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50 거주불능 지구 - 한계치를 넘어 종말로 치닫는 21세기 기후재난 시나리오
데이비드 월러스 웰즈 지음, 김재경 옮김 / 추수밭(청림출판) / 2020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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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년후, 20년후, 그리고 100년 후 우리의 미래


요즘 들어 환경오염 내지는 기후위기에 대한 뉴스가 자주 보이는 이유 중 하나는 그만큼 기후위기의 증거가 우리의 삶 앞에 닥쳤기 때문일 것이다. 정확히 말하자면 기후위기의 여파가 이제는 외면하기 힘들 정도로 명백하고 뚜렷하게 소위 선진국 국민들의 삶에 영향을 미치기 시작했기 때문이리라.


책의 거의 절반가량을 차지하는 2부에서는 지구의 기온상승으로 인해 벌어질 수 있는 12가지 재난 시나리오가 펼쳐지는데 그 처참하고 끔찍한 인류의 (거의 예정된)미래에도 불구하고 4부에 이르러 희망을 끌어낸, 아니 우리가 초래한 문제이니 해결책도 우리가 찾을 수 있으리라는 결론을 이끌어낸 저자의 정신이...약간 경탄스러울 따름이다. 


사실 기후위기는 이미 우리가 겪고 있어 이제는 더이상 놀라운 사실도 아니다. 수 년째 매해 최고기온을 갱신하는 여름날의 폭염을 떠올려 보면 손쉽게 불에 타오르는 지구가 눈앞에 그려진다. 그렇지만 이런 추상적인 상상보다는 오히려 오늘 날 숨도 쉬지 못할 정도로 덥다고 느꼈던 여름철의 그 온도가 내 노년에 이르러선 겨울철의 최저 기온이 될 지도 모르는, 아니 그렇게 될 것이라는 상상을 해보는 편이 더 피부에 와닿는 공포를 불러일으킨다. 저자가 계속 지적하는 대로 인류는, 우리는 기후위기가 닥치고 있는 것을 두 눈으로 보면서도, 이를 해결하기 위해 행동하는 대신 오히려 추상화해버리거나 살짝 뒤틀어 미디어에 가둠으로써 책무를 외면하고 우리 스스로의 종말을 향해 계속해서 걸어가고 있다...


사실 기후 매커니즘의 복잡성과 우리의 이해의 한계로 인해 2부 내용의 대부분은 최악의 시나리오에 기반한 추측성 내용이 많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자의 말대로 우리가 아무것도 변화하지 않은 채로 지금까지 살아왔던대로 살아간다면 2부의 내용은 글쎄, 추측이 아니라 머지않은 현실이 되지 않을까 싶다.


아아악.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은 결국 온난화 문제를 악화시킬 것이다. 수억년 간 지구가 구축해놓은 균형적인 순환 생태계에 인간은 아주 단시간에 과도한 양의 탄소를 배출해 그 균형을 무너뜨려 놓았다. 이미 우리는 트리거를 당겼고 그 증거를 매 순간 눈으로 목도하고 있다. 지구의 모든 환경은 연결되어 있고, 그 연쇄적인 작동으로 인해 온난화의 방향으로 기울어진 기후는 이 모멘텀을 상쇄시킬 만한 대비책을 활성화시키지 않는 이상 스스로 박차를 가해 빠르게 종말 - 아니 정확히는 인류 대멸종의 순간으로 치달을 것이다...


이 상황에서 나는 무엇을 해야 하는가? 일단 전 세계를 지배하고 있는 자본주의 경제체제부터 바뀌어야 할 텐데 그게 가능할까? 소비에 미쳐돌아가는 이 사회가 스스로 제동을 걸고 멈출 수 있을까? 

특히 수백 년간 지속된 서양의 우월주의 문화에 도취한 사람들은 인류 문명의 역사를 필연적인 운명에 따라 지구를 정복해 온 위대한 문명에 관한 이야기라고 받아들일 뿐 곰팡이처럼 마구잡이로 불안하게 퍼져 나가는 위태로운 문명에 관한 이야기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다. 하지만 오늘날 인간 활동 전반에 드러나는 인류 문명의 불안정성은 지구온난화 시대를 이해하는 주요한 실존적 특징으로 자리잡았으며 이제 막 인류의 우월감을 뒤흔들기 시작했을 뿐이다. - P62

윌리엄T.볼먼이 두 권으로 된 장대한 저서 <탄소 이데올로기>에서 다루는 주제가 바로 이 지점이다.
(...)
"지금으로부터 그리 멀지 않은 미래의 언젠가, 우리가 살던 지구와 달리 더 뜨겁고 위험하며 생물학적으로 단순해진 지구를 살아가는 사람들은 당신과 내가 무슨 생각을 했는지, 아니 애초에 생각이란 걸 하고는 살았는지 궁금하게 여길지도 모른다" ...
"물론 우리를 이렇게 만든 건 우리 자신이었다. 우리는 늘 지적으로 나태했다. 스스로에게 질문을 던지지 않을수록 대답할 필요도 없었으니까...우리 모두는 돈을 위해 살았고 결국 돈을 위해 죽었다." - P91

현재 정신적 고통을 겪는 수많은 기후학자들은 일종의 ‘탄광 속 카나리아‘역할을 하는 셈이다. 그렇기 때문에 기후변화에 경각심을 불러일으키려다 자칫 양치기 소년이 되지는 않을까 걱정하는 학자도 많다. 대중이 얼마나 무관심해질 수 있는지 너무 잘 알다 보니 정확히 언제 어떤 식으로 경종을 울려야 하는지 전전긍긍하는 것이다. - P207

한편 대중문화 속에서는 일종의 감정적 예방 처치도 이루어진다. 기후재난에 관한 가상의 이야기를 통해 카타르시스를 느낌으로써 스스로에게 인류가 재난에서 살아남으리라는 집단적인 확신을 불어넣는다. - P219

지구온난화가 페르미의 역설에 해답이 되리라고 주장하는 학자가 여럿 있다. 문명의 자연적인 수명이 수천년밖에 되지 않고 추측건대 산업 문명의 자연적인 수명 역시 수백 년밖에 되지 않기 때문이다. 따라서 수백억 년의 역사를 자랑하는 우주 속에서 항성계 역시 시공간 면에서 그만큼 방대한 거리로 떨어져 있다는 사실을 고려할 때, 서로 다른 행성에서 문명이 출현하고 발전해 서로를 발견하기에는 너무도 빨리 스스로를 불태워 자멸하고 있는 것이다. - P3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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