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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뭘 기대한 걸까 - 누구도 나에게 배려를 부탁하지 않았다
네모토 히로유키 지음, 이은혜 옮김 / 스노우폭스북스 / 2019년 8월
평점 :
이 글을 읽으면서 전형적인 일본인들이 생각이 났다. 나는 일본어 전공자였고, 유학을 했고, 일본 회사에서 12년간 근무를 했다. 상대했던 사람들이 다 일본 사람들이었으니 나름 경험을 많이 했다고 할 수도 있다. 일본 사람들은 남을 배려하는 것이 기본으로 깔려 있다. 지금 대한민국 정부와 일본 정부 사이에서는 그렇지 못하고 있지만, 민간 차원에서 일본 사람들을 개인적으로 만나보면 대부분의 일본 사람들은 상대를 배려하는 마음이 있었던 것 같다. 그런데 그런 배려심이 너무 심하다 못해 깊게 느껴지는 사람이 종종 있었다.
굳이 그렇게까지 안 해도 되는데...라고 느껴질 때가 가끔 있었다. 예를 들면 백화점에서 아이가 무언가를 사달라고 떼를 쓴 것을 본 적이 있었는데, 엄마가 아이에게 혼냈었던 것이 '왜 떼를 쓰는지'에 대해서 묻는 것이 아니라, '네가 여기서 이렇게 큰소리로 울면 다른 사람들에게 피해를 준다'라며 아이를 혼내는 모습을 보고 놀랐던 적이 있다. 좋게 말하면 상대방을 인식했기 때문에 떼쓰는 아이에게 아이를 위로해 주는 말보다 다른 사람들을 배려하는 모습을 보이는 것이라 생각이 되었다.
그런데 이렇게 너무 상대를 의식하고 생각하다 보면, 혼자서 곪아 터질 때가 있다. 기본적으로 어렸을 때부터 부모에게 이런 교육을 받기 때문에 많은 사람들이 타인을 배려해야 한다는 것을 무의식적으로도 느끼고 있고, 그런 행동을 해야 한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다. 그러다 보니 자기 자신을 잃어버리지 않나? 하는 노파심도 생긴다. 타인을 중심으로 생각하다 보면 아무래도 자기 자신을 하찮게 여길 때도 있고, 자신보다 남을 우선적으로 생각할 때가 많기 때문이다. 그래서 일본에서 이런 책이 많이 나오지 않나 하며 이해가 간다.
생각해보면 그 누구도 그들에게 배려하라고 부탁하지도 않고, 말하지 않았다. 그들 스스로가 감수성이 풍부하다 못해 예민하다 보니 상대를 기분을 읽어버리고 자신을 희생 아닌 희생을 하면서 본인이 너무나도 힘들어하는 것이다. 일본 사람들뿐만 아니라 한국 사람들 중에서도 그런 사람들이 있다. 그들 스스로도 안다. 자신을 힘들게 하는 것은 타인이 아니라 자기 자신이라는 것을... 이 책에서는 그들을 위해서 조금 더 본인의 모습으로 살아도 괜찮다고 말해주고 있다. 거절해도 괜찮고 싫다고 말해도 괜찮다고 해 준다. 큰 변화가 일어나지도 않을 것이고, 그 사람이 거절한 것 때문에 관계가 불편해진다면 그걸로 그만이라는 것이다. 다 아는 사실이지만, 이들에게는 각인해 줄 필요가 있다. 알지만 행동으로 옮기지 못하는 것은 모르는 것과 마찬가지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 책이 나온 것이고, 위로가 되는 것이다.
<다시 읽고 싶은 글귀>
일 잘하는 사람이나 감수성이 풍부한 사람이라면 다른 사람의 마음이 너무 잘 보이는 탓에 이와 비슷한 경험을 자주 했을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내가 하고 싶은 말은 '당신의 훌륭함을 좀 더 인정하라!'이다. 자신의 감수성과 통찰력을 지금보다 훨씬 가치 있는 능력으로 인정해야 한다. 그러면 같은 상황에서도 '어쩔 수 없다'라고 쉽게 받아들일 수 있고 자신의 감수성과 재주를 활용해 요령 있게 일을 처리하는 방법을 찾을 수 있다. 즉 긍정적인 의미에서 주변 사람들에게 맞춰 줄 수 있다는 말이다.
상대의 마음을 잘 헤아리는 사람은 상대의 마음과 상태를 그 사람 자신보다 더 잘 알 때가 있다. 그러다 보니 무심코 자신보다 상대를 먼저 생각하게 된다. 상대가 힘들어하니 조금이라도 힘을 보태고 싶다는 생각은 당신이 사랑에서 우러난 행동을 할 수 있다는 뜻이며 이는 당신의 훌륭한 장점이다. 하지만 여기에 작은 함정이 숨어 있다. 자신보다 상대를 머저 생각하는 경우에 혹시 당신의 마음속에는 다음과 같은 믿음이 있지 않은가?
'나는 괜찮아! 괜찮아!'
'나는 아무렇지도 않아!'
'전혀 피곤하지 않은걸!'
상대의 마음을 잘 헤아리는 사람과 이야기를 나눠 보면 항상 다른 사람을 위해서는 최선을 다해 이리 뛰고 저리 뛰면서 정작 자신은 소홀히 대하는 경우가 안타까울 정도로 많다. 사실은 몸도 마음도 괴로울 정도로 지쳤으면서 '저 사람이 더 힘들 테이까'라며 힘을 짜내고, 솔직히 여유가 없는데도' 이 일을 하지 않으면 쓸모없는 사람이 될지도 모른다'라는 생각에 무리하게 일한다.
자신보다 다른 사람이나 주변 상황을 우선하면 의식이 외부로 향하면서 자기 일은 전혀 눈에 들어오지 않는다. '등잔 밑이 어둡다'라는 말처럼 쌓이고 쌓여서 견딜 수 없이 힘들어져도 그런 자신의 상태를 깨닫지 못한다. 결국 상대의 마음을 헤아려서 도와주고 있지만, 당신의 마음속에는 점점 피로가 쌓여 간다. 그래서 나는 그런 사람에게 이런 말을 해 보라고 권한다.
"나는 하나도 안 괜찮아." 고장 한 문장인데 입 밖으로 꺼내기 어려워하는 사람, 필사적으로 부정하려 하는 사람, 마음까지 욱신거린다는 사람이 꽤 있다. 작은 소리라도 좋으니 당신도 한번 소리를 내서 말해 보라. 이것이 바로 당신이 편해지기 위한 첫 단계다.
상대의 마음을 잘 헤아리는 사람은 처음에는 좋은 마음으로 시작했음에도 정신 차려 보면 어느새 상대에게 휘둘려 힘들어하는 자신을 발견하게 된다. 따라서 자기 기준을 분명하게 인식하고 행동하는 것이 인간관계를 원활하게 이끌어가는 요령이라 할 수 있다. 친절한 성격이나 평화주의, 상대의 마음을 이해하는 능력, 모두 당신의 장점이지만 남의 기준에 따라 발휘될 때는 이 모든 것이 단점으로 변한다. 결국 이 훌륭한 재능은 빛을 보지 못하는 정도가 아니라 자신을 괴롭히는 원인이 되어 버린다.
자기 기준으로 사는 삶에는 어떤 장점이 있을까?
첫째 배려할 상황을 선택할 수 있다. 상대의 마음을 잘 헤아리는 사람은 인간관계에서 항상 풍부한 감수성을 드러내며 머리를 굴려 상황을 파악한다. 그래서 이런저런 생각을 지나치게 많이 하고, 상대의 반응에 실망하거나, 알아주지 않는 상대 때문에 속상해하기도 하는 등 몸도 마음도 바빠 금세 지쳐 버린다. 이는 헤아림 능력이 너무 뛰어난 나머지 지나치게 상대를 배려해서 생기는 폐해로, 실질적으로 상대에게 자신을 맞추며 남의 기준으로 사는 상태다.
'나는' '당신은'과 같은 주어를 의식하며 이야기하면 그만큼 자신과 상대 사이에 선을 긋게 된다. 다시 말해 자신과 상대의 창이를 인식할 수 있게 된다. 상대의 마음을 잘 헤아리는 사람은 자신도 모르게 그 차이를 뛰어넘어 상대의 영역까지 파고들어 가 이것저것 살피고 배려하는 경우가 많다. 그러니 조금 귀찮고 말이 늘어지는 느낌이 들더라도 주어를 의식하는 습관을 들어 보자.
우리는 자신의 가치를 다른 사람에게 인정받아야만 비로소 가치 있다고 생각한다. '밝다고 인정해 주는 사람이 열 명은 있어야 밝다고 할 수 있지'라는 식이다. 또한 우리는 남의 기준에 맞추고 있을 때 다른 사람과 자신을 더 비교하고 나보다 밝은 사람은 얼마든지 있다고 생각한다.
나는 늘 인간관계에서 "불편한 사람을 스승으로 삼으라"라고 말한다. 자신과 스타일이 전혀 달라 대하기 불편한 사람이 바로 자신에게 가장 중요한 사실을 가르쳐 줄 스승이다. 당신이 그들을 불편하다고 느끼는 이유는 당신 자신이 싫어서 감추고 있는 부분을 그들이 드러내어 보여 주고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냉정한 사람, 메마른 사람이 불편하다면 당신도 이와 같은 면을 속에 감추고 억지로 사람들을 따뜻하게 대하고 있었던 걸지도 모른다. 이것이 바로 인간관계를 힘들게 만드는 요인이다.
'싫은 건 싫다'라는 마음을 겉으로 드러내려면 용기가 필요한데 우선 스스로 인정하는 것이 가장 먼저다. '이건 싫다' '그런 태도가 싫다' '그런 식의 말투가 싫다' '그 사람이 싫다' 등등 솔직하게 노트에 적어 보자. 기분이 나빠지고 자기를 부정하고 싶어질 수도 있지만, 점차 솔직해지는 자신의 모습을 깨달으면 어깨에 있던 짐이 가벼워지는 것을 실감할 수 있다.
상대의 마음을 잘 헤아리는 사람은 겸손한 편이기 때문에 '내가 당신을 이 정도로 생각하고 있다'라는 사실을 전하는 일에 서툴겠지만, 그 생각을 전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이번 주에 일이 많아서 피곤하지 않아? 나는 만나고 싶지만 혹시 피곤해서 만나기 힘들면 말해 줘"라는 말에서는 만나고 싶지 않다는 뉘앙스가 느껴지지 않는다. 그러니 무엇보다 '나의 진심을 확실하게 전한다'가 우선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