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장가 - 도종환 시인의
도종환 지음, 안선재 옮김, 김슬기 그림 / 바우솔 / 201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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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가 그람책이 되어 나온 것을 처음으로 만났다.
잠을 재우기 위해 불러주는 노래는 익히 동요로 슈베르트 등이 작곡한 우리 정서와는 조금 거리가 있는 것만 알고 있었는데 도종환시인이 불러주는 자장가는 진짜 우리의 것이라는 것을 느꼈다.

너른 담벼락을 덮은 기왓장 아래 팔자좋게 엎드려 잠에 빠진 개를 보니 하루의,아니 한 달의 고된 삶에서 깊은 숨을 내쉬었다.나도 모르게 평화스럽고 조용한 밤의 세계에 들어온 것이다. 그러고보니 밤에도 머리는 쉬지 못한 채 계속 앞날을 염려하며 가족을 생각하느라 쉬지 못했던 것 같다.

그런데 시인의 노래엔 유독 홀로 자는 동물들과 새들이 많이 나온다.
어미의 보호나 보살핌을 받지 못한 채 대자연의 품 속에서 안식을 취하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바람에 흔들리는 풍경소리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저희끼리 날개를 비비대며 깊은 잠이 든 병아리떼를 보며
평온함과 태평스러움을 느꼈다. 사납거나 위협이 되는 자연이 아니라 어느 생명도 제 품에 안을 수 있는 거대한 자연을 그렸다.

실제로 그럴까?
그렇다면 한 시도 엄마 품을 떠나지 못하는 어린아이는 무엇을 의미하는 것일까?
자장자장 잘도 잔다, 우리 아가 잘도 잔다.
아들의 가슴을 따스히 어루만지는 엄마의 손길에서 예전 잠투정이 유난히 심했던 내 모습이 떠오른다.

작은 불빛이나 소리만 나도 금세 잠이 깨버리는 것은 물론이고 잠에서 깨어났는데 주변에 아무도 없어서
울면서 맨발로 할머니댁까지 찾아가는 못된 습관은 동네에서도 유명했다. 어린 내가 잠이 들때까지 내 가슴을 어루만져주고 토닥토닥 쳐 주셨던 어머니. . . 그리고 마침내 내 곁에서 모로 세운 몸으로 잠이 들어버린 어머니가 계셨
기에 안심하고 잠을 잘수 있었다.

홀로 자는 자라 알을 강모래가 품어주고
혼자 자는 벌레들은 나뭇잎이 재워준다고 생각하는 시인을 보면서
이 너른 대자연의 품속이 바로 내가 느껴던 어머니의 품이었다는 것을 잠잠히 깨닫는다.
세상에서 홀로 자라는 많은 생명체들을 모두 귀하고 따스한 시선으로 바라볼 수 있는 여유를 갖게 되어
이 얼마만의 휴식인지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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