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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인생이 흔들린다 느껴진다면
남희령 지음 / 책이있는풍경 / 2019년 7월
평점 :
이 책은 제목 때문에 선택한 책이었다. 정말 내가 이 책을 선택할 때는 내 인생이 흔들리고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이 책 제목을 들었을 때 나의 구미를 확 당겼다. 그리고 도서관에 빌려다 놓고는 한참을 지나서야 겨우 읽게 되었다. 이 책은 아침마당의 작가. 남희령 작가가 쓴 에세이집이다. 아침마당이라는 프로그램을 구성하면서 작가는 많은 사람들을 만났고 인터뷰를 했다. 그리고 시청자들에게 이들을 소개하는 역할을 했다.
정말 이런 사람들이 있을까? 하는 정도로 어렵고 힘든 사람들도 만났고, 그런 역경을 딛고 일어선 사람. 그리고 사회에서 내놓으라 하는 훌륭한 사람들을 만나면서 작가는 인생에 대해서 한 수 배웠을 것 같다. 그리고 그들과 함께 방송을 하면서 자신의 삶에 있어서도 흔들림이 왔을 때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가를 배웠던 것 같다.
확실히 내공이 깊은 사람들을 만나서 그런지 40대인 작가는 훨씬 더 깊은 혜안을 가진 사람 같았다. 아마도 그녀는 이런 분들을 만나면서 많은 위로를 받았을 것 같다. 내가 슬플 때 나보다 훨씬 더 슬픈 사람들을 만났고, 내가 힘들 때 나보다 훨씬 더 힘든 사람들은 만나면 이상하게 그런 사람들에게 위로받는 느낌을 갖는다. 나에게 아무것도 해 주지 않았어도, 그저 당신들의 이야기만 해 주었을 뿐인데 그들에게 힘을 얻는 것 같다.
아마 돈으로 살 수 없는 경험들을 했을 것이다. 그리고 그 경험들이 책에 녹아져 있었다. 세상을 아름답다고 말하는 사람들이 많은데, 그런 이유는 바로 이렇게 자신의 삶에 책임을 지고 살려는 사람들이 많아서 그러는 것 같다. 열심히 살 때 사람은 아름답다. 그 모습을 통해서 다른 사람에게도 좋은 영향력을 끼치는 것 같다. 나 또한 내 인생을 아름답게 살고 싶다. 누군가에게 영향을 줄 수 있는 ... 그런 향기가 있는 사람으로 살고 싶다.
<다시 읽고 싶은 글귀>
아픔은 말하는 것 자체로 치유의 시작이다. 이건 내 얘기가 아니라 심리 전문가들의 얘기다. 몇 년 전, <아침마당>에서 가족문제 상담 프로그램을 한 적이 있다. 어찌 보면 자신의 치부일 수도 있고 숨기고 싶은 가정사일 수도 있어서 사연이 많이 들어올까 싶었는데, 예상 밖으로 신청이 쇄도했다.
단언컨대 내면이 꽉 찬 사람은 표피를 자랑하지 않는다. 내가 만난 사회적, 경제적, 학문적, 인격적으로 대단한 분들은 그들의 SNS를 통해 좋은 영향력을 행사할지언정, 표피를 자랑하는 모습을 본 적이 없다. 그러니 자꾸만 표피를 자랑하고 싶어서 SNS를 들락거리는 자신을 발견하거들랑 SNS에 올릴 사진을 찍을 시간에 내면을 더 채울 노력을 하라. (중간 생략) 적어도 당신의 내면이 꽉 차기 전이라면 그들의 자랑질에 또다시 당신의 삶이 흔들릴 수 있으니까 말이다.
내가 무모한 도전을 하는 젊은 출연자들을 보며 감동을 받는 이유는 바로 이거다. 사회적 잣대에 자신의 삶을 가두지 않는다는 점. 그 잣대를 가뿐히 무시하고 자기만의 잣대를 만들어 삶을 채워간다는 점. 도전하지 않으면 실패도 하지 않지만 성공도 할 수 없다는 것. 그리고 그 도전이 오롯이 자신의 생각으로 한 도전이라면 실패라 해도 결코 실패가 아니라는 것. 때론 무모한 도전이 길을 만든다.
아내는 남편의 목소리를 통해 변해가는 계절을 느끼고 세상을 느낀다. 그렇게 부부는 10년이 넘는 시간 동안 서로가 서로에게 가장 소중한 존재가 되어 달리고 있었다. 인터뷰를 마칠 즈음, 부부의 얘기가 인상적이었다. 아내가 아프지 않았다면 자기도 그냥 여자들 뒷담화에 단골 메뉴로 등장하는 그런 남편에 불과했을 거라며, 오히려 아내가 아프면서 좋은 남편으로 살 수 있게 되었으니 너무 다행이라며. 지난 20년간은 아내가 자신을 위해 희생했으니 이제 남은 20년은 자신이 아내를 위해 살 거라며.
이런 현실 속에서 심각한 장애가 있다는 걸 뻔히 알면서도, 태어나도 살 수 있을지 없을지도 불명확한 걸 알면서도 살아도 평생 짐이 될 수 있다는 걸 알면서도 모세의 엄마는 모세를 낳았다. 그 선택의 책임을 고스란히 끌어안은 채 말이다. 그리고 살아있다는 것 자체가 기적인 모세는 많은 사람들을 위로하는 노래를 부른다. 모세가 하루하루 보여주는 기적은 엄마의 기적이다. 엄마란 이름은 그렇게 위대하고 경이롭다.
인생 살 만큼 살아서 웬만한 일엔 끄떡도 없을 것 같은 당신의 부모님들도 사실은 외롭다. 내가 어르신들을 만나본 바로는 외로움은 절대 늙지 않는다. 약해지지도 않는다. 오히려 외로움이란 감정은 나이가 들면 들수록 더 깊어지고 강해진다. 이유가 왜인지 아는가. 자신 앞으로 남겨진 시간이 얼마 되지 않는다는 불안감. 그리고 그 남은 시간이 어차피 오늘보다 나을 일은 없다는 불안감 때문이다. 그래서 우리의 부모님들은 불안감의 크기만큼 절박할 수밖에 없다.
생각해보니 나 역시 그런 부분이 있었다. 남편 월급만으로도 살 수 있었다면 내가 과연 이렇게 치열하게 일을 하며 살았을까 싶었다. 내가 돈을 벌지 않고는 우리 가족이 먹고 살수 없고, 딸아이 교육도 시킬 수 없으니 내가 돈을 버는 건, 선택이 아닌 필수였다. 남보다 더 치열하게 아이템을 찾았고 취재를 했고, 구성을 했으며 원고를 썼다. 그런 시간이 쌓이다 보니 실력이 됐고 경력이 됐다. 남편 때문이 아니라 남편 덕분이었다.
"선생님, 저는 왜 행복하냐는 질문에 쉽게 대답을 할 수 없을까요?" 친분이 있는 유명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선생님에게 물어본 적이 있다. "행복을 쾌락과 착각해서 그래요. 감정은 즐겁고 흥분되고 떨리고 뭐 그런 감정이 아니에요."
예측하지 못한 고통을 당한 원숭이가 느끼는 고통의 강도와 주기적으로 주어지는 고통, 즉 예측 가능한 고통에 대해 원숭이가 느끼는 고통의 강도 중 어느 것을 원숭이가 더 강하게 느끼는지에 대한 실험이었다. 결론은 예측 가능한 고통에 대해 원숭이가 느끼는 고통의 강도가 더 컸다는 사실이었다. 결국 이 실험은 예측 가능한 불행은 더 고통스러울 뿐이라는 걸 말해주고 있었다. 불안한 존재인 우리들은 미래를 예측하고 싶어 하고 불행을 미리 알아 막고 싶어 하지만 불행은 결코 미리 안다고 막아지는 것이 아니며 오히려 불행에 이르는 때까지 전전 긍긍하며 불행에 닥쳐올 시간까지 불안함 속에 살아야 한다. 어쩌면 그게 바로 불행에 관한 불편한 진실이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