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미네 집 - 윤미 태어나서 시집가던 날까지
전몽각 지음 / 포토넷 / 2010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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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결혼해서 8평짜리 마포아파트에서 새 둥지를 튼 작가가 화장실을 암실삼아 사진현상을 하며 시작한 이 작업, 윤미네 집은 작가의 스무 여섯 해의 삶이 고스란히 담겨져 있는 자전적 사진집이다.

갈현동의 집에서 막내가 고등학교를 졸업할 때까지 살다가 남현동의 집으로 이사 오기까지 여건이 되건 안되건 사진을 통해 가족의 삶을 기록했다. 

이런 사생활을 공개할 필요가 있을까란 생각이 들다가도 몇 페이지를 넘기지 않아 작가의 가족들이 어떻게 젖을 먹이며 먹으며 성장했는가를 보며 내 지나 온 삶을 되돌아 보게 되었다. 

인간을 참으로 망각의 동물인것 같다. 그렇게 떨어지지 않으려 어머니의 치맛자락을 붙잡고 다녔는데 어느새 어머니를 부축하는 것에서 벗어나면 그렇게 자유로울 수가 없으니...  

참으로 불효막심한 망측한 형상인데 윤미네집을 보고 있으려니 자꾸만 눈물이 나온다. 

 

 

 

사랑을 받을 줄만 알았지 사랑을 줄줄 몰랐던, 너무나 이기적인 동물인 아기가 고고지성을 지르면서 태어나면 머리가 허연 할아버지와 할머니, 그리고 오랜 산고 끝에 낳은 어머니는 너무나 사랑스러워 쪽쪽 빨고 애지중지한다. 

학교에 입학하면서 부모와 떨어져 지내게 되고 친구들을 사귀게 되면서 비밀도 갖게 되는 사춘기를 보낸 아이는 어느새 거울 앞에서 모양을 내고 좋아하는 이성에게 편지를 쓴다.긴 장발의 촌스러움이 뭍어나는 아빠의 자전거, 넉넉하지 않은 살림살이에도 밝고 서로를 사랑하며 살아가는 작가의 가족들에게서 삶이란 무엇인가 다시 한 번 되묻는다. 

왜 이럴까? 

잃었던 소중한 것을 되찾는 중이라도 되듯 자꾸 눈물이 나온다. 

 

 

 

 

작가의 마지막 사진 한 장, 머리가 백발이 된 자신이 그토록 사랑하는 하얀 웨딩드레스를 입은 윤미의 손을 잡고  식장으로 입장할 때의 모습, 기쁘다기보다는 오히려 안타까움이 짙게 배여있다. 

전문사진작가의 사진이 아니란 점도 특이하다. 토목공학을 전공한 작가가 오랜 세월동안 성균관대 토목공학과 교수로 재직하면서 가장 크게 생각했던 것은 다리건설도, 항만이나 공항건설도 아닌 바로 '집'이었다. 

이렇게 자신의 가족을 사랑하고 그토록 보살필 줄 알았던 한 평범한 아버지의 삶이 담겨 있는 이 사진집이 20여 년이 넘었다. 그 동안 작가는 고인이 되었지만 그가 가슴 절절이 아파하며 사랑했던 사람들을 통해서 지금 내 곁에 평범하게 있는 사람들이 어떤 사람들인지 제대로 볼 수 있게 해 주어 진심으로 감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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