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와 아들의 교향곡 - 음악에 살고 음악에 죽다
금수현.금난새 지음 / 다산책방 / 201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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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제목에서 느껴지듯이 이 책은 아버지와 아들이 같이 쓴 책이다. 그것만으로도 나는 참 부러웠다. 아버지와 함께 할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참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이미 금난새 님의 아버지는 돌아가신지 오래되셨다. 하지만 살아계실 때 많은 글들을 쓰셨고, 다 알려지지 않은 글들 중에서 아들이 그 뒤를 이어서 쓴 것이다. 마치 교향곡처럼 따로 또는 같이 어울려서 하나의 완성작을 만들듯이 말이다.

이 책의 표지에서 느껴지는 느낌과 같다. 아버지가 어린 아들의 손을 잡고 걸어가는 모습. 아들에게 있어서 아버지는 어떤 존재이고 어떤 의미일까? 엄마와 딸이 느끼는 감정과는 또 다른 느낌일 것 같다. 어린 아들에게는 아버지는 엄청난 존재일 것 같다. 크고 힘도 세고 한편으로는 무섭게도 느껴지면서 존경심까지 느껴지는 그런 부분도 있을 것 같다. 하지만 그 아들이 나이가 들고 나서는 아버지의 작아진 모습을 보게 될 것이고, 또 본인의 아들이 생겼을 경우 또 다른 위치에서 아버지를 볼 것 같다는 생각을 해 보게 된다.

아버지 탄생 100주년 기념으로 아버지와 아들이 함께 책을 냈다는 것이 가족 역사에 있어서도 참 감사한 일이 될 것 같다. 금난새 님의 에필로그 부분에 있어서 맨 마지막 글에 여운이 남는다. 이미 흰머리 가득한 백발의 할아버지가 된 그가 말한다. 이 글을 쓰면서 점점 아버지를 닮아가는 자신의 모습을 발견한 것 같다는 그의 말. 극복의 존재로서 생각했던 아버지의 모습을 어느새 자신이 닮아가고 있다는 것이다. 왠지 그 느낌을 알 것 같다. 알게 모르게 부정하고 싶어도 아버지에게 닮은 모습이 남아 있듯이 자식에게는 아버지가 그런 존재일 것 같다는 생각을 해 본다. 그러면서 그의 글에 아버지의 색이 입혀져서 아버지를 그리워하는 아들의 모습도 충분히 느껴진 것 같다. 참 부러운 가족관계이고, 참 부러운 책인 것 같다.

<다시 읽고 싶은 글귀>

용기라는 것은 안다는 것만으로 생기는 것이 아니고 뜻 가짐이 있어야 한다. 이 세상에는 알고도 행하지 않고 알기 때문에 용기를 못 내는 경우가 많다. 반대로 "지성이면 감천"이라는 말이 있듯이 정의에 따르고 악에 반항하는 용자들을 만들기 위해서는 지식 교육도 필요하지만 정서 도야도 더욱 필요하다. ___35p

지금도 도시인이 농촌에 가보면 개척할 분야가 많음을 느끼듯이 같은 도시인끼리도 머리가 좋은 사람 눈에는 길바닥에 돈이 굴러다니고, 실직자는 먼 산만 바라보며 그 돈을 밟고 다닌다고 표현할 수 있다. 이러한 투시력을 새로운 용어로 '아이디어'라고 한다니 아이디어 지닌 사람은 굶지 않으리라. __ 99P

아버지는 이기기 위해 탁구를 친 게 아니었다. 즐기기 위해, 자신의 행복을 위해 탁구를 친 것이다. 이런 아버지의 넉ㄴ거하고 여유 있는 태도는 내게도 많은 영향을 끼쳤다. 음악도 이와 같다고 생각한다. 오케스트라는 앙상블이 생명이다. 나만 잘하려고 하면 무리하게 되고, 무리하면 앙상블이 깨지기 쉽다. 노련한 연주자가 먼저 수비하듯 상대방을 받아주고, 들어주고, 배려해주면 자연스럽게 앙상블이 이루어진다. 나보다 조금 미숙한 사람이 있을 경우 탁구 칠 때처럼 상대방이 치기 좋게 공을 잘 넘겨주는 것이 진정한 실력자다. __189p

문화라는 건 이처럼 우연한 계기로 발전된 것들이 많다. 어쩌면 우리네 인생도 마찬가지가 아닐까. 제대로 잘 갖춰진 환경 속에서만 멋지고 기막힌 작품이 탄생하는 게 아니다. 시작은 보잘것없고 아무것도 아닌 것 같아도 기나긴 과정을 거치는 동안 얼마든지 웅장하고 화려한 것이 나올 수 있다. 큰 열매는 결코 큰 씨앗에서만 나오는 것이 아니다. __ 209p

하지만 내 생각은 조금 달랐다. 배움의 길은 수없이 많은데, 어째서 한 스승에게만 배워야 하는가? 아무리 훌륭한 대가라 하더라도 인간에게는 한계가 있게 마련이다. 여러 스승을 찾아가 두루두루 배우는 것이 학생을 위해 좋은 일일 것이다. __214p

우리가 죽을 때까지 잊지 말고 꼭 실천해야 할 게 두 가지 있어. 그게 뭔지 아나?" "글쎄, 그게 뭔가?" "하나는 공부고, 또 하나는 아부야!" "공부는 알겠는데.... 아부?" 나는 깜짝 놀랐다. 살아 있는 동안 끝없이 공부하면서 사는 거야 당연한 것이라 여겼지만 아부하면서 살라는 말은 처음 들었기 때문이다. 아부란 왠지 좋지 않은 뉘앙스의 말이다. 하지만 그 친구의 해석은 달랐다. 진심으로 상대방을 배려하고 이해하며 존중하는 것을 그는 좋은 의미에서 아부라고 표현한 것이다. 마음을 다해 칭찬하고 인정하고 격려하는 것이 바로 아부다. 그 친구에 따르면 아부를 많이 할수록 더 풍요로운 사회가 된다는 것이다. __217p

글을 쓰다가 한 가지 깨달은 게 있습니다. 젊었을 때는 제 나름대로 아버지를 극복하기 위해 애를 썼는데, 나이를 먹다 보니 어느새 제가 아버지를 점점 닮아가고 있다는 생각이 든 것입니다. 자꾸 글도 쓰고 싶고, 노래도 부르고 싶고ㅡ 말도 많아지고, 이것저것 하고 싶은 일들이 늘어납니다. 어쩌겠습니까? 이것 역시 아버지에게서 물려받은 천성인 것을요. __ 270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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