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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과 평화 - 김정일 이후, 북한은 어디로 가는가
장성민 지음 / 김영사 / 2009년 1월
평점 :
‘반전반평화(半戰半平和)’ 는 1950년 발발한 한국전쟁 직후 현재까지 유지되고 있는 한반도의 상황이다. 이를 긍정적인 시각으로 볼 때 지난 50년 이상동안 위기상황은 있었지만, 이후 전쟁으로 치닫는 상황까지 벌어지지는 않았다는 점을 들어 더 이상 한반도에서 전쟁은 일어나지 않을 거라 안심할 수도 있다. 하지만 남북한은 여전히 양자간 종전선언이나 평화협정과 같은 공식적인 입장이 천명되지 않은 휴전상태이고, 북한은 2006년 핵실험에 이어 최근에는 또다시 장거리 미사일 시험발사 준비 등으로 그렇지 않아도 전세계적인 경제공황위기상황으로 혼미한 미국과 한국을 또 다른 위협을 주고 있다. 뿐만 아니라 그동안 북한체제의 중심축인 김정일의 와병이 가져다 줄 파급효과에 세계는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그야말로 누구도 예측할 수 없는 일촉즉발의 반전(半戰)상황이 아니라 할 수 없다.
한국전쟁이후 50년이 지난 지금의 대한민국 국민 구성원의 대부분은 전쟁을 겪어보지 못한 세대가 주류를 이루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그래서 더더욱 전쟁과 북한에 대한 개념은 전쟁을 경험한 세대와는 사뭇 다를 거라는 생각이다. 가끔 이러한 지금의 세대가 전쟁에 직면했을 때 우리 사회는 어떻게 대처를 할까 생각을 해봤다. 솔직히 머릿속에 그려지는 것은 그동안 TV나 인터넷을 통해서 스포츠 중계를 보듯 무심히 처참한 광경들뿐 어떤 것부터 해야 할지? 어떻게 해야 할지? 에 대한 답을 찾기는 힘들었다. 이때 생각했다 이러한 생각은 아마도 무지에서 오는 공황상태일거라고, 최근에는 북핵 관련한 큼지막한 뉴스에만 촉각을 세우고 관심을 가질 뿐 전쟁가능국가에 사는 국민들답지 않게 북한에 관한 정보가 부족함은 사실이다. 이는 국민들뿐만 아니라 정부 또한 마찬가지처럼 보인다. 북핵 관련 협상테이블에서 북한과 한국과의 거리는 멀게만 느껴진다. 주로 북한은 미국과의 협상을 통해서 거의 모든 것이 결정되다시피 하니까 말이다.
김정일 이후 북한의 생존전략과 한반도의 미래 좌표를 다룬 책<전쟁과 평화>를 통해서 먼저 알게 되는 것은 김정일에 대해서다. 철저한 부자세습교육을 받고 김일성 사망이후 15년 동안 북한 체제를 지키며, 핵무기 개발의지 역시 지켜온 김정일, 그는 남한국민들의 시각에 그저 피도 눈물도 없이 남한을 적화시키려는 야욕으로 가득한 폭군으로만 비춰졌던 것이 사실이다. 그래서 전쟁은 단지 김정일의 결정에 달려 있는 것으로만 생각했다. 이 말은 조금은 맞는 말 이다. 결국 전쟁은 대립한 나라의 지도자들의 생각에 의해서 결정됨이 당연하기 때문이다. 책에서는 이렇게 피상적인 이미지의 김정일의 출생에서 지금의 와병에 이르기까지의 그의 성격과 행적 등 모르고 있던 면면을 자세히 다루고 있다. 그리고, 중요한 김정일 이후 북한을 새로이 이끌어 갈 것으로 예상되는 인물들에 대한 분석, 통치 가능성으로 이어지며, 중요한 북핵 문제의 해결책을 다각도로 분석해서 제시하고 있다.
책을 읽는 내내 가슴 조렸다. 그동안의 북한의 핵무기를 둘러 싼 미국과 신경전을 벌이는 중간 중간 전쟁으로 치달을 수 있었던 상황을 봤을 때 정말 다행스럽게 위기를 모면했었구나 하는 생각과 결국 이 문제는 현재에도 남아 있는 숙제이기 때문에 언제든 한반도의 반쪽짜리 평화마저 위협할 수 있겠구나 하는 생각을 갖게 했다. 여기에 씁쓸함을 더했던 건 우리 정부의 힘과 역할이다. 지난 김정일과 북한의 핵무기에 관한 6자간의 회담에서 명분적인 참여일 뿐, 역할은 전혀 부각되지 않고, 우리의 목소리에 귀기울여주지도 않았던 것 같다. 모든 결정은 김정일과 미국의 손에 달려 있는 셈이다. 이런 정부아래에서 전쟁이 일어날까 안 일어날까 고심하는 모습이 초라하게 느껴졌다. 결국 이것은 국민들 역시 김정일과 북한 그리고, 지금의 북핵문제의 심각성에 대한 의식이 부족하다는 것을 반증하는 것이기도 하다. 반쪽 평화가 아닌 제대로 된 미래의 영구한 한반도 평화를 갈구하는 국민들이라면 여전히 전쟁의 불씨는 꺼지지 않고 남아 있다는 상황의 인식과 더불어 평화로 가기 위한 최선의 방안에 자신만의 생각도 피력할 수 있는 사유를 또한 쌓아야 하는 것은 아닐까 생각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