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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자책] 왜 아무 이유없이 우울할까? - 장속 세균만 다스려도 기분은 저절로 좋아진다
가브리엘 페를뮈테르 지음, 김도연 옮김 / 동양북스(동양문고) / 2021년 10월
평점 :
인간의 자유의지란
제목만 보면 얼핏 심리학 내용인가 싶지만 이 책은 과학 서적이다. 정확히는 장내 세균이 사람의 뇌와 건강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내용을 일반 대중이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기술한 책. 챕터도 짧게 끝나고 아무래도 내용이 내 건강과 직결되어 있는 내용이 대부분이다 보니 술술 읽힌다. 사실 이 책이 그저그런 위로를 건네는 심리학 책이었다면 읽을 생각도 하지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저 부제가 내 시선을 사로잡았다. "장 속 세균만 다스려도 기분은 저절로 좋아진다!"
저자인 의사가 겪은 환자들의 예시와 생소한 용어들, 상세하면서도 상상가능한 설명들이 아우러져 있는 이 책의 내용을 요약하자면 결국 이거다.
"건강한 장에 건강한 정신이 깃든다!"
책을 읽다보면 장 속 세균의 놀라운 역할에 놀라움을 거듭하게 된다. 장내 세균들은 장에서만 그 역할을 다할 뿐 아니라 정교하고도 유기적으로 얽힌 우리 몸 전반에 영향을 미친다. 물론 뇌도 포함해서 말이다. 작년부터 몸 내외부를 가리지 않고 여기저기 아프기 시작하는 바람에 (인체의 내구성에 그저 놀라울 따름이다) 건강에 신경쓰게 되었는데, 내가 뭘 먹는지가 생각보다 무척 중요한 것 같군... 사실 난 맥날 감튀와 노브랜드 시그니처버거 그리고 노브랜드 고구마맛탕맛 나는 감자튀김을 진짜 사랑한다...정기적으로 섭취해줘야 하는데 . . . 서브웨이 샌드위치로 대체할게. 서브웨이는.. 역시나 가공육이 들었지만 그래도 햄버거보다는 야채도 많이 들고 건강한 느낌이니까. 그래도 빈도수를 줄여야겠군...
책을 읽다보면 인간의 심리적 이유 상당부분이 장내 미생물총에 의해 좌우된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이런 글을 읽다보면 과연 인간의 자유의지란 무엇인가... 하는 생각이 들게 되는 건 어쩔 수가 없다. 자유의지란게 있긴 있는건가. 약간 고도로 발달한 로봇이 스스로의 결함과 부족을 알아채고 스스로 수리하는 모습을 보는 것 같은 느낌.
의학적인 관점에서 보면 정신은 단지 영혼이나 마음만을 일컫는 게 아니라 신경전달물질과 호르몬으로 이루어져 있다. 우리의 기분은 아드레날린과 도파민 그리고 세로토닌같이 몸에서 분비되는 화학물질에 좌우된다. - P34
여기서 더 나아가 나는 음식 또한 신경정신장애를 일으키는 요인들 가운데 하나이자 어쩌면 가장 중요한 문제일 수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그리고 동시에 치료의 관점에서 볼 때는 가장 제거하기 쉬운 요인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 P74
쥐에게 정크푸드를 먹이는 것만으로도 쥐를우울하게 만들 수 있다는 점이었다. 과도한 당분과 질 낮은 지방은 쥐를 살찌게 하는 것에서 그치지 않았다. 정크푸드는 균형 잡힌 식단과 다르게 불안감을 유발했다. - P78
또 우울증에 걸린 사람에게서 때때로 나타나는 분노 행동도 보였다. 더군다나 낮 어느 때든 시간대와 상관없이 설탕을 찾았으며 심지어는 밤에도 설탕에 대한 갈망을 드러냈다. (중략) 하산과 홀저는 정크푸드와 우울감의 연관성을 밝힌 후에도 햄버거, 피자, 탄산음료 등이 우울 증세를 유발하는 생리 기전을 찾아내며 다음과 같이 좀 더 심도 있는 논의를 이어나갔다. - P80
심각한 우울증에 빠진 남성이나 여성의 대변을 쥐들에게 이식하자, 이 쥐들은 새로운 미생물총에 빠르게 영향을 받음으로써 우울증에 걸렸다. 즉 세균과 우리의 감정 사이에 직접적인 인과관계가 증명된 것이다. - P83
지금 유럽과 미국 사회는 너무 쉽게 약을 처방하고 너무 빨리 약을 삼켜버리는 이른바 항우울제 과소비로 고통받고 있다. - P110
그저 소화 세균과 간이 분비하는 담즙이 중독 문제에 중추적인 역할을 한다는 것을 규명함으로써 현실적인 중독치료의 실마리를 제공하려는 데 있다. (중략) 우리가 의존증에 걸리는 것은 간 때문이기도 하다. 간은 미생물총이 변화시킨 담즙을 다시 사용해 각 조직에 담즙을 배분하고 영양소를 줌과 동시에 뇌에도 작용한다. - P123
분변 이식을 통해 쥐들에게 세균을 주입해 몸속에 미생물총을 만들어놓자, 쥐들은 모든 생명체가 살고자 하는 표현인 공포심과 경계심을 자연스럽게 습득했다. (중략) 미생물총을 변경함으로써 뇌가 외부 자극에 가장 약한 반응을 보이도록 만든다면 스트레스를 덜 받게 할 수도 있다. - P144
따라서 장에 서식하는 대장균이나 이와 유사한 소화 세균들이 먹는 만찬은 우리가 먹는 음식 자체가 아니라 포만감을 유발하는 특정한 매커니즘을 통해 분비되는 소화액을 가리킨다. 이 매커니즘은 음식을 한 입 먹는 순간 작동하기 시작한다. 심지어 우리가 맛있는 음식을 앞에 두고 침을 꿀꺽 삼키는 순간, 다시 말해 음식에 젓가락이나 숟가락을 갖다 대기도 전에 소화액이 분비된다. - P212
오히려 이 연구와 관찰 등을 통해 장내 미생물이 소화기관뿐만 아니라 우리의 머리와 신경계에까지 영향을 끼친다는 증거들을 확보할 수 있었다. - P257
우리가 알고 있는 사실은 중증 증상이 아닌 이상에 세균은 장내에 갇혀 있지만 이들이 분비하는 대사산물, 세균의 DNA 조각, 소화관 세포가 세균의 영향을 받아 생산하는 호르몬들이 몸속을 돌아다닌다는 것이다. 세균은 여러 방법을 통해 우리 몸 곳곳으로 퍼져나간다. - P260
이를테면 헬리코박터 파일로리(helicobacter pylori)가 위궤양과 위암을 일으키는 원인이라고만 알려졌지, 성인의 천식 발생률을 절반가량으로 낮춰주는 이점을 가지고 있다는 사실은 잘 알려지지 않았다. - P3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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