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는 게 뭐라고 - 시크한 독거 작가의 일상 철학
사노 요코 지음, 이지수 옮김 / 마음산책 / 201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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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세이 수업을 듣고 있는데, 선생님이 이분의 에세이를 예로 설명을 해 주신 게 있었다. 뭔가 조금 독특한 느낌이다. 일본의 유명한 동화 작가라는데 에세이는 전혀 동화스럽지 않다. 오히려 고집 센 할머니 같다고 나 할까? 조금은 독특한 분이라고나 할까? 암 선고를 받고 온 날 포르쉐를 산 할머니다. 이분의 에세이는 이분의 동영상을 보고 있는 듯한 느낌이다. 얼마나 자세하게 하루를 적어놨는지 왠지 함께 있는 느낌이 든다. 이것이 이분의 특징인가 보다. 처음에는 이 책을 읽으면서 내가 도대체 이 책을 왜 읽고 있지? 하는 기분도 들었다.

도통 내용도 없고, 감동도 없어 보이는 이 에세이는 느리게 걷는 노인의 세상에서 혼자 걸크러쉬 같은 할머니라 씩씩한 느낌까지 든다. 일상의 생활을 아주 세세한 감정으로 받아 적은 듯한 느낌이다. 도대체 이 할머니는 왜 우리에게 이 책을 읽히고 싶어 한 것일까? 시크한 독거노인 작가의 일상 철학이라는 부제목이 참 잘 어울린다는 생각을 해본다. 뒷 부분쯤 가니 이유를 알 것 같다.

사노 요코, 일본의 국민 시인이라는 사람과 결혼을 했고, 두 번의 이혼 경력이 있다. 90이 넘은 엄마가 치매로 고생하시면서 요양병원에 계시고, 자신은 60이 넘은 나이로 귀여운 치매 증상을 보이고 있다. 말이나 생각은 걸크러쉬인데, 행동은 그렇지 못하다. 자꾸 까먹고 잃어버리는 생활이 참 싫다. 유방암 말기라 얼마 살지 못한다는 말을 듣고 포르쉐를 산 할머니. 그 모습만으로도 일상의 할머니들과 다르다. 자녀가 없어서 그런 것일까?

집에 믹서기를 새로 사놓고, 친구에게 갖고 싶은 믹서기가 생겼다며 생일 선물로 요청했다가 똑같은 믹서기가 부엌에 있는 것을 보고 좌절한다. 그럴 수도 있지...라고 생각이 들면서도 자신의 이런 모습이 싫은 건 어쩔 수 없는가 보다. 자꾸 물건을 잃어버리고 내가 무엇을 해야 할지 잊어버리면서도 죽을 날을 받아 놓은 할머니답지 않게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이 있으면 하고 사는 것 같다. 한국 드라마가 좋아서 턱이 돌아갈 때까지 보기도 하고, 방송을 보면서 정말 맛없다고 생각하는 음식을 얼마나 맛이 없는지 따라 해 보기도 한다. 그녀의 호기심은 죽을 날을 받아놔도 어쩔 수 없는가 보다. 그래서 그녀는 죽기 전까지 이 책을 썼는데, 이 책을 읽어보면 슬프거나 힘들어하는 모습은 보이지 않는다. 아직도 훨씬 더 오래 살 날이 남은 사람처럼 호기심 가득한 한 노인의 모습이 그려져 있다.

아마도 작가는 자신의 기억들이 점점 살아지는 것이 싫었기 때문에 정신이 있을 때, 글을 쓸 때마다 자세하게 묘사하듯 적는가 보다. 그녀의 글을 읽고 있으면 왠지 옆에서 함께 있는 듯한 느낌이 들 정도이다. 다 읽고 난 후 뭔가 큰 깨달음을 얻었다고 하기 보다, 이 책의 제목처럼 '사는 게.. 뭐라고..'라는 표현이 맞게끔 느껴진다. 호기심 가득한 언니의 모습이 오히려 나는 보기 좋았다. 죽음이라는 삶에 순종하기 보다 호기심 가득 안고 사는 모습이 모습이 좋았고, 사 놓고 얼마 타 보지 못하긴 했지만, 포르쉐를 살 수 있었던 이분의 담대함이 참 좋았던 것 같다. 만약 내가 이분이라면 나는 어떻게 죽음을 맞이하려고 할까? 아마도 포르쉐는 사지 않더라도 이분의 책을 읽었으니 이분처럼 호기심 가득한 소녀처럼 마지막까지 그렇게 살고 싶다는 생각을 할 것 같다. 세상에는 참 멋진 언니들이 많은 것 같다. 나도 이분처럼 죽을 때까지 글을 쓰고 싶고, 그 글을 통해서 내가 없더라도 나라는 존재의 의미를 만들어 놓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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