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자 보는 미술관 - 나만의 감각으로 명작과 마주하는 시간
오시안 워드 지음, 이선주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1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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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자 보는 미술관

 

오시안 워드 / 알에이치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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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도 없이, 누구나 쉽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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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이 책에서 지난 시간을 완전히 뛰어넘지는 못해도, 적어도 작가들과 우리 사이의 거리는 좁히고 싶다.

(프롤로그)

책 표지의 그림부터가 궁금했다. 장 앙투안 바토의 <피에로>! 책을 다 읽고 나면 이런 명작을 더 아름답게 느낄수 있을까? '아는 만큼 보인다' 했는데 미술사 공부래야 학창시절 교과서가 전부이다. 그나마 아이들 키우면 같이 읽었던 예술분야 전집을 재미있게 읽은 정도? 그래서 당연히 그림 볼 줄 아는 눈은 없다. 그래도 보는 건 참 좋다. 음악도 비슷하다. 악보 볼 줄 모르고 연주할 수 있는 악기 하나 없지만 듣는 건 항상 즐거운 것처럼.

누구에게도

방해받지 않을 때,

명작은 탁월하게                   

아름다워진다.

 

 

저자는 예술비평, 시각예술 에디터로 6년 넘게 일해오며 <이브닝 스탠다드>, <가디언>, <에스콰이어> 등 다양한 간행물에 글을 기고해왔다고 한다. 고전 미술 작품을 감상하면서 느끼는 거리감, 예를 들어 하늘에서 내려오는 천사들, 알 수 없는 남자의 초상화 등을 보면서 문화적 공황에 빠질 때 온갖 자료에 의지하지 않고 '스스로의 감각'을 사용하길 권하고 있다. 사실은 '너무 아는 게 없다'라는 생각 때문에 미술 작품을 '보는' 즐거움을 포기하는데, 어쩜 이리도 고마울까. 나같은 관람자에게는 특히나 유익하고 위로가(^^) 되는 말이다.

 

 

고전 미술에 익숙하지 않은 사람들이라면 작품 앞에서 몸이 자연스럽게 반응하도록 내버려두라고 권하고 싶다. 작품에 대해 잘 모르기 때문에 잘못 반응하거나 제대로 감상하지 못할까 봐 걱정할 필요는 전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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렘브란트 판 레인, <에스더의 연회에 참석한 아하수에로 왕과 하만>,1660년.

 

 

'과거의 명작들을 귀중하게 보존해야 할 유산으로만 여기지 말고, 해석하고 의문을 던지고 평가하고 캐물으면서 논쟁을 벌일 수 있다'고 느끼라는데서는 숨통이 탁 트이는 느낌이다. '고전', '명작' 하면 사실 무겁고, 틀에 갇힌 느낌을 받기 쉬운데 좀더 쉽게 다가갈 수 있도록 문턱을 낮추어주고, 용기를 준다. 이것의 구체적인 방법으로 시간(Time), 관계(Assocuation), 배경(Background), 이해하기(Understand), 다시 보기(Look Again), 평가하기(Assess)의 단계를 거쳐 다음 단계인 리듬(Rhythm), 비유(Allegory), 구도(Structure)와 분위기(Atmosphere)를 적용하는 과정을 여러 작품을 사례로 잘 정리해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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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크 루이 다비드, <마라의 죽음>, 1793년.

 

 

감상은 '유레카'의 순간처럼 갑자기 이해되는 것이 아니다. 훑어보고, 샅샅이 살펴보고, 골똘이 바라보아야 이해된다.

(이해하기: 얼마나 마음을 열 수 있는가)

 

 

예술작품을 보는 눈은 주관적이기 때문에 누군가에게는 아름답게 보이는 작품이 다른 사람에게는 이상하게 보일 수도 있다. 옳고 그름을 가릴 수 없으니 정답이 없다는 뜻이다.

(평가하기: 정답이 없다는 말은 정답이다)

 

 

그림 속 비유를 해석하는 일은 쉬운 게 아니다. 미술사나 그림 내용의 상징성에 대한 지식을 갖추지 못하더라도 각자 개인이 주관적으로 그 작품에 '공감'하면 된다고 한다. 관람객의 지식보다 공감에 더 비중과 가치를 두다보면 명작을 그려낸 시대와 우리가 살고있는 현재의 거리를 한층 가깝게 해주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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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에 실린 총 90여 개의 작품을 주관적(^^)으로 보는 용기를 내어보았다. 그것만으로 세계 여러 박물관, 미술관을 거닐어보는 특별한 즐거움이 있다. 박물관이나 미술관에서 작품을 감상할 기회를 더 자주 만들고 싶다는 마음과 꼭 정답을 몰라도 '감상'의 즐거움은 나의 몫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책 표지에 실린 그림이 참 궁금했었는데, 화가들이 우스꽝스럽거나 엉뚱한 풍자를 통해 진지한 메시지를 전하기도 했던 바로 그런 작품 중 하나였다. 가장 쾌할하고 웃음기 가득해야할 '피에로'는 힘없는 모습으로 어딘가 불편하고 외로워보이고, 광대의 웃음 뒤에 드려진 삶의 몸부림과 슬픔이 담긴 작품이었던 거다. 표정이 참 특이하다 싶었는데 그런 깊은 뜻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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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 앙투안 바토, <피에로>, 1718~1719년        

 

 

 

나만의 감각으로 명작과 마주하길 격려하는 책이지만 '피에로' 그림처럼 각 그림에 대한 섬세한 큐레이터가 미술공부에 대한 풍성한 배경지식이 되어준 책이다. 나에게 있어서는 특히! '혼자 보는 미술관' 관람 책으로 읽는 동안 충분히 즐거운 시간이 되었고 자주 열어 보고 싶은 <책장 속 미술관>이란 별명을 붙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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