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아시아를 만든 열가지 사건 - 한국 일본 중국 대만이 함께 읽는 근현대사
아사히신문 취재반 지음, 백영서.김항 옮김 / 창비 / 2008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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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보통 우리는 역사를 생각할 때 일련의 커다란 국가적인 대사(大事)만을 두고 이야기 할 수도 있겠지만, 개인의 소소한 일들이 담겨져 있는 다이어리의 기록들이나 어린 시절부터 앨범에 차곡차곡 쌓아놓은 추억들도 개인의 역사이자 시대상이 담긴 역사가 될 수도 있다. 그동안 친구와 애인, 가족들과 주고받았던 편지, 기억들이 담긴 물건들은 수십 수백 년 후 후손들에게 역사적인 유물의 가치로 재탄생할 수도 있다. 그래서 현재의 기록은 결국 미래의 역사로 남을 수 있기에 소중하지 않은 것이 없다. 얼마 전 읽은 남극 탐험 생존기를 다룬 책<섀클턴의 위대한 항해>, 역시 생사가 오가는 남극의 극한 상황에서 남긴 일기는 그때의 생생한 기억을 역사의 한 페이지로 만드는 중요한 자료가 되었다. 이러한 예는 최근에 발견 정조의 편지를 통해서도 알 수 있다. 그동안 정조의 독살설에 대한 반박할 만한 자료가 많지 않은 가운데 발견 된 서찰의 내용은 역사를 새롭게 조명해 보게 하는 단서가 되었음은 틀림없는 사실이다.

 아시아를 대표하는 4국 한국과 중국, 일본, 대만은 지난 150년 동안의 크고 작은 사건들들로 서로 얽혀가며, 영향을 주고 받으며 지금에 이르렀다. 아니 그 이전의 시대에서부터도 4국은 때로는 협조하고 때로는 반목하며 역사를 만들어왔다. 하지만, 불과 150년전의 역사적인 사건을 두고 4국이 바라보는 시각과 역사적 평가는 조금씩 다르다. 가령 청일전쟁을 놓고 4국의 입장 차이는 판이하다. 대외적인 역사에서는 무엇보다 자국의 자존심을 우선으로 생각하기 때문이다. 이러한 시각과 입장의 차이는 또한 각국의 역사왜곡으로도 이어진다. 동북공정이나 임나일본부설과 독도문제 등은 그 좋은 예라고 할 수 있다.

 일본의 아사히신문사 취재부는 이런 시각 차이를 보이는 4국의 공통된 역사적인 사건을 보다 보편적인 역사로 정립하고 싶은 의도에서 4국이 관련한 열 가지의 동아시아역사에 대한 면밀한 검토와 더불어 4국 역사교과서에 나타난 기술 등의 비교 그리고, 각국 학자들의 의견을 모아 책<동아시아를 만든 열가지 사건>이라는 종합적이고, 보편된 역사보고서를 내놓게 되었다.

 책의 내용은 앞에 말했던 것처럼 토론장에서 각기 다른 의견을 모아서 공통된 주제를 찾아가듯 4국의 조금씩 다른 관점의 해석과 기술, 의견 등을 비교해 보는 방식으로 서술하고 있다. 처음에는 한 나라의 신문사에서 이러한 역사를 종합해보는 작업에 대해서 참 대견스럽게 생각했지만, 다른 한편으로 4국의 역사를 다루는 문제이기 때문에 비단 드러나 있는 역사교과서의 내용을 분석해서 보도하다시피 하지만, 좀 더 객관성을 이루어 내기 위해서는 4국의 공동 취재와 제작이 이루어졌으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을 남긴다. 더욱이 그런 부분은 독도문제를 다룬 단락에서 여실히 드러났다. 일본은 2차 대전 패전이후 식민지지배 하던 자국의 행정구역이며 1951년 샌프란시스코 평화조약에서 일본이 포기한 섬에 독도를 포함시키지 않았기 때문에 여전히 자신들의 영토라 주장을 하는 것이고, 한국은 민족의 존엄이 걸린 역사문제로만 생각한다는 것이다. 이는 다르게 해석하면 우리는 근거없이 독도를 한국의 영토라고 주장하고 있다는 보기 좋은 표현일 수도 있다. 한편으로는 일본인을 위해 만든 신문의 연재기사이고 자료이기에 어쩔 수 없다는 생각이 든다. 그리고, 이렇게 4국의 공통된 화제가 되는 역사를 좀 더 면밀히 고찰해 보는 취재 노력만으로도 박수를 보내고 싶다. 이 또한 미래에 역사를 공부한 좋은 비교자료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우리는 매일매일 역사의 순간을 살아가고 있지만, 단지 기억속에 담고 있다 잊고 만다. 결국 개인의 역사 뒤안으로 그저 흔적없이 사라지는 것이다. 나는 이 책을 통해 보다 개인의 기록으로 비롯될 수 있는 역사의 흔적들에 대한 소중함을 깊이 느껴보게 된다. 그 사건의 기억을 담고 있는 역사의 기록들은 역사의 보편성에 큰 역할을 하게 되고, 어떠한 반론도 무마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역사 또한 아무런 노력없이 절대로 기억되지 않는다는 것을 깊이 느껴보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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