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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이효재 - 대한민국 여성 운동의 살아 있는 역사
박정희 지음 / 다산초당(다산북스) / 2019년 9월
평점 :
이 책을 읽고 깜짝 놀랐다. 진짜 우리나라 여성의 이야기가 맞는 것인지... 1924년생. 우리 할아버지와 같은 연배의 여성 이야기다. 외국 소설에서나 나올만한 영웅이야기 같아서 나는 몇번이고 책의 앞머리를 뒤저보게 되었다. 중간에 나오는 이이효재님의 사진도 멋진 서양식의 옷을 입은 모습을 보면서 확실히 다른 분이구나...를 알게 되었다.
동시대를 살았으면서 왜 몰랐을까? 그동안 내가 생각했던 당연함이 이분들 덕에 당연함이 되었는데, 그들의 고마움도 모르고 살았다는 것이 죄스러울 뿐이다. 한국 여성들의 변화와 발전을 위해서 정말로 노력을 많이 하신 분이다. 호주제를 폐지한 것도 대단하고, 또 아버지의 성만 쓰는 것이 아니라, 아버지와 어머니의 성을 같이 쓰는 20년생의 깨어있는 여성이다.
그 시대에 미국에 간 것도 대단하지만, 공부가 좋아서 대학원도 두번씩이나 다니고, 여성으로서 박사학위를 딴 것만으로도 대단해 보였다. 그런데 이런분들 옆에는 왜 늘 항상 더 대단한 사람들이 모이는 것일까? 그래서 끼리끼리 논다는 말이 있는가보다. 이이효재님의 책을 보면 우리가 함부로 다룰 수 없는 분들의 이름이 나오기도 한다. 그냥 이분의 업적만 봐도 아우라가 펼쳐지는데... 그녀의 주변 사람들은 더 대단한 분들이 많은 것이다.
이 책 표지에 이렇게 써 있다. "오늘을 살아가는 여성 가운데 단 한명도 이이효재에게 빚지지 않은 사람이 없다!"
도대체 무슨 일을 했길래 이런 대단한 문장을 쓰는가? 했는데, 진짜 한국역사에 큰 획을 그은 분이시다. 특히 사회학 전공자이지만, 여성학에 관심을 많으셔서 결혼도 하지 않고, 아이도 없이 오로지 대한민국 여성들을 위해서 일을 한 여성운동가라고 할 수 있다. 폐미니즘하고는 다르다. 정말 이분은 기독교 교육을 어렸을때부터 받아서 남여평등이라는 것을 알았고 여성도 교육을 받을 수 있다고 생각하는 집안에서 자랐다. 그리고 100세가 다가가는 지금 이 순간에도 조국의 통일을 바라면서 미국에서 오랜 시간 공부한 것을 가지고 한국에서 뿌리를 내리고 싶어했다.
이 책을 읽으면서 대단하다... 라는 말이 계속 나올수 밖에 없었다. 이분의 이런 수고가 있었기 때문에 지금 우리가 늦은 시간까지 놀 수 있게 되고, 여성들도 남성에 소속된 사람이 아니라 독립된 존재에 대해서 말하게 되는 것이다. 아직 살아계신것에 대해서도 감사하고, 살아계실때 대한민국 여성들을 위해서 힘써주셨던 것도 감사하다. 아직도 제주도에 계시면서 꾸준하게 일을 하고 계신 이이효재님. 덕분에 우리가 당연한 것을 알고 사는것 같습니다. 여성이 투표할 수 있고, 호주제를 폐지했고, 일본군의 만행을 세상에 알리는 일을 한 것이다. 혹시나 만나게 되면 "살아 계셔 주셔서 감사하다."라는 말을 꼭하고 싶다.
<다시 읽고 싶은 글귀>
1970년대부터 이이효재 선생님은 여대생들에게 "독신으로 살 자신이 있고 독립성까지 갖추었을 때 진정으로 평등한 혼인이 가능하다"라고 말씀하셨다. 지금은 너무도 당연한 말이지만, 그때 여대생들은 그 말의 뜻을 알아듣지 못했다. "여자가 혼인하지 않고 아이를 낳았다고 해서 그 아이가 사생아가 된다는 것은 말이 되느냐?"라고 소리 높여 이야기했을 때 학생들은 깜짝 놀라며 귀를 의심했다. 그만큼 선생님은 시대를 앞서 나가며 변화를 이끄는 분이었다.
"한국 사회가 민주 사회로 발전하기 위해서는 여성들이 가정에만 얽매여 살게 아니라, 직업을 갖거나 시민으로서 지역 사회 활동에 참여해야 한다. 경제적으로 남편에 매여 살고, 심리적으로 의존해 사는 것은 지정 한 혼인이 아니다. 독립해서 혼자 살 자신이 있는 여자가 진정 평등한 혼인을 할 수 있다."
한국의 여성운동은 세계 여성 운동과 함께 해야 합니다. 더불어 여성 단체가 민족사적 의식을 가지고 자율적인 호원들의 민주적 조직으로 책임 있는 압력 단체의 역량을 갖춰야 합니다. 소비자이자 생산자인 여성이 노동 운동 의식을 가져야 하며, 가부장적 제도 개혁 운동에 적극적으로 참여하여 가정의 민주화를 가져오는 한편, 가난한 여성들의 생존권 보장, 자녀 문제, 가족 복지 정책 등이 여성 운동의 한 방향이 되어야 합니다. 이 운동은 소수 지도자나 선각자 중심이 아니라 스스로 주인이 되는 여성 운동이 되어야 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