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언씽커블 - 생존을 위한 재난재해 보고서
아만다 리플리 지음, 조윤정 옮김 / 다른세상 / 2009년 1월
평점 :
절판
정월대보름을 맞이해서 한해를 기원하고 액운을 태우며 풍년을 기원한다는 의미를 담아 산등성에서 봉우리까지 넓게 퍼져있는 억새밭에 불이 붙여졌다. 보름달과 더불어 이 광경을 보기 위해 전국각지에서 몰려든 사람들은 1만 5천명에 이르렀다고 한다. 한참 타오르는 불길을 지켜보고 있는데, 갑자기 불어 닥친 돌풍, 그리고 불길은 삽시간에 거대한 화마로 변해서 사람들을 집어 삼켜버린다. 뉴스 화면을 통해 볼 수 있었던 불길 속에 갇혀 있는 사람들의 모습은 그야말로 지옥이라고 밖에 표현할 수 없다. 이로 인해 5명이 사망하고, 70명이 넘은 사람들이 화상 등 중경상을 입었다고 한다. 행사를 주도한 관련군청의 공무원들은 충분히 방화선등을 마련했지만, 예년보다 돌풍이 심하게 부는 바람에 생긴 자연재해라고 말한다. 그 말은 그저 그런 재해 상황을 겪어보지 못해서 생긴 행정착오라고 하는 편이 나을 뻔하다. 무엇보다 안전사고에 대한 준비와 생각이 부족했던 것만은 사실인 것 같다. 그렇게 많은 인원을 모아놓고 불을 놓는데, 소방안전장치는 거의 전무하다시피 했으니 말이다. 이것은 결국 자연 재해를 인재로 한 번 더 키운 꼴이 돼 버린다.
현재 세계는 지진과 홍수, 가뭄과 더불어 테러와 방화 같은 각종 재난 재해들이 날로 늘어가고 있다. 그 피해의 규모도 역시 커지고 있다. 이때 우리는 이러한 상황을 맞이했을 상황에서 우리가 할 수 있는 최선의 대비책과 행동요령은 무엇인가에 대해서 한번쯤은 고민해봐야 한다. 늘 피해의 규모가 커지는 원인에는 안전 불감증과 대처능력 부재가 그림자처럼 따라다니기 때문이다. 앞으로 시시각각으로 우리를 위협할 재난 재해에 대한 예방과 대처능력을 책<언씽커블>에서 찾아 보았다.
<언씽커블> 부제는 생존을 위한 재난재해 보고서이다. 필자는 먼저 우리가 어떠한 재난의 상황에서 거치게 되는 정신상황을 세가지 단계로 나누어서 설명하고 있다. 첫 번째는 거부의 단계, 일단 사람들은 큰 충격을 접하게 되면 놀랄 만큼 창조적이고 강력한 거부 형태를 보여 준다는 것이다. 그래서 행동의 지연과 더불어 과거의 불확실한 경험이 가져다 줄 수 있는 위험과도 맞닥뜨리게도 된다. 두 번째 단계는 숙고의 단계, 이때는 최초의 충격에서 다소 벗어나 상황을 보다 이성적으로 판단해가며 이끄는 단계이다. 이 단계에서는 재난을 통해서 느끼는 공포감의 득실의 양면성을 이해시켜주며, 상황극복의 열쇠라 할 수 있는 회복력과 올바른 행동으로 이어갈 수 있게 하는 집단 사고까지 설명한다. 세 번째는 결정적인 순간의 단계, 최종적으로 공황과 마비상태를 여러 사건 상황의 예시를 통해서 간접경험케 하여 극복하는 방법을 일깨워 준다. 그리고 극한 상황에서 발휘되는 숭고한 희생정신이 접목된 영웅심의 발전까지 설명한다.
전반적인 흐름에서 결론적으로 재난재해의 최소화 방법이 필자가 제시한 재난 상황에서 나타나는 세 가지 정신적인 상태의 회피나 극복에 맞춰져 있어, 마치 위기 대치 능력이 정신적인 측면에 좌지우지되는 것처럼 느낄 수도 있다. 하지만 그건 단지 좀 더 상황에 대한 이해를 돕기 위해 정신적이 측면의 큰 틀로 단계를 구분하였을 뿐이라고 생각한다. 무엇보다 우리는 이 책을 통해서 가장 기본적인 재난재해에 대한 인식을 배워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 기본적인 재난재해에 대한 인식, 9/11테러당시 무역센터건물 안에 있던 수천 명의 모건 스탠리 직원들의 생명을 차분하고 평소 몸에 익힌 대로 사람들을 유도해서 구하고 자신은 숨진 레스콜라의 모습을 증언하며 맥마흔이 하는 이 한마디 말에 모두 담겨 있는 듯 생각된다.
“가장 중요한 것은 어디로 가야 하는지 알고 있는 것입니다.” “왜냐하면 우리의 뇌, 아니 적어도 내 뇌는 먹통이 되어 버리기 때문이죠. 그런 일이 일어나면 다음에 할 일을 미리 알고 있어야 해요. 재난의 순간이 되어서야 생각을 해야 한다는 건 있어서는 안 되는 일이죠.” (p.303)
분명 우리는 급작스러운 재난 재해 상황에서 자신의 뇌가 먹통이 되는 상태를 겪게 된다. 중요한 것은 그러한 상황을 미리 그려보고 최소한의 행동요령과 수칙을 연습하는 것이다. 가령 집에 화재 발생했을 때를 가정한 행동 순위를 정해서 확인해보는 작은 노력에서 비롯되지 않을까 생각한다. 그러한 평소의 소소한 노력들이 결국 고귀한 생명을 구할 수도 있을 테니까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