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아들 창비세계문학 2
리처드 라이트 지음, 김영희 옮김 / 창비 / 201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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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50년대 버스에서의 흑백차별에 저항했다가 혹독한 곤혹을 치르고 자신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흑인인권운동가의 선봉에 서게 되는 로자파크라는 실존여성의 일을 다룬 책<싫어요!>가 이 책 <미국의 아들>보다는 그나마 '인권'이라는 의식이 어느 정도 생긴 터전에서 나온 소출이다. 흑인신분에 버스에 빈 좌석이 없음에도 감히 백인을 위해 자리에서 일어나지 않았다는 이유만으로 기사에게 심한 폭언과 협박을 받은 후 감옥에 갇히고 해고를 당하고 마침내는 흑인들의 대중교통 파업을 선동했다는 죄명을 얻어 아무나 맘 내키는 대로 죽여도 좋을 '흑인여성'이 되는 참으로 두렵고 험한 인생을 살게 되는 로자파크의 이야기는 그나마 덜 잔인한 것이었다니... 

 

책을 읽으면서 힘이 들었다. 인간의 약함과 악함을, 그리고 군중심리를 이용하여 숨어서 저지르는 사법살인에의 동참에 대해 심각하고 아프게 느낄 수 있게 만드는 책이었기 때문이다. 단순히 흑인의 우발적인 백인여성에 대한 살해를 문제 삼고 있지 않고 그 사건의 진실을 조사해 가면서 실제 진실을 알고 싶어하지도 않고 혹 알고 있더라도 자신들이 이미 내린 결론을 짜 맞추기 위한 조사를 하고 있다는 사실이 읽는 내내 부담이 되었다. 그리고 그 실정이 한국의 현대사에서 종종 보아 온 모습, 어찌 보면 지금도 일어나고 있는 모습이기에 그러했다.

 

알고 있으면서도 진실을 왜곡하는 백인사회가 자신을 방어하거나 변호할 힘조차 미약한 작은 흑인 소년을 상대로 보여주는 폭력성이 너무나 노골적이며 유치하기도 하고 잔인하기 때문에 작가의 필력이 대단하다고 감안하면서도 미국사회의 추악한 뒷 모습에 배신감마저 들었다. 한국에 사는 내가 미국이란 나라를 보는 시각은 큰 나라이면서도 자신의 힘을 과시하거나 약자를 함부로 짓밟는 것과는거리가 먼, 논리적이며 자유와 다양한 사람들의 의견을 존중하는 민주주의의 본국이라고 생각해 왔었다. 그런데 이런 나의 생각이 정말 미국을 전혀 모르는 초딩수준의 잘못된 이해였다니 부끄럽고 창피하다.

 

미국을 비판하거나 내가 알고 있는 미국과 다른  미국을 말하는 재미교포 친구들이나 미국인들을 만난 적이 있는데 그들은 나의 이야기를 듣고서는 씩~~웃어 버리거나 믿고 싶은대로 다 믿으면 안 된다는 뼈가 있는 충고를 했었는데 이런 것들을 이제야 이해할 수 있게 되었지만 씁쓸함은 상상을 초월한다. 내가 살고 있는 한국과 다를 바가 전혀 없는 미국이란 나라에 대해서 실망이 너무 크다. 

 

딸을 잃은 충격과 슬픔은 이 사회에서도 곳곳에 찾아 볼 수 있다.그래서 사건현장을 조사하거나 재판정에서의 판결에 대한 불만으로 고성과 욕설이 흉악스럽게 울려 퍼진 것이 불과 몇 달 전이었다 . 당연히 피해자 가족들과 그 이웃들이 입은 상처는 가해자를 응징하고 처단하는 것을 통해 조금은 풀어질 수 있긴 하지만 그렇다고 해도  미국의 상황은 약자로 대변되는 흑인소년을 강자들의 잔인무도한 철퇴로 사정없이 난도질 하는 모습이었다.

 

 

이런 사회의 악한 단면을 잘 드러낸 영화와 드라마, 앵무새 죽이기와 추적자를 통해서 절대로 나를 거스르면 그 누구도 살아남지 못할 줄 알라로 대변되는 강자들의 폭력성은 살인사건에서 가장 중요시 되는 고의성이냐 아니냐를 무시한 채 결론적으로 죽여 없애서 더 큰 공포와 두려움을 온 사회에 퍼뜨리는 데에 있다.

 

링컨대통령, 마틴루터 킹이 미국의 흑인들을 해방시킨 것인줄 알았는데...

수 많은 비거와 같은 억울함을 겪은 흑인들이 주인공이라니...

너무나 모르는 것이 많다. 

 

그런 사건을 통해 미국 사회가 안고서 곪을 대로 곪아 있음을 대표해서 발설하는 작가의 용기와 그 상처를 치요하고자하는 애정이 큰 이야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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