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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어타운 ㅣ 베어타운 3부작 1
프레드릭 배크만 지음, 이은선 옮김 / 다산책방 / 2018년 4월
평점 :
프레드릭 배크만의 새로운 소설이다. 운이 좋게 나는 그의 책들을 다 읽게 되었다. 소설을 잘 읽지 않는데 그의 책은 한편의 영화를 본듯한 느낌을 준다. 다소 지루하듯 흘러가는 스토리인듯하지만, 그 스토리 안에서는 여러 과정들을 거쳐서 결국에는 따뜻한 느낌으로 끝난다. 그러면서도 한가지 문제점들에 대해서 생각하게 하는 것이 그의 매력인 것 같다.
그의 책은 모두 연결이 된다. 그의 책을 다 읽었지만 거기까지는 생각하지 못했던 것을 역시 번역자는 그 부분을 잘 캐치한 것 같다. 그러면서 자연스럽게 그의 소설이 그다음을 궁금하게 만드는 것도 반전인 것 같다.
하키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지만, 실제 그 이야기가 중심은 아니다. 성폭력 사건이 벌어지면서 마을 사람들이 대처하는 모습, 그리고 피해자의 모습을 보면서 자연스럽게 대한민국의 현실에 대해서 떠오르게 된다. 여자로서도 별로 언급하고 싶지 않은 문제이지만, 요즘 대두되고 있는 성폭력 사건들과 이 소설은 가장 닮은 듯하다. 더 이상 미투 운동이 일어나지 않도록 이런 일 자체가 없어야 하는데... 딸 가진 엄마로서도 마음이 썩 좋지는 않다.
하키가 이 마을을 살리는 유일한 스포츠이다. 하키를 잘해서 이 마을을 다시 활기 있는 마을로 만들어야 하기 때문에 마을 사람들의 관심도 대단하다. 하지만, 그중 에이스라고 하는 선수가 한 여성을 성폭력하면서 가장 중요한 시즌에 마을 사람들 앞에서 체포된다. 그런 모습을 보면서 마을 사람들은 가해자에게 비난을 돌리는 것이 아니라, "피해자에게 왜 하필 이때에 그 사실을 밝혀야 해냐?"하는 말을 했을 때, 가슴이 아팠다. 그렇지 않아도 성폭력 당해서 이미 몸과 마음이 무너질 대로 무너진 사람에게 오히려 책임 과실 하는 것이다.
우리나라에서도 김생민이라는 오랫동안 무명으로 지냈다가 이제 막 뜨려고 하는 시점에 성폭력 했다는 과거가 밝혀지면서 그는 다시 사라지게 되었다. 그 사람의 입장만 본다면 안타까운 일인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그 피해 여성은??? 왜 자신은 죄인처럼 숨어지내고, 평생 잊지 못할 기억으로 간직하며 살아가야 하고, 가해자는 떳떳하게 방송도 하고, 착한 이미지로 사람들에게 사랑까지 받으면서 살아야 하나.. 텔레비전을 볼 때마다 나오는 그 사람을 보면서 정말로 죽고 싶을 정도로 힘들어했을 것이다.
가해자의 자살로 사건 자체가 없어진 것도 그렇다. 잘 나가는 연예인. 그리고 교수라는 타이틀로 학생들에게 성희롱과 성폭력을 했던 가해자. 참을 수 없이 힘들어서 자살했다고 하지만, 너무나도 무책임한 행동에 그를 애도하기보다 그냥 이 사실 자체가 너무나도 착잡했었다. 유족들에게는 힘든 일이지만, 피해자들에게 또 상처를 준 것 같다. 왜 그들은 자신들이 피해자이면서도 누군가를 죽음으로 몰아간 것 같은 그런 사람으로 만들었는지...
600페이지가 넘는 이 소설과 요즘 대한민국에서 일어나고 있는 사건들이 겹쳐지는 것 같아서 가볍게 읽으려고 했던 소설이 이 책의 무게만큼이나 무거워졌다. 자신들의 이익을 위해서 똘똘 뭉친 그들을 보면서 강남에 장애인 학교 설치 반대를 위해 뭉쳤던 그들이 생각이 났다. 소설이지만, 정말 대한민국뿐만 아니라 전 세계 어디에 분명히 있을 그런 마을의 모습을 보면서 참..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 뒤돌아보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