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먹고자란 꿈에 부끄럽지 않은 삶이란
'21.7.24의 기록
어느 추억은 담은 영화처럼 꾸며놓은 서점을 발견했고, 그 서점에서만 살 수 있는 책을 고르다가 문가에 놓여있던 이 책을 집어들게 되었다. 책을 골랐던 마음 속엔 이번 경주 여행이 기억에 남는 여행이길, 특히 동행자에게 좋은 기억으로 남는 여행이길 바란 마음이 컸다. 끝까지 다 읽고 나니 이 책은 상업용으로 출판된 게 아니라 정말로 그 서점에서만 살 수 있는 것이어서 리뷰를 쓰려고 해도 상품조회가 안돼 페이퍼로 작성하게 되었다. 책 제목은 '달빛에 기댄 시간에 남아있는 것들'. 황수영, 박지용, 박상범, 그리고 안리타 작가의 경주에서의 기록을 담은 책이다.
황수영 작가
이런 종류의 글을 접할 때면 이젠 연락이 끊겨버린 초등학교 동창이 떠오르며 양가적인 감정이 들곤 한다. 특히나 첫번째 이야기, 황수영 작가의 거의 일기 노트에 가까운 에세이를 읽는 내내 그 동창 생각이 났다. 작고 사소한 일에 여러가지 의미를 부여하는 것까진, 좋다. 그러나 나는 슬픈 감정, 자신의 우울한 감정을 집요하게 파고드는 걸 별로 좋아하진 않는다. 거기다 자신을 섬세하고 연약한 상처받기 쉬운 존재로 규정하는 것 또한 별로 내켜하지 않는데 이런 경우 대개 타인이 먼저 자신을 이해하고 포용해주길 바라지 자기가 나서서 포용하는 모습은 거의 보여주지 않기 때문이다. 이들은 주로 자신을 약자의 위치에 놓고 관계속에서 자신이 입는 모든 상처의 원인을 타인의 탓으로 돌린다. 좀 다른느낌으로 자기중심적인 이들은 자신이 타인에게 또한 가해자(?)가 될 수 있음을, 타인과의 관계에서 자신이 피해를 주는 입장이 될 수 있음을 인정하지 않는다.
하지만 이미 내면적으로 우울하고 슬픔속을 떠돌고 있는 그들에게 왜 그렇게 생각하냐며 되묻기엔 꼭 약자를 비판하는 것 같은 불편한 기분이 들어 굳이 말을 꺼내진 않는 편이지만 그냥 그런 감상이 남는다는 걸 여기에라도 남겨 본다. 다음 이야기는 이보다는 나에게 울림이 있는 이야기이길 바라며.
박지용 작가
지금은 16시. 뜨거운 햇볕과 복사열에 바깥은 숨막힐듯 덥겠지만 나는 지금 그누구보다 쾌적한 상태로 침대에 비스듬히 누워 황룡원을 바라보며 책을 읽는 중이다. 동행자는 옆에서 자고 있고 잔잔한 재즈 음악이 핸드폰에서 흘러나온다.
나와 결이 비슷한 고민과 생각이 전해지는 에세이. 첫 시집을 내면서 수많은 눈물과 고뇌의 밤을 보냈겠지만 그런것들을 내보이지 않는 담담한 문체가 좋다. 마치 세상을 향해 타오르는 모닥불에 스스로 한개의 장작이 되어 던져지는 모습을 보는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