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이빙 미스 노마 - 숨이 붙어 있는 한 재밌게 살고 싶어!
팀, 라미 지음, 고상숙 옮김 / 흐름출판 / 2018년 5월
평점 :
절판


요즘 새벽에 자주 잠에서 깬다. 뒤척이면서 잠이 올 때까지 기다리는 것이 싫어서 그럴 때면 거실로 나온다. 그리고 배를 쭉 깔고 책 한 권을 읽는다. 졸리면 그냥 자는 걸로... 그런데 그때 내가 집었던 책은 "드라이빙 미스 노마"라는 책이었다. 1년 살기 3월 모임 책인데, 순간 님의 추천으로 미리 읽게 된 것이다.

새벽이라 금방 잠이 들 줄 알았는데, 나는 결국 그날 날을 새고 말았다. 이 책을 한 번에 쭉 읽게 된 것이다. 그리고 그냥 잠이 들 수가 없었다. 나의 죽음에 대해서 생각하지 않으면 안 되었기 때문이다. 암에 걸린 시한부 인생의 노마 할머니. 92살임에도 불구하고 그녀는 병원에서 죽을 날만 기다리기 싫다며 아들과 며느리, 그리고 커다란 개 한 마리와 함께 여행을 떠난다. 숨이 붙어 있는 한 재밌게 살고 싶어!라는 그녀의 말처럼 그녀는 죽기 전까지 가족들과 함께 여행을 다니면서 마지막 버킷리스트를 완성하게 된 것이다.

계획이 없는 것이 그들의 계획이었다. 언제 죽을지 모르는 그녀에게 계획이라는 것은 다 쓸데없는 일이었다. 암 환자이지만, 지금 내가 가장 하고 싶을 일들을 위주로 했고, 가고 싶은 곳들을 갔다. 그리고 좋아하는 맥주 한 잔과 케이크까지... 늘 그녀는 소소한 행복을 느끼며 1년을 살았고, 그녀가 보낸 1년은 지난 91년보다 더 행복했다는 말을 할 수가 있었다. 남편과 딸을 먼저 보낸 슬픔과 함께 자기 자신도 암에 걸렸다는 절망적인 현실에도 불구하고, 그녀는 행복을 찾아 나선 것이다.

그리고 그녀의 1년 동안의 삶은 나비효과로 미국 전역에 엄청난 파장을 일으키게 된다. 페이스북의 위력이라고 할까? 며느리가 시어머니를 위해 만든 '드라이빙 미스 노마'라는 페이지에 어머니의 여행 상태를 지인과의 소통을 통해 알리게 된 것을 방송국과 여러 매체를 통해서 전국에 알려지게 되었고, 노마의 여행은 많은 사람들에게 희망을 알려주는 일이 되었다. 노마를 보면서 늦기 전에 자신의 꿈을 찾는 사람들이 생겼고, 많은 환자들이 대신해서 기뻐해 주었다. 그녀 덕분에 부모님을 찾게 된 수많은 사연들도 있었고, 병원에서 죽는 날만 기다리는 사람이 아니라, 그럼에도 불구하고 도전하는 그녀의 모습을 보면서 삶의 의미를 찾는 사람들이 생겨난 것이다.

그들이 던진 작은 조약돌은 멀리멀리 퍼져 나비효과가 되었다. 결국 그녀는 덕분에 희망을 전하는 유명한 사람이 되었고, 그녀의 죽음은 다른 사람들과 달리 행복한 죽음을 맞이할 수 있었던 것이다. 물론 그녀는 암 때문에 결국에는 피부에 물이 차고 걷지도 못하고, 힘든 투병도 하게 되었지만, 모든 것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게 되었다. 생명 연장을 위한 약을 거부하고 있는 그대로를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게 된 것이다. 마지막 그녀의 죽음을 알렸을 때는 눈물이 맺힐뻔했지만, 나 또한 이 책을 덮으면서 죽음에 대한 생각과 그녀처럼 죽음을 맞이하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그리고 할 수만 있다면 죽기 전까지 다른 사람들에게 희망이라는 것을 알려주면서 죽고 싶다는 생각도 해 봤다.

이 책을 읽고 죽음에 대해 더 진지하게 생각하게 되었다. 삶이라는 것에 대해 워낙 관심이 많다 보니 저절로 죽음까지 생각하게 되는 것 같다. 웃기는 말이지만 잘 죽고 싶다. 미스 노마처럼 나의 죽음을 통해서도 선한 영향력을 주고 싶다. 참 감사한 책이다. 참 고마운 책이었고, 그녀 덕분에 나까지 행복한 삶을 살게 될 것 같다.

< 다시 읽고 싶은 글귀>

물론 길 위에서의 생활이 지칠 때도 있었지만 그런 순간들도 가치가 있었다. 말도 안 되는 계획을 세워야 하거나 그렇게 세운 계획이 다 틀어지기도 했지만 한편으로는 그 덕분에 모든 게 계획대로 돌아갔다면 하지 못할 뜻밖의 경험을 하기도 했다.

우리는 어머니의 웃음이 우리 두 사람뿐 아니라 다른 사람들에게도 전염성이 크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어머니는 누군가의 손길과 도움이 필요한 상태였고, 그런 점 때문에 길을 나선 첫날 내 안에 커다란 두려움이 싹튼 게 사실이었다. 하지만 우리는 이제 어머니의 색다른 모습을 발견하며 즐거워하고 있었다. 어머니는 우리의 보살핌에 대한 대가로 가격을 매길 수도 없는 소중한 것을 주고 있었다. 순수한 즐거움, 모험을 두려워하지 않는 정신, 다른 사람들과 어울려 함께하고자 하는 태도, 모든 걸 버렸기 때문에 모든 걸 즐기고 감사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었다.

엄마가 팔을 활짝 벌렸을 때 나는 엄마가 온몸으로 우리에게 완벽한 신뢰를 보여주는 것처럼 느꼈다. 그날 우리는 신뢰야말로 자유의 가장 심오한 원천이라는 사실을 깨달았다. 신뢰가 없으면 즐거움을 감옥에 가두고 그저 본인의 숨을 연명해 나가기에만 급급할 것이다. 하지만 한순간이라도 내 주위에 나를 도와줄 사람이 있다는 것을 기억한다면, 다른 것들을 내려놓을 수 있는 자유를 발견할 수 있다. 그러고 나면 인생을 살아가는 길에 놓인 수많은 작은 장애물까지도 즐기지 못할 이유가 없을 거란 생각이 들었다.

우리가 나이 들고 아픈 사람을 대할 때 가장 저지르기 쉬운 잘못은 단순히 더 아프지 않게, 또는 더 이상 다치지 않게 오래 사는 것에만 관심을 갖는다는 것이다. 사실 이들은 그 이상의 것을 중요시한다. 자기 인생의 이야기를 계속 만들어 나갈 수 있는 기회가 이들이 의미 있는 인생을 유지하는 데 가장 중요한 요소다.

엄마는 항상 즐거움이 즐거움을 가져다주고, 사랑이 사랑을 낳고 평화가 평화를 불러온다고 생각했다. 미소를 지을 때마다, 수줍어할 때마다, 그리고 지도상의 한 점을 지날 때마다 우리는 엄마로부터 많은 것을 배웠다. 엄마가 세상을 떠나기 전에 함께 여행하면서 엄마를 알 수 있는 기회를 갖게 되어 얼마나 감사한지 모른다. 엄마는 나에게 인생에 대해서 "Yes!"라고 할 줄 알아야 한다는 것을 가르쳐 주었다.

세상에는 정말 멋진 일이 많답니다. 그런데 이것들이 전부 계획 없이 찾아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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