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아시아를 만든 열가지 사건 - 한국 일본 중국 대만이 함께 읽는 근현대사
아사히신문 취재반 지음, 백영서.김항 옮김 / 창비 / 2008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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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보통 우리는 역사를 생각할 때 일련의 커다란 국가적인 대사(大事)만을 두고 이야기 할 수도 있겠지만, 개인의 소소한 일들이 담겨져 있는 다이어리의 기록들이나 어린 시절부터 앨범에 차곡차곡 쌓아놓은 추억들도 개인의 역사이자 시대상이 담긴 역사가 될 수도 있다. 그동안 친구와 애인, 가족들과 주고받았던 편지, 기억들이 담긴 물건들은 수십 수백 년 후 후손들에게 역사적인 유물의 가치로 재탄생할 수도 있다. 그래서 현재의 기록은 결국 미래의 역사로 남을 수 있기에 소중하지 않은 것이 없다. 얼마 전 읽은 남극 탐험 생존기를 다룬 책<섀클턴의 위대한 항해>, 역시 생사가 오가는 남극의 극한 상황에서 남긴 일기는 그때의 생생한 기억을 역사의 한 페이지로 만드는 중요한 자료가 되었다. 이러한 예는 최근에 발견 정조의 편지를 통해서도 알 수 있다. 그동안 정조의 독살설에 대한 반박할 만한 자료가 많지 않은 가운데 발견 된 서찰의 내용은 역사를 새롭게 조명해 보게 하는 단서가 되었음은 틀림없는 사실이다.

 아시아를 대표하는 4국 한국과 중국, 일본, 대만은 지난 150년 동안의 크고 작은 사건들들로 서로 얽혀가며, 영향을 주고 받으며 지금에 이르렀다. 아니 그 이전의 시대에서부터도 4국은 때로는 협조하고 때로는 반목하며 역사를 만들어왔다. 하지만, 불과 150년전의 역사적인 사건을 두고 4국이 바라보는 시각과 역사적 평가는 조금씩 다르다. 가령 청일전쟁을 놓고 4국의 입장 차이는 판이하다. 대외적인 역사에서는 무엇보다 자국의 자존심을 우선으로 생각하기 때문이다. 이러한 시각과 입장의 차이는 또한 각국의 역사왜곡으로도 이어진다. 동북공정이나 임나일본부설과 독도문제 등은 그 좋은 예라고 할 수 있다.

 일본의 아사히신문사 취재부는 이런 시각 차이를 보이는 4국의 공통된 역사적인 사건을 보다 보편적인 역사로 정립하고 싶은 의도에서 4국이 관련한 열 가지의 동아시아역사에 대한 면밀한 검토와 더불어 4국 역사교과서에 나타난 기술 등의 비교 그리고, 각국 학자들의 의견을 모아 책<동아시아를 만든 열가지 사건>이라는 종합적이고, 보편된 역사보고서를 내놓게 되었다.

 책의 내용은 앞에 말했던 것처럼 토론장에서 각기 다른 의견을 모아서 공통된 주제를 찾아가듯 4국의 조금씩 다른 관점의 해석과 기술, 의견 등을 비교해 보는 방식으로 서술하고 있다. 처음에는 한 나라의 신문사에서 이러한 역사를 종합해보는 작업에 대해서 참 대견스럽게 생각했지만, 다른 한편으로 4국의 역사를 다루는 문제이기 때문에 비단 드러나 있는 역사교과서의 내용을 분석해서 보도하다시피 하지만, 좀 더 객관성을 이루어 내기 위해서는 4국의 공동 취재와 제작이 이루어졌으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을 남긴다. 더욱이 그런 부분은 독도문제를 다룬 단락에서 여실히 드러났다. 일본은 2차 대전 패전이후 식민지지배 하던 자국의 행정구역이며 1951년 샌프란시스코 평화조약에서 일본이 포기한 섬에 독도를 포함시키지 않았기 때문에 여전히 자신들의 영토라 주장을 하는 것이고, 한국은 민족의 존엄이 걸린 역사문제로만 생각한다는 것이다. 이는 다르게 해석하면 우리는 근거없이 독도를 한국의 영토라고 주장하고 있다는 보기 좋은 표현일 수도 있다. 한편으로는 일본인을 위해 만든 신문의 연재기사이고 자료이기에 어쩔 수 없다는 생각이 든다. 그리고, 이렇게 4국의 공통된 화제가 되는 역사를 좀 더 면밀히 고찰해 보는 취재 노력만으로도 박수를 보내고 싶다. 이 또한 미래에 역사를 공부한 좋은 비교자료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우리는 매일매일 역사의 순간을 살아가고 있지만, 단지 기억속에 담고 있다 잊고 만다. 결국 개인의 역사 뒤안으로 그저 흔적없이 사라지는 것이다. 나는 이 책을 통해 보다 개인의 기록으로 비롯될 수 있는 역사의 흔적들에 대한 소중함을 깊이 느껴보게 된다. 그 사건의 기억을 담고 있는 역사의 기록들은 역사의 보편성에 큰 역할을 하게 되고, 어떠한 반론도 무마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역사 또한 아무런 노력없이 절대로 기억되지 않는다는 것을 깊이 느껴보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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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과 평화 - 김정일 이후, 북한은 어디로 가는가
장성민 지음 / 김영사 / 2009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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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전반평화(半戰半平和)’ 는 1950년 발발한 한국전쟁 직후 현재까지 유지되고 있는 한반도의 상황이다. 이를 긍정적인 시각으로 볼 때 지난 50년 이상동안 위기상황은 있었지만, 이후 전쟁으로 치닫는 상황까지 벌어지지는 않았다는 점을 들어 더 이상 한반도에서 전쟁은 일어나지 않을 거라 안심할 수도 있다. 하지만 남북한은 여전히 양자간 종전선언이나 평화협정과 같은 공식적인 입장이 천명되지 않은 휴전상태이고, 북한은 2006년 핵실험에 이어 최근에는 또다시 장거리 미사일 시험발사 준비 등으로 그렇지 않아도 전세계적인 경제공황위기상황으로 혼미한 미국과 한국을 또 다른 위협을 주고 있다. 뿐만 아니라 그동안 북한체제의 중심축인 김정일의 와병이 가져다 줄 파급효과에 세계는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그야말로 누구도 예측할 수 없는 일촉즉발의 반전(半戰)상황이 아니라 할 수 없다.

 한국전쟁이후 50년이 지난 지금의 대한민국 국민 구성원의 대부분은 전쟁을 겪어보지 못한 세대가 주류를 이루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그래서 더더욱 전쟁과 북한에 대한 개념은 전쟁을 경험한 세대와는 사뭇 다를 거라는 생각이다. 가끔 이러한 지금의 세대가 전쟁에 직면했을 때 우리 사회는 어떻게 대처를 할까 생각을 해봤다. 솔직히 머릿속에 그려지는 것은 그동안 TV나 인터넷을 통해서 스포츠 중계를 보듯 무심히 처참한 광경들뿐 어떤 것부터 해야 할지? 어떻게 해야 할지? 에 대한 답을 찾기는 힘들었다. 이때 생각했다 이러한 생각은 아마도 무지에서 오는 공황상태일거라고, 최근에는 북핵 관련한 큼지막한 뉴스에만 촉각을 세우고 관심을 가질 뿐 전쟁가능국가에 사는 국민들답지 않게 북한에 관한 정보가 부족함은 사실이다. 이는 국민들뿐만 아니라 정부 또한 마찬가지처럼 보인다. 북핵 관련 협상테이블에서 북한과 한국과의 거리는 멀게만 느껴진다. 주로 북한은 미국과의 협상을 통해서 거의 모든 것이 결정되다시피 하니까 말이다.

 김정일 이후 북한의 생존전략과 한반도의 미래 좌표를 다룬 책<전쟁과 평화>를 통해서 먼저 알게 되는 것은 김정일에 대해서다. 철저한 부자세습교육을 받고 김일성 사망이후 15년 동안 북한 체제를 지키며, 핵무기 개발의지 역시 지켜온 김정일, 그는 남한국민들의 시각에 그저 피도 눈물도 없이 남한을 적화시키려는 야욕으로 가득한 폭군으로만 비춰졌던 것이 사실이다. 그래서 전쟁은 단지 김정일의 결정에 달려 있는 것으로만 생각했다. 이 말은 조금은 맞는 말 이다. 결국 전쟁은 대립한 나라의 지도자들의 생각에 의해서 결정됨이 당연하기 때문이다. 책에서는 이렇게 피상적인 이미지의 김정일의 출생에서 지금의 와병에 이르기까지의 그의 성격과 행적 등 모르고 있던 면면을 자세히 다루고 있다. 그리고, 중요한 김정일 이후 북한을 새로이 이끌어 갈 것으로 예상되는 인물들에 대한 분석, 통치 가능성으로 이어지며, 중요한 북핵 문제의 해결책을 다각도로 분석해서 제시하고 있다.

 책을 읽는 내내 가슴 조렸다. 그동안의 북한의 핵무기를 둘러 싼 미국과 신경전을 벌이는 중간 중간 전쟁으로 치달을 수 있었던 상황을 봤을 때 정말 다행스럽게 위기를 모면했었구나 하는 생각과 결국 이 문제는 현재에도 남아 있는 숙제이기 때문에 언제든 한반도의 반쪽짜리 평화마저 위협할 수 있겠구나 하는 생각을 갖게 했다. 여기에 씁쓸함을 더했던 건 우리 정부의 힘과 역할이다. 지난 김정일과 북한의 핵무기에 관한 6자간의 회담에서 명분적인 참여일 뿐, 역할은 전혀 부각되지 않고, 우리의 목소리에 귀기울여주지도 않았던 것 같다. 모든 결정은 김정일과 미국의 손에 달려 있는 셈이다. 이런 정부아래에서 전쟁이 일어날까 안 일어날까 고심하는 모습이 초라하게 느껴졌다. 결국 이것은 국민들 역시 김정일과 북한 그리고, 지금의 북핵문제의 심각성에 대한 의식이 부족하다는 것을 반증하는 것이기도 하다. 반쪽 평화가 아닌 제대로 된 미래의 영구한 한반도 평화를 갈구하는 국민들이라면 여전히 전쟁의 불씨는 꺼지지 않고 남아 있다는 상황의 인식과 더불어 평화로 가기 위한 최선의 방안에 자신만의 생각도 피력할 수 있는 사유를 또한 쌓아야 하는 것은 아닐까 생각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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잉글피아 영문법 탐험대 - 영어 수업에 자신이 생기는 학습 만화
안경순 지음, 정종석 그림 / 킨더랜드 / 2009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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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어, 대한민국의 학부모들과 학생들의 이 한 과목에 바치는 시간과 노력에 비해서 늘 부족함을 느끼게 되는 과목이다. 부족함을 넘어서 10년 이상 공부는 했음에도 길이나 지하철에서 혹시라도 외국인과 마주쳐 물어볼까 심장이 두근 반 세근 반 뛰게 되고, 쥐구멍을 찾게 된다. 요즘은 초등학교 입학 전 뿐만 아니라 말문만 트이면 한글보다 영어를 먼저 가르치려 정말 난리다. 그래서 한창 친구들과 놀면서 정서를 키워할 나이에 영어를 위한 조기유학을 떠나는 것이 우리 영어교육의 현실이다. 그렇다고 조기유학을 무조건 반대하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적어도 아이의 적성이나 능력을 고려한 결정인지에 대해서는 곰곰이 생각해봐야할 문제라고도 생각 된다. 조기유학으로 영어는 능숙할 지언정 정체성을 잃고 헤메는 아이들도 우리는 발견할 수 있다. 그런 의미에서 책<잉글피아 영문법 탐험대>는 대한민국 내에서 영어 공부를 시작하는 아이들에게 영어를 즐기듯 자연스럽게 익히는 놀이터인 셈이다. 

 책장을 몇 장 넘겼는데도 영어 단어나 문법에 대한 설명이 많지 않아서 왠지 소홀하게 만들어진 영어교재가 아닐까 생각했다. 그러나, 조금씩 만화로 구성된 이야기에 빠져들고, 만화속의 배경과 주고 받는 대화속에서 만나는 영어단어들과 문장 구조에 대한 기초적인 설명들은 그야말로 술술 눈을 통해서 익숙해지고, 입으로 따라 읽게 한다. 수준은 그야말로 레벨 0에서 시작한다고 해도 과언은 아니다. 그렇지만, 분명한 것은 취학이전의 아이들이나 초등, 중등과정의 학생들은 영어를 즐기는 법을 익혀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 책은 바로 처음 영어에 입문하는 아이들이 영어를 학문이 아닌 앞으로 살아갈 세상의 생활언어로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고 즐기는 법을 담고 있다. 

 책안에 나오는 모든 단어를 모른다고 해도 안다고 해도 영어를 입문하는 아이에게는 큰 의미는 없다. 지금부터 단어에 집착하고 단적인 성적에 아이와 학부모가 머리 싸매고 영어를 받아들인다면 앞으로 수십 년간 영어를 학문적인 짐으로 삼으며 살아 갈 것이 분명하다. 지나가는 외국인이 부담스럽고, 토익토플점수가 늘 부담스럽게 말이다. 하지만 영어를 만화나 소설, 영화처럼 그려진 이야기속안의 위트(wit)넘치는 묘사와 대화에 집중해 가며 즐긴다면, 아이들은 영어를 자신의 삶속에 자연스럽게 받아들여 생활의 즐거움으로 자리매김해 갈 것이다. 지금도 아이들의 영어공부에 밤잠설치며 고민하는 부모님들이 있다. 하지만 지금 부모님의 영어교육에 대한 생각의 변화가 아이들에게 자신들의 고민을 즐거움으로 선물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 그 시작은 위트(wit)있는 상상이 담긴 이야기를 통해서 아이들이 영어와 놀게 해 주는 것이 아닌가 생각해 본다. 영어를 모르는 잉글피아의 순수한 아이들처럼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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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씽커블 - 생존을 위한 재난재해 보고서
아만다 리플리 지음, 조윤정 옮김 / 다른세상 / 2009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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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월대보름을 맞이해서 한해를 기원하고 액운을 태우며 풍년을 기원한다는 의미를 담아 산등성에서 봉우리까지 넓게 퍼져있는 억새밭에 불이 붙여졌다. 보름달과 더불어 이 광경을 보기 위해 전국각지에서 몰려든 사람들은 1만 5천명에 이르렀다고 한다. 한참 타오르는 불길을 지켜보고 있는데, 갑자기 불어 닥친 돌풍, 그리고 불길은 삽시간에 거대한 화마로 변해서 사람들을 집어 삼켜버린다. 뉴스 화면을 통해 볼 수 있었던 불길 속에 갇혀 있는 사람들의 모습은 그야말로 지옥이라고 밖에 표현할 수 없다. 이로 인해 5명이 사망하고, 70명이 넘은 사람들이 화상 등 중경상을 입었다고 한다. 행사를 주도한 관련군청의 공무원들은 충분히 방화선등을 마련했지만, 예년보다 돌풍이 심하게 부는 바람에 생긴 자연재해라고 말한다. 그 말은 그저 그런 재해 상황을 겪어보지 못해서 생긴 행정착오라고 하는 편이 나을 뻔하다. 무엇보다 안전사고에 대한 준비와 생각이 부족했던 것만은 사실인 것 같다. 그렇게 많은 인원을 모아놓고 불을 놓는데, 소방안전장치는 거의 전무하다시피 했으니 말이다. 이것은 결국 자연 재해를 인재로 한 번 더 키운 꼴이 돼 버린다. 

 현재 세계는 지진과 홍수, 가뭄과 더불어 테러와 방화 같은 각종 재난 재해들이 날로 늘어가고 있다. 그 피해의 규모도 역시 커지고 있다. 이때 우리는 이러한 상황을 맞이했을 상황에서 우리가 할 수 있는 최선의 대비책과 행동요령은 무엇인가에 대해서 한번쯤은 고민해봐야 한다. 늘 피해의 규모가 커지는 원인에는 안전 불감증과 대처능력 부재가 그림자처럼 따라다니기 때문이다. 앞으로 시시각각으로 우리를 위협할 재난 재해에 대한 예방과 대처능력을 책<언씽커블>에서 찾아 보았다.

 <언씽커블> 부제는 생존을 위한 재난재해 보고서이다. 필자는 먼저 우리가 어떠한 재난의 상황에서 거치게 되는 정신상황을 세가지 단계로 나누어서 설명하고 있다. 첫 번째는 거부의 단계, 일단 사람들은 큰 충격을 접하게 되면 놀랄 만큼 창조적이고 강력한 거부 형태를 보여 준다는 것이다. 그래서 행동의 지연과 더불어 과거의 불확실한 경험이 가져다 줄 수 있는 위험과도 맞닥뜨리게도 된다. 두 번째 단계는 숙고의 단계, 이때는 최초의 충격에서 다소 벗어나 상황을 보다 이성적으로 판단해가며 이끄는 단계이다. 이 단계에서는 재난을 통해서 느끼는 공포감의 득실의 양면성을 이해시켜주며, 상황극복의 열쇠라 할 수 있는 회복력과 올바른 행동으로 이어갈 수 있게 하는 집단 사고까지 설명한다. 세 번째는 결정적인 순간의 단계, 최종적으로 공황과 마비상태를 여러 사건 상황의 예시를 통해서 간접경험케 하여 극복하는 방법을 일깨워 준다. 그리고 극한 상황에서 발휘되는 숭고한 희생정신이 접목된 영웅심의 발전까지 설명한다. 

 전반적인 흐름에서 결론적으로 재난재해의 최소화 방법이 필자가 제시한 재난 상황에서 나타나는 세 가지 정신적인 상태의 회피나 극복에 맞춰져 있어, 마치 위기 대치 능력이 정신적인 측면에 좌지우지되는 것처럼 느낄 수도 있다. 하지만 그건 단지 좀 더 상황에 대한 이해를 돕기 위해 정신적이 측면의 큰 틀로 단계를 구분하였을 뿐이라고 생각한다. 무엇보다 우리는 이 책을 통해서 가장 기본적인 재난재해에 대한 인식을 배워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 기본적인 재난재해에 대한 인식, 9/11테러당시 무역센터건물 안에 있던 수천 명의 모건 스탠리 직원들의 생명을 차분하고 평소 몸에 익힌 대로 사람들을 유도해서 구하고 자신은 숨진 레스콜라의 모습을 증언하며 맥마흔이 하는 이 한마디 말에 모두 담겨 있는 듯 생각된다.

“가장 중요한 것은 어디로 가야 하는지 알고 있는 것입니다.” “왜냐하면 우리의 뇌, 아니 적어도 내 뇌는 먹통이 되어 버리기 때문이죠. 그런 일이 일어나면 다음에 할 일을 미리 알고 있어야 해요. 재난의 순간이 되어서야 생각을 해야 한다는 건 있어서는 안 되는 일이죠.” (p.303)

분명 우리는 급작스러운 재난 재해 상황에서 자신의 뇌가 먹통이 되는 상태를 겪게 된다. 중요한 것은 그러한 상황을 미리 그려보고 최소한의 행동요령과 수칙을 연습하는 것이다. 가령 집에 화재 발생했을 때를 가정한 행동 순위를 정해서 확인해보는 작은 노력에서 비롯되지 않을까 생각한다. 그러한 평소의 소소한 노력들이 결국 고귀한 생명을 구할 수도 있을 테니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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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 가족이 함께 읽는 중국 역사이야기 1 - 춘추시대
박덕규 지음 / 일송북 / 200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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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른 아침이나 일과를 마친 후 나지막하게 흐르는 피아노 선율 속에서 즐기는 명상은 그야말로 몸과 마음을 맑게 정화시켜줄 뿐만 아니라 새로운 기운도 솟게 한다. 문득 길을 지나다가 귓가에 스친 처음 들은 멜로디를 나도 모르는 사이에 흥얼거릴 때가 있다. 나뿐만 아니라 다른 사람들도 똑같이 같은 그 멜로디에 친숙함과 편안함을 느끼게 되고, 공감대가 만들어진다. 히트곡의 시작인 셈이다. 요즘은 공격적인 홍보와 마케팅의 힘 역시 무시할 수 없는 시대이긴 하지만, 우리가 소위 말하는 히트곡은 그저 자연스럽게 사람들의 귀와 입을 통해서 만들어진다. 이렇듯 사람들의 귀와 입을 통해 도미노처럼 퍼져 간 히트곡의 멜로디는 신드롬까지 낳으며 오래토록 울려 우리의 감성 깊은 곳에 자리 잡게 된다.

 음악은 리듬(rhythm), 선율(melody), 화성(harmony)이라는 3요소의 결합으로 창조성을 발휘한다. 들었을 때 리듬만 좋은 음악이 있고, 선율이 훌륭한 음악이 있으며, 화성만 완벽게 들리는 음악도 있다. 이렇듯 각 한 요소만 도드라진 음악도 개성이 넘치는 음악으로서의 가치는 있다. 하지만, 3요소의 완벽한 조화로 빗어진 음악은 그저 개성 강한 음악에 보다 깊이 있는 감성을 우리의 가슴속에 전하여 오래토록 기억속에 남게 된다. 

 이제 역사를 이야기 해보자. 우리가 역사를 배울 때나 이해할 때 필요한 중요한 역사의 3요소를 꼽는다면 연대(시간), 인물, 사건이 아닌가 싶다. 이 3요소가 잘 어우러진 역사를 접했을 때 우리는 역사에 보다 친근하게 다가갈 수 있다. 역사도 공부를 해나가는 방법에 따라서 연대와 인물과 사건을 따로 떼어내서 구분하고, 어느 한 측면을 중심적으로 이해해 나가기도 한다. 가령 요즘 우리가 TV나 영화 속 사극들은 주로 어떠한 핵심인물을 중심으로 전개되는 이야기를 통해서 시대와 사건까지 이해하고 해석한다는 것을 쉽게 볼 수 있다. 하지만 연대와 인물, 사건의 3요소가 잘 조화된 역사를 만났을 때 우리는 보다 깊이 사려할 수 있게 된다.

 중국의 역사는 이제 중국인들만의 역사가 아닌 동양의 역사라 해도 과언은 아니다. 지금은 한족의 뿌리가 그 정통성을 이어가고 있지만, 지난 수 천년동안 역사 속 중국은 본토의 중심을 둘러 싼 수많은 민족들의 각축장이었던 것만은 분명하다. 그 각축장에 용맹스런 우리 선조들의 깃발도 나부꼈을 뿐 만 아니라, 그렇게 우리의 6000년의 역사도 중국의 역사에 늘 맞물려 돌아갔다. 하지만 중국 역사를 통해서 우리의 역사의 전반적인 이해를 하자는 것은 결코 아니다. 특히 책<중국 역사이야기>을 통해서 만나는 중국의 역사는 또 다른 맥락으로 이해하게 된다.

 <중국 역사이야기> 1편 춘추시대에서는 제나라의 환공으로부터 진문공, 송양공, 진목공, 초장왕에 이르는 ‘다섯 패주’중심의 패권 다툼을 연대기적 에피소드를 통해 전한다. 각 편의 이야기들은 마치 겨울밤 방안에서 할아버지가 손자에게 들려주는 옛이야기의 따스함과 포근함으로 다가온다. 역사는 현재와 과거의 끊임없는 대화라고 한다. 이야기속에서 우리는 중요한 국사를 두고 임금과 신하가 때로는 아버지와 자식, 친구 간에 주고 받는 선문답과 만나게 된다. 이 물음과 답을 통해서 전해지는 도의적이며 지혜로운 충언과 충고들은 듣고 있는동안 우리는 그들과의 대화 속에 끼어들 듯 역사의 흐름 속으로 빠져들고 만다. 또 익히 알고 있었지만, 대략적인 느낌의 “순망치한(脣亡齒寒)”, “송양지인(宋襄之仁)”등의 고사성어들에 대한 깊은 유래를 다시금 이야기로 들음으로써 부족함을 채울 수 있다.

 제대로 만들어진 한 곡의 음악은 수많은 사람들의 가슴속에 깊은 울림으로 자리잡아 시간이 흘러 다시 들어도 그 때의 감흥을 끊임없이 되살리곤 한다. <중국 역사이야기>를 읽으면서‘늘 어럽게 느꼈던 역사도 이야기를 통해서 이렇듯 히트곡이나 유행가의 가사처럼 쉽고 즐길 수 있구나!’하는 생각을 했다. 마치 그 시대의 인물들과 사건들이 음악처럼 피아노 건반위에서 손가락의 선율을 타고 가슴속에 깊은 선율로 다가 오듯 말이다. 이렇듯 가슴을 울린 역사는 음악의 깊은 선율로 남아 오래토록 기억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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