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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금 떠나온 세계
김초엽 지음 / 한겨레출판 / 2021년 10월
평점 :
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내가 사랑하는 김초엽의 세계
사랑해 사랑해 사랑해!!!
나는 김초엽의 세계를 사랑한다.
김초엽이 만들어 낸 세계를 사랑한다.
그 옅으면서도 깊은 우울을 바탕으로 희미하게 그려낸 사랑의 세계를 어떻게 안 사랑하고 버티겠느냔 말이야! 진짜 너무사랑해!!
이 단편집은 정말 한 편 한 편 읽어가는 게 아까워서 함부로 막 읽지 못하겠는 책이다...
솔직히 최근에 므레모사를 읽고 나서 강하게 느껴지는 포타스러움에 뭐지 싶었는데 김초엽 작가님도 사람인지라 잘 쓰는 분야가 있고 자기가 쓸 때 즐거운 분야가 있는게 아니겠는가?!
차치하고 두 번째 단편 마리의 춤을 읽고 느꼈다. 김초엽은 천재다. 아니, 최고다 진짜.
내가 왜 첫번째 단편 최후의 라이오니를 읽고 나서 후기를 안남겼을까 궁금하네... 그때도 적지 않은 여운에 바로 다음 단편으로 넘어가지 못했고 몇 날 며칠 계속 책 생각만 했기 때문이다. 아마 두달 쯤 전에 읽었던 것 같다.
그리고 최근 프로젝트 헤일메리와 므레모사르 읽고 나서 뭔가 공허한 마음에 다시 두 번째 단편을 읽었는데 역시나... 너무 좋았다. 김초엽 작가가 쓴 단편의 단점은 하나 뿐이다. 너무 짧다는 점!! 이대로 단편으로 끝내기 아쉽다는 점... 제발 장편 써줘...지구끝의 온실처럼, 한권 내내 작가의 세계의 푹 잠겨 시간을 보내고 싶다. 뇌 속의 세포 하나하나 까지 김초엽이 그려낸 세계에 푹 절여서 그 광활하고 공허한 바다에 둥둥 떠다니고 싶다 이말이야..
2. 마리의 춤 ('22.8.23)
읽는 내내 꿀벌 내지는 개미의 사회가 연상되는 단편이었다. 작가는 어디에서 영감을 얻었을까? 꿀벌들은 인간들처럼 말로써 의사소통을 하진 않지만 전체 사회가 마치 하나의 유기체처럼 작동한다는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다. 그러니까 개체들이 개별적인 의사를 가지고 대화한다기보단 그들이 속한 집단이 하나의 유기체처럼 작동하며 개체들은 화학신호를 주고 받으면서 소통한다는 것이다. 마치 지금 이순간 우리 뇌가 작동하는 것처럼 말이다. 뇌 속에 있는 세포 하나하나는 자유의지를 가지고 다른 세포와 소통하지 않지만 뇌의 작동을 유지시키기 위해서 아마 각자의 역할을 유기적으로 충실히 수행하고 있을 것이다. 화학적 신호에 기반해서 말이다.
그리고 플루이드를 활용한 모그들의 세계가 궁극적으로 향하는 방향도 이것과 비슷하리라는 생각이 든다. 그들은 일반사람처럼 입으로 소통하지 않는다. 대신 그들은 동기화된 세계속에서 거의 동시적으로 신호를 주고 받으며 대화한다. 마리가 자신이 춤을 배우면 플루이드를 통해 다른 모그도 그것을 알게 된다고 했다. 그것은 현재 우리 인간이 타인에게 가르쳐주듯이 전달하는 것이 아니라 플루이드를 통해, 즉 '동기화'를 통해 습득하게 되는 것이다. 각 모그 개체들이 경험한 것들이 실제 그 모그 자신이 직접 경험한 것과 거의 차이가 없는 상태로 서로 공유하게 된다면, 이러한 '진화'의 종착지는 아마 동기화 아닐까? 플루이드 사회속에서 마치 거대한 하나의 인격체처럼 말이다. 모그 개인들은 인간 신체로 비유하자만 말단 감각기관으로써 존재하는 것이고 그들은 동기화된 세계 속에서 거의 하나의 인격과 다름 없는 상태로 존재하게 될 것이다. 이런 상태가기괴하게 느껴질 수도 있겠으나, 어쩌면 마리의 말대로 진보된 인간의 상태일 수 있다. 나와 타자가 확연히 구분되지 않은 플루이드의 세계에서 어쩌면 인간은, 인간의 본질과도 같다고 할 수 있는 고독감에서 벗어날 수 있는 열쇠를 찾을 수 있을지도 모른다.
했을 때, 순간 매트릭스가 떠오르기도 했다.
나는 아직도 가끔 플루이드에 관한 꿈을 꾼다. 그곳에서 사람들은 여전히 목소리로 존재한다.나는 제한된 감각을 가졌다. 나는 모그들이 하는 것만큼 풍부하게 그 세계를 감각할 수 없다. 하지만 제한된 감각으로, 애써 세계의 표면을 더듬어보려고 노력한다. - P9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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