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감정싸움 필요 없는 소통의 기술 - 소모적인 관계를 생산적으로 바꾸는 프로들의 소통법
한유정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14년 4월
평점 :
품절
쉽게 읽히는 책이 있습니다. 다루는 소재나 내용이 까다롭지 않아서인 경우도 있지만, 『감정싸움 필요 없는 소통의 기술』의 경우는 저자 한유정의 평소 어법의 영향 때문이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할리우드에서 미술 총감독으로 일하는 그녀는, 이 책 안에서 다룬 수많은 예화와 경험에서 알 수 있는 것처럼 자신의 생각과 의사를 명확하고 간략하게 전달하는 프로이기 때문일 것입니다. 즐거운 템포를 유지하면서 책장이 술술 잘 넘어가니, 독자로서는 고마운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더욱이 그녀가 들려주는 사회생활의 경험담과 교훈은 참으로 유익했고, 무엇보다 그녀의 이 명료한 소통과 전달 능력을 닮고 싶다는 생각이 듭니다.
지인들과 만나서 사회생활이나 직장에 대한 이야기를 나눌 기회가 있을 때면 늘 빠지지 않는 주제가 있습니다. 직장생활의 가장 힘든 점은 업무도 보수도 아닌 ‘인간관계’라는 것입니다. 우리가 바라는 것은 좋은 사람들과 즐겁게 일하는 것인데, 이 소박한 바람이 왜 이리도 힘든 것이냐고 다들 한마디씩 외쳐대는 걸 보면, 직장생활 내에서 ‘소통’이란 참으로 중요하고도 어려운 화두인 듯합니다.
그동안 커뮤니케이션에 관련된 다수의 책을 읽어왔지만, 이번에 만난 『감정싸움 필요 없는 소통의 기술』은 ‘소리 없이 강하다’는 한 CF의 카피가 떠오를 만큼 실제적으로 도움이 되는 책이었습니다. 다가오는 방식은 차분한 어조를 유지하지만, 그 안에서 말하고자 하는 핵심은 상당히 실용적이고, 또 익히 알고 있었던 커뮤니케이션 기술 부분들도 경험에 녹아 잘 정돈되어서 각인되었습니다. 그런 힘이 내가 겪고 있고 활동하고 있는 실제 영역에도 잘 연결되어 새로운 영향력으로 발휘되기를 기대해 봅니다.
이 책의 여러 가지 강점이 있겠지만, 우선 할리우드 미술 총감독을 맡고 있는 저자 한유정의 이례적이고 경이로운 커리어가 젊은 세대에겐 아주 매력적인 도전으로 다가온다는 점이 가장 두드러집니다. 그녀가 들려주는 이야기들은 상당히 흥미롭고 생동감이 있습니다. 겉으로 화려해 보이기만 하는 그녀의 직업이 걸어온 여정이 얼마나 혹독하였는지 책을 읽는 내내 느껴졌고, 그 과정에서 그녀가 배우고, 만나왔던 일과 사람에 대한 이야기들은 그녀의 커리어보다 더욱 빛을 발하는 듯합니다. ‘역시 거저 얻어지는 것은 없는 법이다.’라는 생각이 듭니다.
그녀가 들려주는 15년간의 사회생활 속에는 사회초년생에서 리더의 자리에 오르기까지의 다양한 관점이 묻어납니다. 어떠한 지위에 있든 스스로를 설득할 수 있어야 하며, 그것이 상대에 대한 설득으로 이어진다는 것은 참으로 인상적입니다. 역시 자신에 대한 믿음이 있기까지의 노력과 동료에 대한 배려와 협력은 사회생활에서는 빠질 수 없는 우선요소입니다. 또한 다양한 성격과 기질을 가진 상사와 동료 부하직원, 협력업체 등 개인과 개인 그리고 그룹과 그룹에서의 작업 과정 예화들은 맞장구를 치고 싶을 만큼 공감 가는 사례들이 많았습니다. 바로 우리가 직장생활에서 겪는 상황들에 쉽게 적용할 수 있다는 점이 가장 좋은 소스가 아닐까요?
기업들은 한국 사회의 인재 채용도 스펙보다는 인성 중심으로 변모하고 있다고들 말합니다. 그러나 과연 그런지는 조금 의문입니다. 대학생들은 여전히 전문 스펙에 목을 매고 있는 현실입니다. 기업은 그들의 인성을 어떻게 평가하고 있는 걸까요?
한국 기업문화도 선진화되었다고 하지만, 여전히 공과 사의 구분이 모호하며, 개인의 특성 영역 또한 애매모호하다. 여전히 한국의 기업문화 시스템은 수직적이며, 전문성의 분리와 자금의 명확성이 불분명합니다. 저자도 말했지만, 한국은 ‘정의 문화’ 때문인지, 손쉽게 부탁을 하는 경우가 허다하고, 업무적인 일처리에서도 돈에 대한 부분은 가장 뒤로 미루고 흐지부지하게 처리하는 경우가 허다합니다. 서로를 돕는다는 취지는 좋지만, 부탁이든 업무이든 상대의 시간과 에너지를 사용하는 것에 대한 적절한 보상은 당연한 배려이자 보상이라는 점은 우리 사회와 국민의식에 개선돼야 할 중요한 부분이란 생각이 듭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멀티플레이’를 요구하는 한국 사회의 인식이 변화되었으면 하는 바람이 큽니다. 한국 기업문화를 무조건 비판하는 것은 아니지만 전문가를 키우고 그 영역을 책임지는 선진 시스템은 본받아야 할 점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유명한 위인이나 성공자들의 대다수가 평생에 걸쳐 자신의 영역을 개발했고 그 결과로 성취를 이루었다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 됩니다. 이번에 책을 읽으며, 뚜렷한 영역의 구분이 있을 때, 개인의 전문성과 책임감이 더욱 높아진다는 것을 여실히 느꼈습니다.
책을 덮으며 그런 생각이 듭니다.
‘소통’은 쉽지 않지만, 실상은 ‘기본기‘라는 것. 우리가 놓치지 쉬운 기본, 상식, 그리고 인성을 바탕으로 한 마음가짐, 동료와 상대에 대한 배려, 놓치지 말아야 할 원칙들, 이러한 사소한 디테일이 기본기로 다져지고, 거기에 ’열정‘과 ’실력‘ 그리고 ’노력‘이 더해졌을 때, 진정한 성공적 소통을 이룰 수 있다는 것입니다.
감정싸움을 완전히 배제하고 직장생활을 할 수만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요. 그러나 우리가 인간이기에 수많은 변수와 어려움을 맞닥뜨릴 때마다 100% 감정을 배제할 수는 없을 것입니다. 그러나 책에서 말하는 사소하지만 강력한 원칙들을 스스로 세워둔다면, 불시에 일어나는 상황에서도 좀 더 유연하고 침착하게, 그리고 장기적인 안목을 가지고 일과 사람을 대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시중에 많은 비즈니스와 커뮤니케이션 관련 서적들이 있지만, 개인적으로는 가장 재미있게, 그리고 손쉽게 읽었던 커뮤니케이션 책이 아니었나 생각됩니다.
마지막으로 책 속에서 가장 와 닿았던 문구를 적어보려 합니다.
Show goes on
어떤 문제가 있어도 결국에는 해결이 되게 된다. 그러니 흔들릴 필요는 없다. 쇼는 계속된다. 인생은 계속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