리가 웃기고, 그 말뜻이 재미있어서... 그런데 이 책을 읽으면 읽을수록 제일 처음의 "만다꼬"가 계속 생각난다.

뭐 한다고... 왜 그렇게 살아야 하는데... 계속 이렇게 나한테 질문하는 것 같다. 아마 그래서 작가는 여행을 갔고, 긴 여행을 하면서 만다꼬를 제대로 느낀 것 같다. 한국에서 아등바등 사는 거... 남들이 정한 틀에 맞춰서 결혼하고 아이 낳고 사는 거... 만다꼬!! 그래서 그런지 그녀의 책 "여자 둘이 살고 있습니다"라는 책도 많이 팔린 것 같다.

책을 많이 읽으면 읽을수록 잘 모르겠다. 돈이나 재테크에 관한 책들은 워낙 관심 많은 사람들이 많다 보니 잘 팔린다는 걸 알겠는데, 이런 에세이집은 사람들의 취향을 잘 모르겠다. 내가 선택한 이유는 첫 번째 책 제목이 나를 이끌었고, 첫 페이지를 읽어보니 프롤로그가 좋았다. 그래서 구입해서 읽게 된 케이스다. 어쩌면 너무 단순하단 이유다. 에세이는 그런 것 같다.

그래서 에세이를 쓰기가 쉽게 느껴지는데도 불구하고 쓰기 어렵다. 다음 책은 에세이로 쓰고 싶다는 생각이 들다가도... 에세이가 뭐지? 하는 기초적인 질문을 하게 된다. 그냥 편안하게 읽을 수 있는 글... 작가의 생각을 알 수 있는 글.. 요즘 시대를 가까이에서 읽을 수 있는 것이 에세이인 것 같다. 에세이를 쓰고 싶어서 에세이를 읽었는데, 읽다가 에이... 쉽지 않네...라는 생각이 들게 한 책. 하지만 계속 만다꼬!라는 말을 오랫동안 남기는 책. 이 책은 그런 책인 것 같다.

< 다시 읽고 싶은 글귀>

우리 부부는 30년 넘게 같이 살면서 부부 싸움을 한 번도 안 했습니다. 비결이 뭔지 압니꺼?

내가 물음표를 담은 눈으로 쳐다보자 그분은 특유의 새된 목소리로 말했다. "충고를 안 해야 돼. 입이 근질근질해 죽겠어도 충고를 안 해야 되는 거라예. 그런데 살다가 아, 이거는 내가 저 사람을 위해서 다른 건 몰라도 이것만은 꼭 한번 얘기를 해줘야 되겠다.... 싶을 때도 충고를 안 해야 돼요." 살면서 많은 충고가 '이게 다 너를 위해서다'라는 마음으로 오가겠으나 그것은 어디까지나 충고일 뿐, 직접 겪어 얻는 깨침만큼 큰 것은 없다.

과연 그의 그름은 아주 어설픈 듯하지만 바로 그래서 참 매력적이다. 잘 그릴 수 없어서가 아니다. 잘 그리지 않아서다. 힘을 줄 수 있는데 힘을 빼어버렸기 때문에 생겨나는 매력이다. 매력은 '매혹하는 힘'이다. 이건 인간에게 미치는 힘 중에 가장 강력한 힘이기도 하다.

아르헨티나의 위대한 작가이자 평생을 도서관 지기로 살았던 호르헤 루이스 보르헤스는 이렇게 말했다.

"난 의무적인 독서는 잘못된 거라고 생각해요. 의무적인 독서보다는 차라리 의무적인 사랑이나 의무적인 행복에 대해 얘기하는 게 나을 거예요. 우리는 즐거움을 위해 책을 읽어야 해요."

인생에서 계획대로 되는 건 아무것도 없다. 어떤 슬픔이 어떤 기쁨을 불러올지, 어떤 우연이 또 다른 우연으로 이어질지 우리는 알지 못한다. 우리가 할 수 있는 건 그저 시간을 받아들이는 것. 그러다 어느 순간엔 모든 게 고맙게 느껴질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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