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할 땐, 책 - 떠나기 전, 언제나처럼 그곳의 책을 읽는다
김남희 지음 / 수오서재 / 2019년 1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떠나기 전, 언제나처럼 그곳의 책을 읽는다

 

 

1574160699628.jpg

 

여행, 책. 듣기만 해도 참 좋은 단어다. 마음이 설레어진다. 여행가이면서 항상 책을 읽는, 그래서 여행과 관련된 책까지 쓰는 작가. 선명한 초록빛으로 가득찬 표지를 처음 봤을 때 뭔가 희망찬 느낌으로 책장을 펼쳤다. 여행과 책이라는 연결고리가 나에게 또 어떤 도전을 줄까.

내 인생의 필수품 두 개를 고른다면 여행과 책이다. 근사한 집이 없어도, 든든한 통장이 없어도, 다정한 연인이 없어도, 독서와 여행이 가능한 삶이라면 그것으로 충분하다. 나에게 여행과 독서는 다르지 않다. 여행은 몸으로 읽는 책이고, 독서는 앉아서 하는 여행이기에. 책도, 여행도 더 넓은 세계를 열어주는 문이다.

(프롤로그)

 

 

'책도, 여행도 더 넓은 세계를 열어주는 문'이라는 말에 공감한다. 이왕이면 골고루 여행을 통해 책을 읽고, 책을 통해 여행하면 좋으련만 난 아무래도 여행 쪽은 아쉬움이 많다.

책은 작가가 여행했던 여행지의 풍경과 함께 작가의 생각과 느낌을 한 권의 책과 함께 그려내는 형식의 에세이이다. 여행지의 짤막짤막한 스토리를 읽다보면 지루하지 않게 페이지를 넘기게 된다. 그리스 이드라 섬, 스페인 산티아고, 일본 가루이자와, 터키 이스탄불, 부탄, 포르투갈 리스본... 작가가 여행한 나라와 도시가 얼마나 많은지!(내가 볼 때는) 얼마전 읽었던 여행심리학 책에서 '몰입여행' 이라는 용어를 처음 들었었는데, 현지의 사람, 문화, 음식에 몰입하며 여행한 것 같다. 특별하다면 여행에 함께 했던 한 권의 책이 꼭 있었다는 것. 때론 에세이, 때론 여행기, 때론 소설 등 장르도 다양하다.

 

 

1574234591016.jpg

 

작가가 떠난 여행의 모티브는 곧 책이다. "이번에는 오르한 파묵의 소설 《내 마음의 낯섦》을 따라 나선 길이었다"라는 문장처럼 소설을 읽고 소설 속 도시가 궁금해져서 여행을 시작하는 모습은 '여행' 자체보다 '책'을 향한 열정이 여행을 떠나겠끔 하지 않았나 싶다. 그리고 도시를 여행하며 읽었던 책 속 주인공들을 만나는(?) 간접 경험을 누린다.

파묵이 자신이 쓴 최초의 페미니즘 소설이라고 말했듯이 나는 그녀들의 목소리로 이스탄불이라는 도시에서의 삶을 들었다. 그 목소리는 아직 낮고 희미했지만 조금씩 높아질 터였다. 그이들의 목소리 덕분에 이스탄불은 내게 낯설면서도 익숙한 도시가 되어 여전히 나를 부르고 있다.

(52쪽)

작가가 다양한 나라와 도시로의 여행이 가능했던 건 '책'의 세계가 넓었던 덕분이 아니었을까. 각기 다른 배경의 다양한 작가들과 작품 속 도시가 그런 영감을 준 것 같다. 영화로 본 적있는 요시다 아키미의 《바닷마을 다이어리》의 풍경이 되는 일본 가마쿠라의 여행이야기는 한편의 다큐를 보는 듯하다. 작가 자신의 삶의 무게도 함께 담아낸 이런 대목들은 마치 나레이션으로 듣는 기분이다.

 

 

《바닷마을 다이어리》의 자매들처럼 누구의 탓도 하지 않으며 매 순간을 충실히. 서로를 살뜰히 챙기는 타인의 온기에 기대어, 그렇게. 네 자매의 아버지처럼 우리 또한 어떤 순간에도 아름다운 것을 더 아름답다고 느낄 수 있는 사람으로 남을 수 있기를. 그 마음 하나만은 끝내 지켜낼 수 있기를.

(130쪽)

 

 

여행 책 같은데 책 이야기가 또 주를 이룬다. 그래서 읽다보면 여행을 가고싶은 생각보다 소개된 책이 읽고싶어지는 게 이 책의 묘미다. '책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공감하고 사랑할 이야기'로 소개해준 《섬에 있는 서점》이 바로 그런 책이다.

문학기행이라는 말이 떠오르지만 이 책엔 좀 약하다. 잠시 배우러 떠나는 기행이 아니라, 서른세 살의 나이에 6년을 다니던 회사를 그만두고 손 안에 재산 2천만원을 가지고 세계일주를 떠나겠다고 길을 떠난 작가에게는 '삶'이었기에! 용기가 대단하다. '책'에 꽂혀서 떠나보는 여행, 한번 쯤 해본다면 작가의 표현대로 나도 '심장이 쫄깃해질 것'만 같다.

 

 

이제 여행은 어디로 가느냐는 장소의 문제가 아니라 어떻게 하느냐의 문제가 아닐까. 여행이 매혹적인 이유는 여행이 우리를 어디로 데려갈지 알 수 없기 때문이다. 마치 인생이 그러하듯. 낯선 곳에서 어떤 만남을 통해 얼마나 변화하게 될지 전혀 모른 채로 우리는 여행을 떠난다. 여행을 계속하는 한 내 마음의 지도는 날마다 달라진다. 세계가 계속 확장되어 간다.

(250쪽)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나를 웃게 하십니다 - 창세기 5 김양재의 큐티 노트
김양재 지음 / 두란노 / 2019년 10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김양재의 큐티 노트 창세기 5

나를 웃게 하십니다

김양재ㆍ두란노

 

 

1573734281557.jpg

 

 

창세기 20장 부터 23장까지의 말씀 묵상을 담고 있는 김양재 목사님의 다섯 번째 창세기 큐티 노트 《나를 웃게 하십니다》. 제목이 되는 말씀은 창세기 21장 6절이다. "하나님이 나를 웃게 하시니 듣는 자가 다 나와 함께 웃으리로다. "

창세기 20장은 아브라함이 자기 목숨을 부지하기 위해 아비멜렉에게 사라를 누이라고 속임으로, 아비메렉이 사라를 데려가는 장면에서 시작된다. 아들 이삭을 얻는 과정을 지나 창세기 23장에서 사라는 죽음을 맞게 되는데 아브라함과 더불어 사라에게도 많은 초점을 두고 묵상한 큐티 노트이다.

 

 

1573902308714.jpg

 

 

 

큐티의 핵심은 항상 본문의 말씀을 내 삶에 적용하고 말씀대로 살아내는 데 있다. 그래서 한절 한절 묵상한 후 적용해보는 질문이 참 좋았다.

 

- 나는 이 땅의 삶을 나그넷길이라고 생각합니까, 영원히 살 곳처럼 생각합니까?

- 이 땅의 삶이 영원한 것이 아님을 알게 하시려고 하나님이 나에게 주신 사건은 무엇입니까?

- 힘들고 어려울 때 가고 싶은 나의 '남방' 은 어디입니까?

(창세기 20장 1절 묵상 질문, 17쪽)

 

하나님의 선지자로 선택받은 아브라함은 치졸하고 죄많은 자였지만 문제해결에 앞서 죄의 고백을 한다. 기독교가 욕을 먹는 세상에서 우리는 억울해하는 것이 아니라 '내 죄'를 봐야한다. 김양재 목사님이 항상 강조하는 '영적 상속자'를 낳는 길이 여기에 있다. 영적 상속자를 낳기 위해 '오늘 내가 뿌리 깊은 죄의 고백을 해야할 것이 무엇일까' 생각해 보라고 한다. 아브라함이 이삭을 얻은 것처럼 우리 역시 영적 상속자를 낳을 때라야만 웃을 일 없는 이 세상에서 참 웃음을 웃을 수 있다. 그러나 영적 상속자를 낳는 것은 오랜 기다림이 필요하고, 세상의 가치관과 불평하는 노예근성을 내버릴 때 얻을 수 있다.

 

육적인 응답을 너무 받으면 점점 내 속의 이스마엘이 강해져서 활 쏘는 자가 되고 모든 사람을 치는 싸움만 하게 됩니다. 내가 원하는 대로 기도 응답이 탁탁 되는 것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는 말입니다. 오직 약속의 자녀가 되는 것을 최고로 여겨야 합니다.

143쪽

 

특별히 3장에서 '간절한 예배'에 대해 묵상하며 도전받는 시간이 감사했다. 이삭을 번제로 드리기 위해 준비하는 아브라함의 심정은 창자가 끊어지는 아픔이었는데 나는 예배드리기 위해 내가 가장 소중히 여기는 것과 즐거움을 다 내려놓고 있는지 돌아보게 하셨다. 하나님께서 허락하신 자녀가 세상적으로 뛰어난 것을 즐거워하기보다 세상적으로는 부족해도 그저 하나님께 붙어있는 것이 더 감사한 일임을 깨닫는다. '내 시간과 재물과 사랑과 애정을 쪼개어' 준비하는 예배되길, 하나님 말씀 붙잡고 십자가 바라보는 신중함이 있는 예배되길, 간절한 예배가 되는 것을 방해하는 세력들을 분별하고 끊어낼 수 있기를 기도했다.

 

마지막 장에서는 창세기 23장에 나타난 사라의 죽음에 대해 묵상해 보았다. 성경에서 여성 중에 유일하게 죽을 때의 나이가 언급된 사람이라는 게 놀라웠고, 127세의 나이를 살면서 "이스마엘을 내쫓으라" 라는 구속사의 결정적인 말 외에 항상 드러나지 않는 삶을 살았다는데 주목해보았다. 그리고 묵상 노트를 나에게도 적용해본다.

 

-나의 마지막 순간에 자녀들에게 어떠한 모습을 보여 주고 싶습니까?

-약속의 땅 헤브론에서 눈을 감은 사라처럼, 마지막까지 예수 믿고 천국 가는 모델이 되기 위해 기도하고 있습니까?

-많은 말을 하고 있습니까, 한마디를 하더라도 구속사의 결정적인 한마디를 하고 있습니까?

(266쪽)

 

자식을 낳지 못했던 시간, 100세에 낳은 아들 이삭이 이스마엘의 핍박과 희롱을 받던 시간, 아들을 번죄로 드려야하는 고통의 시간을 통해 비로소 참 웃음을 웃게 되는 사라를 보면서, 내가 지금 처해 있는 삶의 환경이 비록 어렵지만 결국에 하나님께서 '나를 웃게' 하실 것을 믿고 소망케하는 책이었다.

 

영적 자녀를 낳는 것이 가장 큰 복입니다.

말씀을 따르며 기다릴 때 쓴웃음이 참 웃음으로 바뀝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리얼:하다
조승연 지음 / 와이즈베리 / 2019년 10월
평점 :
품절


"가식적이지 않고 당당해서 행복한

뉴요커 라이프 에세이"

 

 

1572937427837.jpg

 

 

<어쩌다 어른>, <비밀독서단>, <비정상회담> 등 다양한 프로그램에서 조승연 작가가 들려준 세계 여러 언어와 역사, 문화, 예술 이야기는 쉽고 재미있었던 기억이 난다. 작년에는 무심하고 까칠한 프랑스 사람들 이야기를 담은 《시크:하다》를 재미있게 읽었었는데 이번엔 '뉴욕', '뉴요커'의 이야기를 담은 책이 나왔다.

뉴욕 하면 오래된 지하철, 지저분한 거리, 비싼 집값, 바쁜 뉴요커들... 이런 이미지가 많이 그려진다. 아무래도 영화의 영향 탓일 것 같다. 그래서 건축가 르 코르뷔지의 말이 무슨 뜻인지 알듯하다.

 

"나는 백 번 생각했다.

뉴욕은 엉망진창이라고.

하지만 오십 번 생각했다.

참 아름다운 진창이라고."

 

조승연 작가가 프롤로그에 이런 글귀로 책을 열었다는 건 '참 아름다운 진창'의 뉴욕을 보여주려는 거겠구나 싶었다.

일찍부터 프랑스, 이탈리아, 미국 등에서 살아본 경험을 가졌다는 건 저자에게 큰 행운이었던 것 같다. 각 도시와 사람들의 삶을 들여다보며 생각해본 인문학적 사색을 이렇게 책으로까지 엮어내었으니 말이다. 이 책도 1999년 대학 입학부터 2005년 졸업 때까지 뉴욕에서 지내본 경험을 토대로 특별히 '뉴요커'의 이야기에 초점을 두고 있다. 지금도 매년 가고 있다니 꼭 전해주고 싶었던 이야기들이 말을테다.

 

 

1573696225104.jpg

 

먼저 겉으로 드러나는 것보다 실질적인 힘에 더 가치를 두는 뉴욕의 철학을 말해준다. 요즘 유튜브와 페이스북에서 '게리비'라는 애칭으로 불리며 활동하는 '게리 베이너척'가 그 대표적인 예라고 한다.

뉴요커는 이민 이후의 생존 경험을 통해, 주변 사람의 부러운 시선이나 허울 좋은 체면치레 같은 것은 생존에 도움이 전혀 안 된다는 것을 안다. 진정한 자유와 존재감은 경제적 자립에서만 온다. 이것이 뉴요커의 행복 공식이다.

20쪽

겉치레가 만연한 한국에서 꼭 배우면 좋을 것 같은 '할 때는 하고 안 할때는 안하는' 시간 절약과 빠른 의사 결정, 겉치레가 없는 무례함 등은 신선한 도전이 되어준다. 또 다른 평판은 다 안 좋아도 장점 하나만으로 영웅시 하는 뉴요커들의 문화는 청렴결백을 중요시하고, 골고루 모든 과목을 잘하도록 요구받는 우리의 문화와 비교했을 때 이렇게도 많이 다를 수 있구나싶다.

 

 

1573697810083.jpg

 

 

많은 비난에도 꿈쩍하지 않는 뉴요커들, 무례함이 일상처럼 보여지는 뉴요커들의 이야기를 듣다보면 한국사회였다면 딱 욕먹기 좋을 만한 캐릭터이다. 그런데 그들에게서 한가지에 올인한 점을 높이 평가하고 있는 뉴욕, 참 특별하다.

힙합과 비보이의 도시 뉴욕. 뉴욕은 다양성이 있는 열린 사회다. 아웃사이더를 보는 시선이 다르고, 특히 낯선 나라에 이민 와서 어려운 일을 많이 겪은 사람들이 대부분이기 때문에 '소수자'들에 대한 선입견을 내세우지 안는다고 한다.

 

 

1573699414945.jpg

 

비싼 부동산 가격, 미식의 천국, 존중하고 공감할줄 아는 사람으로 키우는 자녀교육도 특이했다. 특히 '공부를 시키기' 위해 중고등학교 사교육에 집중하는 한국과 달리 '알아서 공부할 줄 알고 험한 세상을 헤쳐나갈 수 있는 영리한 아이'로 키우기 위해 영유아기 때 오히려 사교육에 집중한다는 점이 그랬다.

 

파리지앵의 이야기도 그랬지만 뉴요커 이야기도 읽으면서 젊은 도시의 느낌이다. 젊은 사람들이 많이 산다는 뜻이 아니라 생각과 문화가 확실히 많이 트여있다. 모든 점이 다 마음에 들고 좋아보이지는 않는다. 그러나 다른 문화를 알아가고 이해하는 과정은 나의 생각을 더 젊어지게 해주었다. 각자가 느끼는 '뉴욕'은 개인마다 다르겠지만, 또 직적 다녀와보지 못한 내가 이 책을 비판적으로 읽기는 어려웠지만, 다양한 사람들에게 기회를 주고 있는 그래서 '희망의 도시'로 불려지는 뉴욕의 매력에 빠져보게 되는 책이었다.

 

이렇듯《리얼:하다》는 비판적 시선으로 뉴요커의 철학과 문화를 드려다보기 보다는 우리에게 없는, 우리가 생각지 못했던 사고의 뒷면에서 '배울 바'를 찾아준다. 수많은 나라에서 건너온 이민자들이 살다보니, 지위나 명예, 겉치레보다 실질적고 실용적인 것들이 더 중요시 될 수 밖에 없었던 배경들을 알수 있었고, 그안의 치열함이 사업, 예술, 교육 분야 등에서 열정으로 나타나는 모습을 보면 저자가 말하는 '리얼하다'가 뉴욕의 색깔을 말해주기에 딱 맞다라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새로움과 다양성에 잘 열려져 있는 뉴요커들을 직접 만나볼 기회가 있기를!! (아마도 많이 당황스럽겠지만^^)

 

한 도시의 매력은 화려한 랜드마크에서 비롯하는 것이 아니라 그 도시에 사는 사람들의 이야기에서 나오는 것이다. 뉴욕은 모든 사람에게 자기의 가치를 찾을 수 있는 기회를 주는 도시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엄마가 딸에게 - 세상 모든 엄마와 딸을 위한 노래
김창기.양희은 지음, 키큰나무 그림 / 위즈덤하우스 / 2019년 10월
평점 :
품절


 

세상 모든 엄마와 딸에게 이 책을 바칩니다.

 

 

 

1573629571810.jpg

 

《엄마가 딸에게》 김창기.양희은, 위즈덤하우스

 

 

 

듣다 보면, 따라부르다 보면 눈물이 나는 노래가 있다.

양희은.김창기 작사, 김창기 작곡의 <엄마가 딸에게>.

2015년 곡이다 보니 유투브에 올라온 영상만해도 여러 버전이 있다. 양희은님과 악동뮤지션이 불렀던 무대 영상 참 찡하게 봤었다.

 

엄마가 들어도, 딸이 들어도,

누가 들어도 이렇게 가슴 찡해지는 노래의 가사가

예쁜 그림책으로 엮어졌다.

가사처럼

새댁, 애기엄마였던 나는 삼남매 키워놓고 보니 마흔중반,

어느새 늙어 있고,

꼬꼬마 아기였던 딸아이는 지금 딱 열다섯 살이다.

엄마보다 화장도 예쁘게 하고,

벌써 어른이 다 된 딸,

옆에 끼고 자고싶어도

남동생들에게 엄마를 양보한지 너무 오래되어

이제는 오히려 낯설어진...ㅠㅠ

어젯밤에도 '사랑해~ 딸' 고백했건만

'응~~' 이란 대답만 돌아왔다는...ㅋㅋ

책 좋아하는 엄마이다 보니

그림책으로 보는 '노래'도 참 좋다.

교복 입고 있을 때 제일 이쁜 우리집 그녀,

책속 교복입은 딸이 딱 그렇게 이쁘다.

엄마랑 딸이 똑 닮게 그렸다.

살아가는 풍경도, 표정도 우리집이랑 어찌나 비슷한지^^

"오늘 학교에서 무슨 일 있었어?"

"스마트폰 좀 그만 봐!"

"이거 안 치워?"

마지막 그림이 제일 좋았다.

책 중간에는 딸이 꽃송이 위에

혼자 웅크리고 누워있었는데

마지막 페이지에서는 엄마와 꼭 껴안고 누워있는

그림으로 끝이난다.

엄마와 딸, 엄마와 아들, 그런 관계 가운데

'꽃'이 피기를 희망하는 마음이 보여지는 따뜻한 책이다.

딸에게 이렇게 말해주고싶다.

"엄마는 항상 네편이야."

"엄마가 널 위해 항상 기도할께."


               책 속 그림 몇 컷과 가사를 함께 담아 본다.

 

 

1573630287534.jpg

 

난 잠시 눈을 붙인 줄만 알았는데

벌써 늙어 있었고

 

 

1573630328329.jpg

 

 

넌 항상 어린 아이일 줄만 알았는데

벌써 어른이 다 되었고

 

 

1573630358108.jpg

 

 

난 삶에 대해 아직도 잘 모르기에

너에게 해줄 말이 없지만

 

1573630404326.jpg

 

 

네가 좀 더 행복해지기를 원하는 마음에

내 가슴 속을 뒤져 할 말을 찾지

.

.

.

공부해라

아냐 그건 너무 교과서야

성실해라

나도 그러지 못했잖아

사랑해라

아냐 그건 너무 어려워"너의 삶을 살아라!"

 

 

1573630491600.jpg

 

난 한참 세상 살았는 줄만 알았는데

아직 열다섯이고

난 항상 예쁜 딸로 머물고 싶었지만

이미 미운 털이 박혔고

난 삶에 대해 아직도 잘 모르기에

알고픈 일들 정말 많지만

엄만 또 늘 같은 말만 되풀이하며

내 마음의 문을 더 굳게 닫지

공부해라

그게 중요한 건 나도 알아

성실해라

나도 애쓰고 있잖아요

사랑해라

더는 상처받고 싶지 않아

"나의 삶을 살게 해줘!"

           

 

1573630633273.jpg

 

1573630634301.jpg

              

 

                                   

내가 좀 더 좋은 엄마가 되지 못했던 걸

용서해줄 수 있겠니

넌 나보다는 좋은 엄마가 되겠다고

약속해 주겠니

 

              

1573631750091.jpg

 

 

1573631750986.jpg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혼자 보는 미술관 - 나만의 감각으로 명작과 마주하는 시간
오시안 워드 지음, 이선주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19년 1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혼자 보는 미술관

 

오시안 워드 / 알에이치코리아

 

1573540511260.jpg

 

 

 

"아무도 없이, 누구나 쉽게"

 

 

1573540675220.jpg

 

 

나는 이 책에서 지난 시간을 완전히 뛰어넘지는 못해도, 적어도 작가들과 우리 사이의 거리는 좁히고 싶다.

(프롤로그)

책 표지의 그림부터가 궁금했다. 장 앙투안 바토의 <피에로>! 책을 다 읽고 나면 이런 명작을 더 아름답게 느낄수 있을까? '아는 만큼 보인다' 했는데 미술사 공부래야 학창시절 교과서가 전부이다. 그나마 아이들 키우면 같이 읽었던 예술분야 전집을 재미있게 읽은 정도? 그래서 당연히 그림 볼 줄 아는 눈은 없다. 그래도 보는 건 참 좋다. 음악도 비슷하다. 악보 볼 줄 모르고 연주할 수 있는 악기 하나 없지만 듣는 건 항상 즐거운 것처럼.

누구에게도

방해받지 않을 때,

명작은 탁월하게                   

아름다워진다.

 

 

저자는 예술비평, 시각예술 에디터로 6년 넘게 일해오며 <이브닝 스탠다드>, <가디언>, <에스콰이어> 등 다양한 간행물에 글을 기고해왔다고 한다. 고전 미술 작품을 감상하면서 느끼는 거리감, 예를 들어 하늘에서 내려오는 천사들, 알 수 없는 남자의 초상화 등을 보면서 문화적 공황에 빠질 때 온갖 자료에 의지하지 않고 '스스로의 감각'을 사용하길 권하고 있다. 사실은 '너무 아는 게 없다'라는 생각 때문에 미술 작품을 '보는' 즐거움을 포기하는데, 어쩜 이리도 고마울까. 나같은 관람자에게는 특히나 유익하고 위로가(^^) 되는 말이다.

 

 

고전 미술에 익숙하지 않은 사람들이라면 작품 앞에서 몸이 자연스럽게 반응하도록 내버려두라고 권하고 싶다. 작품에 대해 잘 모르기 때문에 잘못 반응하거나 제대로 감상하지 못할까 봐 걱정할 필요는 전혀 없다.

 

1573540512073.jpg

렘브란트 판 레인, <에스더의 연회에 참석한 아하수에로 왕과 하만>,1660년.

 

 

'과거의 명작들을 귀중하게 보존해야 할 유산으로만 여기지 말고, 해석하고 의문을 던지고 평가하고 캐물으면서 논쟁을 벌일 수 있다'고 느끼라는데서는 숨통이 탁 트이는 느낌이다. '고전', '명작' 하면 사실 무겁고, 틀에 갇힌 느낌을 받기 쉬운데 좀더 쉽게 다가갈 수 있도록 문턱을 낮추어주고, 용기를 준다. 이것의 구체적인 방법으로 시간(Time), 관계(Assocuation), 배경(Background), 이해하기(Understand), 다시 보기(Look Again), 평가하기(Assess)의 단계를 거쳐 다음 단계인 리듬(Rhythm), 비유(Allegory), 구도(Structure)와 분위기(Atmosphere)를 적용하는 과정을 여러 작품을 사례로 잘 정리해주고 있다.

 

 

 

1573545167622.jpg

자크 루이 다비드, <마라의 죽음>, 1793년.

 

 

감상은 '유레카'의 순간처럼 갑자기 이해되는 것이 아니다. 훑어보고, 샅샅이 살펴보고, 골똘이 바라보아야 이해된다.

(이해하기: 얼마나 마음을 열 수 있는가)

 

 

예술작품을 보는 눈은 주관적이기 때문에 누군가에게는 아름답게 보이는 작품이 다른 사람에게는 이상하게 보일 수도 있다. 옳고 그름을 가릴 수 없으니 정답이 없다는 뜻이다.

(평가하기: 정답이 없다는 말은 정답이다)

 

 

그림 속 비유를 해석하는 일은 쉬운 게 아니다. 미술사나 그림 내용의 상징성에 대한 지식을 갖추지 못하더라도 각자 개인이 주관적으로 그 작품에 '공감'하면 된다고 한다. 관람객의 지식보다 공감에 더 비중과 가치를 두다보면 명작을 그려낸 시대와 우리가 살고있는 현재의 거리를 한층 가깝게 해주는 것 같다.

              

1573557886390.jpg

 

 

책에 실린 총 90여 개의 작품을 주관적(^^)으로 보는 용기를 내어보았다. 그것만으로 세계 여러 박물관, 미술관을 거닐어보는 특별한 즐거움이 있다. 박물관이나 미술관에서 작품을 감상할 기회를 더 자주 만들고 싶다는 마음과 꼭 정답을 몰라도 '감상'의 즐거움은 나의 몫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책 표지에 실린 그림이 참 궁금했었는데, 화가들이 우스꽝스럽거나 엉뚱한 풍자를 통해 진지한 메시지를 전하기도 했던 바로 그런 작품 중 하나였다. 가장 쾌할하고 웃음기 가득해야할 '피에로'는 힘없는 모습으로 어딘가 불편하고 외로워보이고, 광대의 웃음 뒤에 드려진 삶의 몸부림과 슬픔이 담긴 작품이었던 거다. 표정이 참 특이하다 싶었는데 그런 깊은 뜻이...!

 

 

1573560412013.jpg

장 앙투안 바토, <피에로>, 1718~1719년        

 

 

 

나만의 감각으로 명작과 마주하길 격려하는 책이지만 '피에로' 그림처럼 각 그림에 대한 섬세한 큐레이터가 미술공부에 대한 풍성한 배경지식이 되어준 책이다. 나에게 있어서는 특히! '혼자 보는 미술관' 관람 책으로 읽는 동안 충분히 즐거운 시간이 되었고 자주 열어 보고 싶은 <책장 속 미술관>이란 별명을 붙이고 싶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