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왜 무기력을 되풀이하는가 - 에리히 프롬 진짜 삶을 말하다
에리히 프롬 지음, 라이너 풍크 엮음, 장혜경 옮김 / 나무생각 / 2016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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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생각을 스스로 하고 있다는 착각



요즘 들어서 화가 많아진건지 사람들과 대화를 하다가 답답할때가 종종 있다. 

'그래서 네 의견은 뭔데?' 라는 질문이 목 끝까지 차오르지만, 너무 무례한거 같다는 생각에 차마 내뱉지는 못하고 대신 (그보다 더 나쁠 수도 있는) 날카롭게 날선 말들이 튀어나간다.


나는 내 스스로 사유하고 있는 것일까?


스스로도 확신하지 못하는 질문이 나를 공포로 몰아넣고, 조금씩 좀먹는다.

현대사회를 사는 인간들은 크게 세 부류로 나누어진다고 생각하는 중이다. 사회의 새로운 지향점을 제시하는 양치기, 양치기의 말을 따라 뛰어다니는 보더콜리와 그리고 마지막으로 풀 뜯을 곳과 잠잘 곳만 제공되면 더이상 바라지 않는 우매한 양들... 

저 질문을 가만 곱씹어 있노라면, 문득, 내 스스로는 나를 못되어도 보더콜리는 된다 여기고 있지만, 실은 내가 불쌍히 여기지 마지않는 저 양떼들과 내가 다를 바 없는건 아닐까, 하는 의구심이 불쑥 불쑥 고개를 들어 내 내면의 불안감과 공포감을 일깨운다. 아마 요즘 대화 속에서-특히 P와의 대화 속에서- 불편함과 답답함, 그리고 자꾸만 비뚤어진 시각을 내비치게 되는 것도 그 이유이지 않을까 싶다. 내 눈에 그는 보더콜리인 척 하고 싶어하는 양 이기에-. 실상 나도 그와 별반 다르지 않다는 사실을 인정하고 싶지 않아 그렇게 나의 허물을 그에게 덧씌우고 있는 것일지도 모른다. 정말 그런지도 모른다...



위 감상과는 별개로 나 스스로 그래도 나름대로 잘 살아내고 있구나 하는 생각이 들게 하기도 했다. (물론 프롬은 이렇게 스스로 사유하고 있다고 착각하는 인간상이 제일 위험하다고 하긴 했지만) 최근의 내 삶을 돌아보았을때, 프롬만큼의 통찰력으로 주변 인간들을 꿰뚫어보진 못했지만 최소 일상생활에서만큼은 나 스스로 자발적으로 느끼고 생각하는 삶을 실천해 왔다고 생각한다. 

인간은 사회적 동물이기에 완전히 그가 나고자란 사회로부터 독립적일수는 없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프롬의 교육에 대한 일부 시각은 너무.. 과장되고 억지스러운 측면이 좀 있다. (가령 6장의 시민계급가정 아동에 대한 내용이라던가)

인간은 사회적 동물이기 때문에 상당부분 사회의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고, 프롬 또한 그랫을 것이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내 생각을 세우고 싶다. 내가 내뱉는 말들이 레코드판의 공허한 울림이 되길 원치 않는다. 나는 자유롭고 싶다. 자유를 견디지 못하고 안장을 도로 차고 우리로 돌아간 말이 되고싶지 않다.



애매한 현대 베스트셀러 수십 권을 읽느니, 이 책과 같은 시대를 꿰뚫는 저서 한 권을 읽는게 훨씬 자아의 성찰과 성장에 도움이 된다. 현대 사회인들도 바보가 아닌 이상, 무엇이 잘못되었는지를 본능적으로 느끼고 있고, 그것에 대한 위로를 처절하게 찾아다닌다. 하지만 베스트셀러의 한계는, 원인이 되는 그 무엇을 깊게 꿰뚫지 못하고, 피상적으로 겉으로 드러난 환부만 쓰다듬는데 그친다는 점이다. 그래서 우리는 그 순간 위로받았음을 느끼다가도, 또다시 이를 수 없는 공허함에 잠식당해, 표지만 다르지 똑같은 피상적인 얘기를 되풀이 하고 있는 다른 책을 찾아 전전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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