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스트 키즈 - 패티 스미스와 로버트 메이플소프 젊은 날의 자화상
패티 스미스 지음, 박소울 옮김 / 아트북스 / 201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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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way we were에서 서로 다른 성향의 로보트 레드포드와 바브라 스트라이샌드가 가각 같은 캠퍼스 내에서 조깅과 전단지 살포로 아침을 열때 나오는 그 사운드트렉을 듣는 것 같았다. 냉전과 매카시즘으로 젊은이들이 같이 스스럼없이 자유롭고 활발하게 모든 사상과 인종, 문화와 종교를 품을 수 있는 그 찬란한 시절에 정치적인 억압과 편가르기에 묶여 사랑도 몰래 숨어서 쉬쉬하며 해야 했던 그 시절의 모습이 고스란히 오버랩되어 나타났기 때문이다.게다가 배경이 뉴욕이니 영화가 생각하는 것은 당연하다. 패티 스미스와 로버트 메이플소프라는 주인공들의 삶을 이 the way we were을 본 사람이라면 쉽게 이해할 수 있고 느낄 수 있다. 락커란 직업, 그것도 여성락커의 성향이니 당시 명문가의 여성들이라면 고분고분 어른들이 시키는대로 외모를 가꾸다가 사교계에서 만난 장래가 기대되는 남자를 만나서 결혼을 하는 것이 정해진 길인데 이 패티 스미스는 누가 보아도 사고뭉치, 말썽쟁이, 정말 별나서 골치 아픈 전향적인 여성이다. 그런 그에게 운명같은 사랑이 찾아오는 장면에선 눈을 감을 수 밖에 없었다. 너무 짜릿하기도 하고 그 운명의 강함에 이끌린 두 사람의 미래가 아찔하기도 해서였다.

 

전혀 부드럽지도 무난하지도, 그렇다고 여성스럽다거나 예쁘지도 않은 패티 스미스를 자신도 미처 몰랐던 여성성을 끌어 내게 만드는 한 남자, 로버트 메이플소프가 신처럼 특별한 초능력자로 느껴졌다. 그의 따뜻한 미소와 사람을 향한 관심, 그리고 선호가 분명한 패티와 달리 많은 사람들이나 사물과도 어렵지 않게 어울릴 수 있는 폭 넓음이 그를 더욱 멋지게 보이도록 만들었다. 그 중에서도 가장 큰 것은 역시 예민하지만 그래서 더욱 끌리는 감수성이었다. 남자가 어쩌면 저렇게 여자의 불편함을 ,마음을 속속들이 정확히 알고 느끼며 반응할까에 매료되어 이 땅에 있는 삼겹살에 소주만 마시면 아무 곳에서나 하품과 트림을 용감하게 해 대는 남자들이 살고 있는 곳에 꼭 저런 남자를 하나만 보내주셨으면 하는 안타까움으로 번졌다.

 

너무나 다르고 접점이라고는 찾기 어려운 두 사람의 관계의 시작은 정말 영화같았다. 그만큼 짜릿하고 긴장되면서 흥분을 느꼈으니까. 하지만 과연 생활이라는 것을 함께 할 수 있을까란 의구심이 들었는데 그것은 새와 물고기 같은, 서로 다른 환경에서 살아야지만 숨을 쉬며 생존할 수 있는 두 사람이 어떻게 만날 수 있을까란 생각이 들었고 결말이 뻔한 그 사랑을 하지 않았으면 더 좋지 않았을까라는 현실적인 생각도 들었다.

 

사랑이란 그렇게 지도을 보는 것처럼 이 길을 통해 저 곳으로 간 다음, 저 곳에서 왼 쪽으로 빠져서 직전 도로를 달리면 되는 네비게이션과는 너무나 차원이 다르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특히 패티가 더 깊고 아물지 않은 상처를 입게 되지만 그녀가 로보트와의 사랑을 알게 되기 전의 자신으로 돌아가길 희망하거나 사랑자체를 후회하지 않고 그 처절한 아픔과 그리움을 고스란히 자신의 기억 속에 저장하는 것을 보고서 그녀의 당참과 용기에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자신의 전 생애 가운데 음악과 저술활동, 그리고 로보트라는 한 남자를 결코 놓을 수 없었던 패티의 젊은 시절의 모습을 보면서 나에겐 저런 용기가 과연 있을까 싶었고 사랑을 하기 위해선 저렇게 전부를 건, 목숨을 건, 운명을 건 러시안룰렛같은 희생이 없으면 안 되는 것일까란 고민이 생겼다.

 

오래가지 않은 연인과의 생활이었지만 그 순간만큼은 천상의 기쁨과 열정을 갖게 해 준 로보트에게 여전히 사랑과 감사를 보내는 패티를 보며 그렇게 순수할 수 있는 이유가 무엇인지 묻고 싶어졌고 그녀의 용기 있었던 삶에 풍선을 띄워 고마움을 전하고 싶다. 나에게도 사랑에 무엇을 걸어야 하는지를 알려주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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