므레모사 현대문학 핀 시리즈 소설선 38
김초엽 지음 / 현대문학 / 202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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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도의 상업화된 사회에서는 비극의 참상마저 상품이 된다


자본주의. 우리가 살아가는 이 상업화된 사회에서는 모든 것이 상품이 된다. 상품이 되는 것에는 그 어떠한 금기도 존재하지 않는다. 단 한가지 원칙만이 존재할 뿐이다. 팔 수 있을 것. 그렇게 모든 것은, 죽음을 포함한 모든 것은 진열장의 상품이 되어 팔린다. 


이것에 대해 윤리적 가치라던가 선악을 논하고 싶은 마음은 없다. 나는 그냥 인지하고 싶을 뿐이다. 내가 그러한 사회 속에 살고 있다는 사실을 자주 잊기때문에 ,이러한 사실을 건들여 일깨워주는 순간들이 나는 좋다. 그래서 지금 내가 걷고 있는 길이 어디인지, 내가 향하고 있는 방향이 어디인지를 일깨워 주는 순간들이, 그 인지의 순간들이 좋다.


나는 이런 류의 어포칼립스 장르를 좋아하는데, 그 근저에는 내가 이러한 비극상황을 겪지 않으리라는 어떠한 확신, 내가 있는 곳은 안전하다는 확신이 있기 때문에 가능한 것이라고 생각한다. 다가오는 비극이 현실로 인식이 되면 그것은 더 이상 즐길 수 있는 유흥거리가 되지 않는다. 목전에 닥친 현실의 비극이 숨통을 옥죄는데, 그걸 즐길 수 있는 인간이 대체 몇이나 될까? 그것마저 즐긴다면 그는 삶의 모든 것을 놓아버린 이가 아닐지.


어쨌든 이러한 이유로 어렸을 땐 공포 그자체로 다가왔던 어포칼립스 장르가, 어느 정도 크고 나서 현실과 판타지를 감정적으로 구별할 수 있게 된 순간부터는 재미의 한 요소로 느껴지기 시작했다. 

 참으로 기만적이고 위선적인 마음 위에 자라난 것이 어포칼립스 장르물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소설 속 다크 투어리즘을 즐기는 이들도 비슷한 마음이 아닐까.


 김초엽 작가가 소설을 통해 무슨 말을 하고 싶은 지는 잘 모르겠지만, 그가 이 소설을 즐기면서 썼을 것 같다는 생각은 든다.




한나는 도약하는 나를 사랑했고 나는 도약을 멈추고 싶었으므로 우리의 끝은 정해져 있었다. 이제 더는 도저히 춤출 수 없다고, 더는 움직임을 원하지 않는다고, 모든 움직임이 매 순간마다 나를 고통스럽게 한다고 이야기했을 때 한나는 울면서 나에게 말했다.

"제발, 죽지는 마. 살아 있어. 어딘가에 살아 있으란 말이야." - P172

내가 바라는 건 죽음이 아니었다. 나는 삶을 원했다. 누구보다도 삶을 갈망했다. 단지 다른 방식의 삶을 원할 뿐이었다. - P175

"모두가 므레모사에 그러려고 왔죠. 도움을 베풀러 왔고, 구경하러 왔고, 비극을 목격하러 왔고, 또 회복을 목격하러 왔어요. 그래서 실컷 그렇게 할 수 있게 되었잖아요. 행복한 결말 아닌가요?" - P179

시간이 흐르면 어떤 죽음은 투어의 대상이 된다. 여행자는 자유롭게 넘나드는 존재이면서 침범하고 훼손하는 존재이기도 하다. 이 소설을 쓰며 그 사실을 생각했다. (작가의 말 中) - P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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