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야식당 10 심야식당 1
아베 야로 지음 / 미우(대원씨아이) / 201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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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단히 가공식품을 좋아하며 상당한 수준의 미각을 갖고 있는 이라 하더라도 이 정도 되는 책을 쓰기란 정말 어려울 것 같다란 생각이 들었다. 웅장하고 커다란 대형의 전문레스토랑이 아니라 몇 걸음 걸어가면 간판이 보이는 작은 분식집의 메뉴들이 나와 있기게 뭔가 주메뉴에서 살짝 벗어나 사이드디쉬라든지 감칠맛을 더해주는 소스나 드레싱에 까지도 관심을 갖고 실어 준 작가의 정신에 신선함을 느꼈다. 동시에 일본의 맛도 느낄 수 있었다.

 

지하철 청정에 매달린 광고판을 보고서 "심야식당이란 아! 뮤지컬이었군!" 할 것이다. 일본의 드라마로도 벌써 방영된 이 책은 먹거리와 메뉴가 주인공이라기 보다는 그것을 매개로 야심한 밤에

벌어지는 낮과 다른 있는 모습 그대로의 텁텁하면서도 굴곡진 다양한 개인들의 삶의 모습을 그린 것이다. 그렇기에 나이와 성별에 구애됨 없이 많은 사람들의 뜨거운 관심과 공감을 불러 일으키게 된 것이다. 그렇다면 아예 무대가 선술집이나 호프집이 아니라 어째서 식당일까라는 의문이 들었다. 사람들의 속내를 털어 놓기에는 그래도 술집이 제격일 테니까!  거기에 바로 이 시대를 읽는 작가의 깊은 통찰력이 숨어 있었다.

 

삶이 그 만큼 힘들다는 것!

그것을 작가는 꿰뚫어 보고 있는 것이다. 개개인이 져야 할 하루라는 짐의 무게가 너무나 무겁다는 것을 알고 있는 것이다. 매일의 반복적으로 해야할 의미도 없고 가치도 크지 않은 소소한 일상을 지탱하기에 인간이 너무나 약하며 삶을 향상시키거나 할 여유를 찾기 힘들다는 것까지도 간파하고 있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자신이 돌리는 쳇바퀴를 깨뜨리고 나올 힘도 없어서 그 안 갇힌 채 서서히 희망도 힘도  잃어가고 있는 모습을 그린 것이다.

 

자정이 넘어서 허기진 배를 안고서 주머니 걱정을 하지 않고 바로 밀고 들어가서 아무데나 마음에 드는 테이블에 턱 앉을 수 있는 곳, 그리고 어디서나 쉽게 주문만 하면 먹을 수 있는 카츠돈이나 달걀샌드위치, 그것도 아니면 봉지만 뜯어 프라이팬에 볶을 수 있는 비엔나소시지를 앞에 놓고서 자신의 억울함과 분통 터지며 답이 없는 사연을 거리낌 없이 풀어 놓을 수 있는 곳이 바로 이 곳<심야식당>이기 때문이다. 세상에서 내 얘기를 마음 놓고 할 수 있고 들어줄 사람이 있는 곳이니 얼마나 따뜻하겠는가!

 

나는 이 심야식당이 바로 오늘의 교회와 성당이 해야할 '당연한 일'이라고 생각하지만 현실은 전혀 다르니 매우 안타까울 뿐이다. 정작 억울하고 고통스럽고 때론 울분을 삭이지 못해 고민이 되는 마음을 안고 교회나 성당을 찾아갔다가 곧 되돌아 나오기 십상이기 때문이다. 교양과 학식이 있는 척을 하는 곳에 '가난한 심령'을 안고 들어가다니 정말 제 정신이 아닌 사람 취급을 당하기에 안성맞춤이기 때문이다. 그러니 이 '가난한 심령'을 안고서 향하는 곳이 바로 간단히 요기나 할 수 있는 정도의 식사를 팔지만 나와 같이 삶의 애환을 갖고 고민하는 사람들이 모여 있는 심야식당인 것이다.

 

반찬이나 다름 없는 메뉴를 매개로 삼아 이렇게 특별하게 재미와 감동을 주는 스토리를 만들다니 놀라웠고 보는 재미가 쏠쏠했다. 왜냐하면 전에는 한 번도 달걀이나 감자, 어묵처럼 평범한 재료들을 이렇게 생각하고 만들어 볼 수 있겠다라는 것을 전혀 몰랐다. 그런데 만화 속 세밀화 등을 보니 대단한 것은 아닌데 자꾸만 좋아 보이고 먹음직스럽게 보이는 것이 예사롭지 않아서이다. 등장하는 인물들 역시 굵직한 인물이 없이 너나 할 것 없이 너무나 평범한 사람들인데 이 사람들이 사는 삶의 현장은 참으로 흥미진진하고 그 곳에서 고군분투하는 모습에 박수를 쳐 주고 싶었다.

 

음식을 먹는 것 뿐만 아니라 만드는 것에 관심이 많은 작가란 것을 알게 되었다. 자신의 손을 움직여서 직접 가공된 재료에는 없는 자연스러움과 맛을 얹여주는 센스가 타고난 사람이란 것도 알게 되었다. 그리고 상이 너무 단출하다 싶을 정도로 한 접시에 음료 한 병 정도가 고작인데에도 그 곳을 찾는 손님들의 발걸음은 끊이질 않는 것도 재미가 있었다. 인테리어가 세련되고 화려한 것도 아니고 공간도 협소하고 불편하게 보이는데 그럼에도 삶의 먼지가 구두에 뽀얗게 내려 앉은 사람들의 걸음이 이 곳을 들어올 때와 나갈 때가 다르다는 것도 눈에 띄었다. 

 

 

그것은 주인이 손님을 맞는 태도가 사람의 지친 마음을 따뜻하게 만들어 주어서가 아닐까! 단순히 먹고 흥겹게 즐기다가 정신없이 값을 치루고 떠나는 흔한 레스토랑과는 달리 엄마나 누나의 가슴을 느낄 수 있는, 단출하지만 정성과 소박함이 물씬 풍겨나기에 제 집처럼 그렇게 찾게 되는 것 같다. 이런 식당이, 교회가, 성당이, 사찰이  내가 사는 곳 어딘가에는 있을 것이란 희망이 있다. 그리고 그 곳이 그리 멀지 않은 곳에 있으면 하는 바람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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