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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진애의 도시 이야기 - 12가지 '도시적' 콘셉트 ㅣ 김진애의 도시 3부작 1
김진애 지음 / 다산초당(다산북스) / 2019년 11월
평점 :
어디서 많이 본 사람 같은데... 텔레비전을 잘 안 보는 나로서는 그냥 좀 생소했지만, 이름이 낯설지는 않았다. 왜 그랬을까 하며 작가 소개란을 봤다.
역시... 내가 봤던 책들의 작가였다. <왜 공부하는가> <한 번쯤 독해져라> <여자의 독서>라는 책을 읽었을 때는 매우 쌘 언니처럼 느껴졌다. 그리고 그 책을 읽을 때 큰언니에게 혼나는 느낌으로 읽었던 것 같다. 하지만 틀린 소리는 아니었다. 정말 얄미울 정도로 바른 말만 하기 때문에 더 얄밉게 느껴졌는지도 모르겠다.
여자라면 한 번쯤 독해야 하고, 또 책도 읽어야 하고, 공부도 해야 한다고 했다. 왜 이렇게 힘들게 살아야 할까? 책을 읽어보면 독이 가득 든 사과 같은 느낌이 들었다. 말이 너무 세서 상처를 받을 수도 있을 것 같았다. 여기서 나오는 대로 살지 않으면 모두가 루저가 될 것 같은 느낌도 들었다. 그래서 그런지 좋은 내용의 책이긴 하나 혼나는 느낌과 더블어 다시 또 이 책들을 읽고 싶은 생각이 들지는 않았던 것 같다.
그러던 내가 그분의 책을 또 빼 읽게 되었다. 이렇게 잔소리해 주는 책은 내용이 뻔하다는 것을 알면서도 은근 중독되는 맛이 있다. 혼나야지 정신 차리는 아이처럼, 가끔씩 나를 눈물 쏙 빼게 해주는 여성 부장님의 잔소리 같은 느낌이 든다. 그런데 이 책은 조금은 다르다. 그전의 책들은 너무 강한 여성 느낌이라 찔러도 피 한 방울 안 나올 것 같은 이미지였다면 이 책은 이야기보따리 같은 느낌이다.
미안한 말씀이지만 작가님도 나이가 들다 보니 글에서 그 독기가 빠진듯한 느낌이 든다. 그렇다고 흐물거리는 느낌은 아니다. 많이 부드러워진 느낌이라고 할까? 아마 60대가 되어서 그럴 수도 있을 것이고, 이제는 그렇게 살아봤자 별거 없다는 생각이 들어서도 그럴 것이다. 그래서 그녀는 자신의 진짜 전공인 도시계획의 이야기를 시리즈로 해 주신다. 그만큼 할 이야기가 많은 것 같다.
알뜰 신잡이라는 프로를 재미있게 봤던 기억이 있다. 그녀가 나오는 부분도 한 편 정도 본 것 같다. 그런데 참 재미있는 느낌이 들었다. 정말 별명처럼 김진애너자이저였다. 나이를 간음할 수 없을 정도로 그렇게 여행을 다니시는 힘은 어디서 나오는지 모르겠다. 그리고 여행지에서 하나하나 설명해 주시는 모습이 정말 다른 포스가 느껴졌다. 만약 기회가 된다면 함께 여행을 가보고 싶을 정도로 박학다식한 분이신 것 같다. 모르는 게 없는 것 같은 느낌. 이 분은 어떻게 해서 이런 잡다한 지식들에 해박해졌을까?
이 책은 그녀와 함께 여행하는 느낌으로 읽게 되는 것 같다. 정말 친절한 언니처럼 자세하게 설명해 준다. 도시를 알고 접하는 것과 모르고 접하는 것은 하늘과 땅 차이다. 그녀는 여러 사례를 들어가면서 우리에게 이야기를 해 준다. 광장의 의미가 무엇인지, 도시가 왜 만들어지는지, 무엇이 중심이 되어야 하는지를 도시 이야기를 하면서 여러 이야기를 우리에게 들려준다. 스토리로 풀어가니 이야기가 지루하지 않고, 점점 더 도시에 관심이 가게 된다.
그냥 사람들의 필요성에 있어서 만들어지는 것 같은데, 나름 다들 의미를 가지고 탄생하는 것이다. 이런 점에 있어서는 사람과 같은 것 같다. 환경을 이야기하고 공간을 이야기한다. 그 중심에는 늘 사람이 있다. 사람이 있어야 도시가 만들어지고 경제활동이 시작되는 것처럼 말이다. 왜 이분의 이야기를 듣고 싶어 하는지 알 것 같다. 도시를 만드는 것이 그냥 만드는 것이 아니라 여러 스토리가 합쳐져서 지금의 도시가 만들어지게 된 경위도 알게 되었다. 그래서 앞으로 도시를 예전처럼 그냥 보지는 않게 될 것 같다. 조금 더 흥미 있게 관찰하게 되고, 도시의 의미를 파악하려고 애쓸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