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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이만 좀 쉴게요 (The Cat Edition)
손힘찬 지음 / 부크럼 / 2019년 11월
평점 :
구판절판
손바닥 크기의 작은 책은 일본 책을 연상시킨다. 글씨도 작은 것이 또 표지도 일본 사람들이 좋아하는 고양이 그림이다. 게다가 작가 이름까지 일본어로 쓰여있으니, 일본 번역서 인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이 책은 20대의 작가가 삶을 관찰하고 잘 들여다보면서 본인의 감정을 쓴 글이다. 2018년도부터 이런 책들이 부쩍 눈에 들어온다. 그러면서 작가들의 나이도 점점 젊어지는 듯한 느낌이다.
예전에는 어느 정도 인생도 살아보고 삶에 대한 다양한 경험을 한 사람들 위주로 이런 에세이집을 썼다면 이제는 20대 청년들도 이런 에세이집을 많이 쓰는 것 같다. 기존의 책들이 묵직한 느낌의 와인과 같다고 하면 이 책은 보졸레 누보와 같은 느낌이 든다. 그해 수확한 포도로 만든 와인. 모든 사람들이 숙성된 깊은 맛이 느껴지는 와인을 좋아하는 것은 아니다.
보졸레 누보처럼 그해 수확한 와인도 그 나름의 맛이 있다. 깊은 맛은 아니지만 상큼한 맛이 느껴지고 저렴한 가격에 많은 사람들이 좋아하는 와인으로 많은 사랑을 받듯이 말이다. 이 책이 그런 책 같다. 20대 청년이 삶을 대하는 상큼한 맛. 깊고 삶에 대한 성찰은 없지만 20대의 상큼한 맛이 느껴지는 인생을 그렸다.
연애의 이야기도 이혼한 부모를 대하는 그의 마음도 깊은 맛을 좋아하는 사람으로서 보면 가벼운 그의 마음을 이해할 수는 없을 것 같지만, 이렇게 생각할 수도 있겠구나 하는 상큼한 맛으로 이해하면 될 것 같다. 깊은 맛을 의미하기 보다, 벌컥벌컥 마실 수 있는 것도 보졸레 누보에게만 주어진 특권이다. 삶을 꼭 깊은 맛으로만 느끼지 말고, 때로는 이렇게 가볍게 스치고 지나갈 필요도 있을 것 같다. 20대의 상큼한 삶을 느껴보고 싶다면 이 책을 봐도 괜찮을 듯하다.
<다시 읽고 싶은 글귀>
아인슈타인은 "성공하는 사람보다, 가치 있는 사람이 되기 위해 노력하라."라고 말했는데, 사람들의 기준은 너무나 주관적이라서 그들에게 맞출 수가 없다. 어느 작가는 "평범한 당신이 특별해질 수 있다는 달콤한 말은 실상, 아무도 특별하지 않음을 반증하는 셈이다."라고 말했다. 그 말이 맞다.
누군가를 떠나보낸 경험에서 얻은 교훈은 하나. '우리 만남이 오늘이 마지막일 수도 있으니 최선을 다하자.' 단지 이것뿐이다. 항상 최선을 다하면 피곤할 수 있지만 그래도 나중에 후회할 바에는 할 수 있는 만큼 노력하는 게 좋다고 생각한다. 적어도 나 자신에게 떳떳해질 수 있으니까.
사람의 가치는 그 그림처럼 어떤 환경에 처하느냐에 따라 달라진단다. 그림은 창작물이기 때문에 보는 사람에 따라 값어치를 다르게 측정하지. 설령 그게 하찮은 그림이라도 누가 바라보느냐에 따라서 그 가치가 달라진다는 거야. 네가 이 그림과 같다는 생각이 들지 않니? 그 어떤 것보다도 중요한 사실은 네가 스스로를 소중하게 대할 때 비로소 네 인생의 가치가 올라가는 거야. 그게 가치 있는 삶을 위한 첫걸음이 되겠지.
자신에게 엄격해지면서 나중에 스스로가 극복했다고 말하지만 실은 아픔을 마음속에 담아두고 외면하고 있던 것에 불과하다. 나를 인정하고 받아들이는 것은 솔직한 것이지 나약한 것이 아니다. 내 모습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인다는 것은 용기가 없으면 불가능한 일이며 그 용기는 자신의 장점을 인정하고 약점 또한 받아들일 줄 아는 사람으로 만들어 준다.
거리를 두는 것은 인간관계에서만 가져야 할 처세술이 아니다. 내 육체를 지배할 만한 부정적인 감정들하고도 거리를 둘 줄 알아야 한다. 그러므로 평소에 감정의 평행선을 이어 가다 보면, 나다움을 유지할 수 있는 안정적인 지점을 발견할 수 있다.
보석을 찾는 걸 결혼이라고 다들 생각해요. 결혼을 꿈꾸며 한 번쯤 그려보는 자신의 이상형. 그게 결혼이 아니라, 원석을 만나서 보석으로 만들어 가는 과정이라 생각해요. 사랑하는 사람이 보석이 돼가는 모습을 보는 게 정말 신나는 일이에요. 그리고 완석인 나도 내 배우자를 통해 점차 보석이 되어간답니다. 보석만 찾다가는 결혼 생활에 실망할 수밖에 없어요.
노력해도 결과는 배신할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노력하는 이유는 1%의 가능성을 2%로 만들기 위함이고, 그것들이 쌓이고 쌓여서 원하는 결과물을 이루는 것에 있다. 내가 할 수 없는 일을 구분해놓고 노력할 때 결과가 배신할 수도 있다는 각오를 하고 몰입하면, 정신 건강에 도움이 되지 않을지 의견을 건네 본다.
나는 한국 사회에서 "휴식"을 취할 때, 혹은 쉰다고 말할 때 괜한 선입견을 품고 바라보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 '끊임없이 움직여야 성실한 살마'이라는 생각. '멈추면 현실에 안주하고 있는 사람'이라는 인식들 말이다. 아무리 끊임없이 움직여도 방향도 모른 상태로 달려가면 말짱 꽝이다. 때로는 쉬면서 지친 마음을 달랠 필요가 있다. 우리는 기계가 아닌, 존엄성을 지닌 인간이니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