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견자들
김초엽 지음 / 퍼블리온 / 2023년 10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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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사랑하는 이와 함께한다는 것.


제목을 무엇으로 할까 하다가, 오웬과 마일라가 떠올라 저렇게 제목을 적었다. 책을 덮고 난 지금 가장 인상에 남는 인물은 주인공보다는 마일라이다. 태린과 파로딘은... 좀 받아들이기 힘들었달까. 무엇보다 자꾸만 파로딘의 묘사에서 중년의 날카롭고 피곤하지만 나른한 인상의 '남성'이 자꾸만 떠올라서... 


결론적으로 몹시도 참신한 소재였으나 내용의 결이 나와는 잘 맞지 않아 아쉬운 작품이었다.

그동안 김초엽 작품에 끌렸던 이유는 소재의 남다름도 있었지만 작품 내에서의 여성 캐릭터의 활용이 여타 작품과는 다른 양상을 띠기 때문이기도 했다. 그의 작품 안에서 여성은 여성이 아니라 인간으로 존재하고, 행동하고, 삶을 헤쳐나간다. 그리고 그러한 여성캐릭터 사이의 미묘한 기류는 입을 틀어막고 떨리는 가슴으로 책장을 넘기게 하는 주요 동력 중의 하나였다. 하지만 이번 작품에서 여성캐릭터 간의 에로스적 감정은 노골적으로 드러나 있어 오히려 흥미가 식어버렸달까. 게다가 둘이 같은 성별이었기에 망정이지 파로딘이 남자였다면 그들의 관계를 굉장히 불편하게 느꼈을 거란 확신 또한 몰입을 방해하는 요소 중 하나였다. 


소재 자체는 항상 그러하듯이 놀랍다. 이렇게 방대하고 구체적인 세계관을 책 한권으로 끝내기엔 너무 아쉽다는 생각도 든다. 차라리 책의 분량을 늘리고, 서사를 조금 다르게 풀어나갔으면 어땠을까. 한편으로는 범람화된 세계를 창조해내면서 작가가 느꼈을 즐거움과 황홀함이 짐작되기도 하니, 책 하나로 뻗어나가는 생각의 가지가 다양하다는 생각이 드는군. 


작품 자체에 그렇게 몰입하지 못해서 쓸 말이 많이 남진 않는다. 읽고 나서도 후기를 적는 데까지 시간이 꽤나 걸려버려, 태린의 여정의 끝에서 느꼈던 아쉬움과 허탈함도 흐릿한 윤곽만 남긴 채 날아가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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