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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얼:하다
조승연 지음 / 와이즈베리 / 2019년 10월
평점 :
품절
"가식적이지 않고 당당해서 행복한
뉴요커 라이프 에세이"

<어쩌다 어른>, <비밀독서단>, <비정상회담> 등 다양한 프로그램에서 조승연 작가가 들려준 세계 여러 언어와 역사, 문화, 예술 이야기는 쉽고 재미있었던 기억이 난다. 작년에는 무심하고 까칠한 프랑스 사람들 이야기를 담은 《시크:하다》를 재미있게 읽었었는데 이번엔 '뉴욕', '뉴요커'의 이야기를 담은 책이 나왔다.
뉴욕 하면 오래된 지하철, 지저분한 거리, 비싼 집값, 바쁜 뉴요커들... 이런 이미지가 많이 그려진다. 아무래도 영화의 영향 탓일 것 같다. 그래서 건축가 르 코르뷔지의 말이 무슨 뜻인지 알듯하다.
"나는 백 번 생각했다.
뉴욕은 엉망진창이라고.
하지만 오십 번 생각했다.
참 아름다운 진창이라고."
조승연 작가가 프롤로그에 이런 글귀로 책을 열었다는 건 '참 아름다운 진창'의 뉴욕을 보여주려는 거겠구나 싶었다.
일찍부터 프랑스, 이탈리아, 미국 등에서 살아본 경험을 가졌다는 건 저자에게 큰 행운이었던 것 같다. 각 도시와 사람들의 삶을 들여다보며 생각해본 인문학적 사색을 이렇게 책으로까지 엮어내었으니 말이다. 이 책도 1999년 대학 입학부터 2005년 졸업 때까지 뉴욕에서 지내본 경험을 토대로 특별히 '뉴요커'의 이야기에 초점을 두고 있다. 지금도 매년 가고 있다니 꼭 전해주고 싶었던 이야기들이 말을테다.
먼저 겉으로 드러나는 것보다 실질적인 힘에 더 가치를 두는 뉴욕의 철학을 말해준다. 요즘 유튜브와 페이스북에서 '게리비'라는 애칭으로 불리며 활동하는 '게리 베이너척'가 그 대표적인 예라고 한다.
뉴요커는 이민 이후의 생존 경험을 통해, 주변 사람의 부러운 시선이나 허울 좋은 체면치레 같은 것은 생존에 도움이 전혀 안 된다는 것을 안다. 진정한 자유와 존재감은 경제적 자립에서만 온다. 이것이 뉴요커의 행복 공식이다.
겉치레가 만연한 한국에서 꼭 배우면 좋을 것 같은 '할 때는 하고 안 할때는 안하는' 시간 절약과 빠른 의사 결정, 겉치레가 없는 무례함 등은 신선한 도전이 되어준다. 또 다른 평판은 다 안 좋아도 장점 하나만으로 영웅시 하는 뉴요커들의 문화는 청렴결백을 중요시하고, 골고루 모든 과목을 잘하도록 요구받는 우리의 문화와 비교했을 때 이렇게도 많이 다를 수 있구나싶다.
많은 비난에도 꿈쩍하지 않는 뉴요커들, 무례함이 일상처럼 보여지는 뉴요커들의 이야기를 듣다보면 한국사회였다면 딱 욕먹기 좋을 만한 캐릭터이다. 그런데 그들에게서 한가지에 올인한 점을 높이 평가하고 있는 뉴욕, 참 특별하다.
힙합과 비보이의 도시 뉴욕. 뉴욕은 다양성이 있는 열린 사회다. 아웃사이더를 보는 시선이 다르고, 특히 낯선 나라에 이민 와서 어려운 일을 많이 겪은 사람들이 대부분이기 때문에 '소수자'들에 대한 선입견을 내세우지 안는다고 한다.
비싼 부동산 가격, 미식의 천국, 존중하고 공감할줄 아는 사람으로 키우는 자녀교육도 특이했다. 특히 '공부를 시키기' 위해 중고등학교 사교육에 집중하는 한국과 달리 '알아서 공부할 줄 알고 험한 세상을 헤쳐나갈 수 있는 영리한 아이'로 키우기 위해 영유아기 때 오히려 사교육에 집중한다는 점이 그랬다.
파리지앵의 이야기도 그랬지만 뉴요커 이야기도 읽으면서 젊은 도시의 느낌이다. 젊은 사람들이 많이 산다는 뜻이 아니라 생각과 문화가 확실히 많이 트여있다. 모든 점이 다 마음에 들고 좋아보이지는 않는다. 그러나 다른 문화를 알아가고 이해하는 과정은 나의 생각을 더 젊어지게 해주었다. 각자가 느끼는 '뉴욕'은 개인마다 다르겠지만, 또 직적 다녀와보지 못한 내가 이 책을 비판적으로 읽기는 어려웠지만, 다양한 사람들에게 기회를 주고 있는 그래서 '희망의 도시'로 불려지는 뉴욕의 매력에 빠져보게 되는 책이었다.
이렇듯《리얼:하다》는 비판적 시선으로 뉴요커의 철학과 문화를 드려다보기 보다는 우리에게 없는, 우리가 생각지 못했던 사고의 뒷면에서 '배울 바'를 찾아준다. 수많은 나라에서 건너온 이민자들이 살다보니, 지위나 명예, 겉치레보다 실질적고 실용적인 것들이 더 중요시 될 수 밖에 없었던 배경들을 알수 있었고, 그안의 치열함이 사업, 예술, 교육 분야 등에서 열정으로 나타나는 모습을 보면 저자가 말하는 '리얼하다'가 뉴욕의 색깔을 말해주기에 딱 맞다라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새로움과 다양성에 잘 열려져 있는 뉴요커들을 직접 만나볼 기회가 있기를!! (아마도 많이 당황스럽겠지만^^)
한 도시의 매력은 화려한 랜드마크에서 비롯하는 것이 아니라 그 도시에 사는 사람들의 이야기에서 나오는 것이다. 뉴욕은 모든 사람에게 자기의 가치를 찾을 수 있는 기회를 주는 도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