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자책] 수레바퀴 아래서 (한글판) 더클래식 세계문학 58
헤르만 헤세 지음, 이순학 옮김 / 더클래식 / 201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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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2020.03.01. 읽음



-기운이 빠져서는 안 돼. 그렇게 되면 수레바퀴 아래에 깔리고 말 거야

난 이미 수레바퀴에 깔린 것이 아닐까? 아니면 아직 덜 깔렸나? 깔릴 줄 알고 잔뜩 몸을 움츠리고 있었는데 가까스로 피해 간 것일까?
이 책을 고등학생 때 읽었더라면 정말 우울했을 것이다. 왜냐하면 거의 내 얘기를 그대로 써 놓았으니까. 아마 나 뿐만이 아니라 많은 한국 사람이 그렇게 느끼지 않을까.

지금도 중고등학교 시절을 떠올려 보면 어둡고 긴 터널, 답답한 터널 같은 느낌이 든다. 끝없는 공부 학원 학교 공부 .. 그리고 과연 내가 갈 수 있을까 싶은 대학교.. 힘들었던 것들 중 하나는 교우관계이기도 했다. 나는 항상 친구들이랑 어울리는 게 너무 힘들고 어려웠다.



-한스는 남보다 앞서고 싶었다. 왜 그래야만 하는지는 자신도 알지 못했다.

-왜 한스는 예민한 소년기에 밤늦도록 공부에 매달려야만 했을까? 무엇이 그에게서 토끼를 빼앗았는가? 왜 낚시질과 산책을 못하게 했는가? 왜 그에게 하찮은 명예심과 공허한 이상을 심어 주었는가? 어째서 시험이 끝난 뒤의 휴식을 방해했는가? 마침내 지칠 대로 지친 노새는 길가에 쓰러지고 말았다.

-아버지의 기대를 저버렸다는 죄책감이 그의 마음을 우울하게 했다. 그는 푹 쉬고만 싶었다. 깊은 잠을 자고 실컷 울면서 괴로움에서 벗어나고 싶었다. 그러나 아버지 곁에서는 그렇게 하지 못하리라는 생각이 들었다...


재작년이 생각나는 구절들...


-파란 작업복...공부에 쏟은 땀과 눈물, 공부때문에 포기해야 했던 즐거움들, 자부심과 야망, 꿈과 희망은 연기처럼 사라져 버렸다. 이제 사람들의 비웃음 속에서 학교 친구들 보다 뒤늦게 수습공이 되어야 하는 것이다...시간이 지나자 한스는 파란 작업복에 익숙해졌다. 심지어 그 옷을 입게 될 금요일이 기다려지기도 했다. 그리고 그의 앞에 펼쳐질 새로운 일들이 기대되기도 했다.


사실 다 부질없는 것들이다. 내일 당장 내가 죽는다고 생각하면, 정말 부질없는 것들.. 하지만 알면서도, 그것들이 그렇게 공허하다는 것을 알면서도 완전히 끊어내지 못해 이따끔씩 괴롭다. 이것은 현재진행형이다. 아마 미래에도 그럴 것이다...
내가 속한 집단을 사랑하지 못하고 자랑스럽게 여기지 못하는 것, 그것보다 더 비참하고 괴로운 게 있을까? 뭐 있기야 있겠지... 하지만 끝임없이 자신을 부정하고 그런 자신을 설득하고 그런 과정 끝엔 비참함만이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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