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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신 마이너스맨 ㅣ 스스로 책읽기 7
나탈리 브리작 지음, 마갈리 보니올 그림, 이상헌 옮김 / 큰북작은북 / 2010년 3월
평점 :
아이들에게 있는 그대로의 세상을 다 보여주었다간 아예 그 무섭고 부조리함에 압도되어 세상을 살아갈 용기나 지혜 자체를 잃게 될 지도 모른다. 그렇다고 '착한 사람은 모두모두 복을 받아 아주아주 행복하게 살았답니다~'로 끝나는 동화같은 동화는 아이를 온실에 가두어 버릴 수 있다.
한국처럼 태어남과 동시에 경쟁이 치열한 사회에서 살아가야할 아이들에게 '변신 마이너스맨'은 손을 잡고 일으켜주는 진짜 '형아'같은 책이다. 어른의 안목으로 교훈적인 이야기나 좌절을 극복한 실화담을 들려주기보다 아이보다 조금 더 높이 멀리 볼 수 있는 형아가 안내하는 이야기의 느낌을 받기 때문이다.
무엇하나 뚜렷하게 잘하는 것이 없는 이작은 학교에서나 집에서나 칭찬과 인정대신 잔소리와 야단을 맞는 구차한(?)생활의 중심에 서 있다. 이 아이에게 있어서 세상은 좋은 것보다 좋지 못한 것, 쉬운 것보다 어려운 것으로 가득차 있다.
무엇보다 자신을 향한 사람들의 시원찮은 대접때문에 하루도 마음 편하게 지낼 날이 없고 자신감은 제로에 가깝다. 자신을 무시하는 어른들, 여자친구에게 불편한 마음을 갖고 있지만 그렇다고 그런 속마음을 한 번도 제대로 표현조차 못하고 살아가고 있는 것이다.
이작의 이런 소심함에 가까운 곱고 여린 마음이 이 책 가운데 가장 눈에 띄는 점이다. 어린 아이가 세상을 향해 '하면 된다, 쟁취하자, 뺏으면 다 네 것이 되는 거야.'라는 한국식 교육에 물들어 눈빛마저 전투적이고 경쟁적인 요즘 우리의 아이들과 많이 다르다는 것이다.
오히려 한국 내에서는 보기 드문, 섬세하고 약하고 수줍음이 많은 이작이란 아이가 겪는 내적갈등과 현실의 거대한 억울함과 정의롭지 못한 장벽을 고통을 겪고 있는 마법사를 구해주면서 풀어가는 과정에서 나오는 작가의 상상력 또한 웃음을 짓게 만드는 요소이다.
아이들이 겪는 문제에 힘 센 천하장사나 괴물같은 어른이 등장해서 단 방에 쳐 부수어주면 얼마나 통쾌하겠나! 그러나 그것은 정치이지 어디 동화겠는가! 마이너스맨이란 제목에서 느낄 수 있듯 세상의 중심이 아니라고 여겨졌던 이작이 비록 작은 힘과 지혜이지만 이 것을 이용하여 꿈 속에서 마이너스맨으로 변신하여 활약하는 모습이 자못 시원하다. 자신을 보는 시선, 그것이 주눅들지 말고 당당하게 자신을 제대로 긍정하며 살아가게 되는 것이 감동적이다.
꿈에서 깨면 바뀌지 않는 지루한 현실에 대해 파괴적이거나 외면하지 않고 오히려 지는 듯 웃음을 지을 수 있는 이작처럼 우리의 아이들에게도 반드시 이기는 법을 가르치는 대신 정말 이겨야하는 대상이 무엇인지, 그리고 어떻게 이길 수 있는지를 가르치는데 큰 도움과 안내가 되는 책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