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마터면 열심히 살 뻔했다 (겨울 에디션)
하완 지음 / 웅진지식하우스 / 2018년 4월
평점 :
품절


2018년에는 다른 해 보다 유독 에세이가 많이 팔렸던 것 같다. 이 책도 그중 하나이다. 이 책을 읽으면서 들었던 느낌은 요즘 사람들이 위로받고 싶어 하는구나...를 느끼게 된 것 같다. 대한민국 사람들, 특히나 20~30대의 사람들이 많이 지쳐하고 있는 것 같다. 죽고 싶지만 떡볶이는 먹고 싶다는 에세이도 그렇고,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아무렇지 않구나라는 책도 그렇고, 다들 위로해 주고 힐링이 되는 그런 책들이 인기가 있었던 것 같다.

다들 나와 같은 마음이기 때문에 더 손이 가게 되는 것은 아닐까? 정말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괜찮다는 말을 듣고 싶었고, 열심히 살고 있지만 열심히 살고 있지 않아도 괜찮다는 말을 듣고 싶었기 때문이었을 것 같다. 그만큼 사람들이 힘들어하고 아파하고 있는 것이다. 누군가에게 위로받고 싶지만 그 위로조 차도 사치처럼 느껴진다. 열심히 살지 않으면 안 된다고 배워왔기 때문이다. 나만 다른 사람들과 다르다는 것을 참지 못하고, 다른 사람들의 눈치와 입을 조심하게 된다.

아무리 사회가 개인주의이고, 혼밥, 혼술이 늘어난다고 해도 그들의 안주는 주의 사람이 되는 것이고 비교 분석까지 하게 되면서 혼자서 절망감에 빠지기도 한다. 죽고 싶지만 그래도 살고 싶은 마음이 조금이나마 남아있기 때문에 이것은 사는 게 아니라 버티는 것이라 생각이 된다. 대한민국은 공기만 나빠진 게 아니라, 삶의 만족도도 정말로 나빠지고 있는 것 같다. 언제쯤 되면 조금 더 살기 좋은 세상이 될까?

작가는 게으르게 살고 싶다는 마음을 가지고 40살이 된 기념으로 회사를 퇴직했다. 딱히 모아놓은 돈 없이 지금까지 회사에서 벌어온 돈으로 베짱이 노릇을 하고 있다. 다행인지 베짱이는 노래를 썼고 그 노래를 히트가 돼서 잘 살게 되었다는 요즘 우화와 비슷하게 그는 이 책을 써서 베스트셀러에 오르면서 유명 작가가 되었다. 그는 정말 행운아인지 모르겠다. 작가 덕분에 확실히 느끼게 된 것이 있다. 일은 잘하는 일보다, 좋아하는 일보다 하고 싶은 일을 해야 한다는 것. 좋아하는 것이 일이 되면서 더 이상 좋아하게 되지 않을 확률이 크기 때문에 좋아하는 것도 일로 만들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정말 맞는 말인 것 같다. 나도 좋아하는 일보다, 잘하는 일 보다, 이제는 하고 싶은 일들을 하면서 살고 싶다.

< 다시 읽고 싶은 글귀>

실패를 인정하는 용기. 노력과 시간이 아무런 결실을 맺지 못했더라도 과감히 버릴 줄 아는 용기. 실패했음에도 새로운 것에 다시 도전할 수 있는 용기. 현명한 포기는 끝까지 버티다 어쩔 수 없이 하는 체념이나 힘들면 그냥 포기해버리는 의지박약과는 다르다. 적절한 시기에 아직 더 가볼 수 있음에도 용기를 내어 그만두는 것이다. 왜? 그렇게 하는 것이 이익이니까! 인생에도 손절매가 필요하다.

타이밍을 놓치면 작은 손해에서 그칠 일이 큰 손해로 이어진다. 무작정 버티고 노력하는 것만이 능사가 아니다. 지금 우리에겐 노력보다 용기가 더 필요한 것 같다. 무모하지만 도전하는 용기 그리고 적절한 시기에 포기할 줄 아는 용기 말이다.

돌아올 집이 없다면 여행이 여행일 수 있을까? 정말 외톨이라면 외로움을 즐길 수 있을까?

혼자만의 시간은 다시 돌아오기 위한 여행이다. 잠시 떨어져 바라볼 줄 아는 지혜다. 정말 혼자가 아니라는 것에 감사하게 되는 시간이기도 하다. 나는 혼자 있는 걸 즐길 줄 아는 사람이 좋다. 혼자 있는 걸 못 견디고, 모든 걸 함께 하려고 하는 사람보단 혼자서 할 줄 아는 게 많은 사람이 좋다. 그런 사람들이 타인과도 좋은 관계를 맺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나는 왜 내 나이가 창피할까? 누구나 나이를 먹고 늙어가는 건데, 그런 것들이 창피하고 부끄러울 이유가 아니라는 걸 알면서도 왜 이런 마음이 드는 걸까? 아마도 그 마음의 바탕에는 '이 나이 먹도록'이라는 정서가 깔린 것 같다. 이 나이 먹도록 이룬 것도 없고, 가진 것도 없고, 젊을 때 했던 실수를 계속 반복하고 후회하고 방황하는 나라서 나이 먹을 걸 자시 있게 말하지 못하고 부끄러워하는 게 아닐까? 사람마다 각자의 속도가 있다고 말하고 다녔는데, 정작 나는 '이 나이 먹도록'이라는 생각을 하고 있었다니 나도 모르는 사이에 조바심을 내고 있었나 보다. 나이를 먹을수록 누군가 쫓아오는 것 같은 기분이 드는 건 나뿐일까?

아, 나는 좀 더 저질렀어야 했다. 망하더라도 말이다.

인생은 후회로 가득하다. 내일이 되면 또 오늘을 후회하고 있을지 모른다. 후회해도 후회하지 않아도 인생은 굴러간다. 오늘도. 그래. 아아...... 우린 슬픈 거다.

그래서 누군가는 진짜 좋아하는 일을 직업으로 삼지 말라고 충고한다. 또 다른 누군가는 자신이 진짜 좋아하는 일을 직업으로 삼아야 한다고 말한다. 도대체 어쩌라는 건지 모르겠다. 선택은 각자의 몫이고 아마 어떤 선택을 해도 후회하게 될 것이다. 인간은 욕심이 많은 동물이니까. 어쩌면 우리는 일 (직업)에 너무 많은 것을 바라는지도 모른다. 먹고사는 건 기본이요, 돈도 많이 벌었으면 좋겠고, 자아실현도 하고, 재미있으면서 너무 힘들지 않고, 거기다 여가 시간이 보장되고, 존경까지 받는...... 그런 직업은 아무래도 무리겠지? 사실 저기서 한두 가지만 충족되고 괜찮은 일이다.

욕심을 버리라는 이야기는 꿈을 꾸지 말라는 이야기가 아니라, 꿈을 꾸고 이루려고 하되 큰 기대를 하지 말라는 이야기가 아닐까? 반드시 이뤄야 한다고 초조하게 생각할 것이 아니라 큰 기대하지 말고 가벼운 마음으로 꿈을 향해 노력하는 삶 말이다. 기대 없이 인생을 산다는 건 어쩌면 불가능할지도 모른다. 더 나은 삶을 바라는 것부터가 기대한다는 이야기니까.

우리는 이 말을 입에 달고 산다. 그런데 이 '열심히'라는 말에는 싫은 걸 참고 해낸다는 뜻이 내포되어 있다. 즐겁지가 않다. 그래서 열심히 살면 힘들다. 그건 견디는 삶이니까. 같은 일도 이왕이면 '열심히'보다는 '재밌게'가 낫지 않을까? 생각을 바꾸는 것만으로도 삶이 달라질 거라고 말하면 너무 설득력이 떨어지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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