냄새 고약한 치즈맨과 멍청한 이야기들 담푸스 칼데콧 수상작 1
존 셰스카 지음, 이상희 옮김, 레인 스미스 그림 / 담푸스 / 2010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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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와 함께 종종 어린이뮤지컬을 보러 간다. 어떤 작품은 TV에서 보는 유명한 개그맨들이 사회를 보면서 웅성웅성대며 몸부림을 치는 아이들에게 첫 막부터 친근감을 주며 아이들의 눈과 귀를 사로잡는데 '냄새 고약한 치즈맨과 멍청한 이야기들' 첫 장을 연 순간이 바로 그런 집에서 보는 '공연문화'의 시작이었다. 조금 다른 점이 있다면 암탉과 잭의 귀청이 따가우리만큼 떠드는 수다일까?


이야기 자체보다 그림이 더 유명한 책들이 있다.
이호백아저씨의 이야기 그림책인 {도대체 그 동안 무슨 일이 일어났을까} ,
캐롤라인 제인 처치가 그린 {사랑해 사랑해 사랑해}처럼 이야기보다 사랑스럽고
여러 본 보아도 다시 보고싶어지는 그림이 있는 책이 있다.

모두 아이들이 한 번 읽은 이 책을 며칠 있다가는 또 꺼내 들춰보고 '씩' 웃고 깔깔거리며 좋아서 손으로 책을 매만지는 이유가 무엇일까?

한 번도 들어보지 못한 생소하고 낯 선 이야기때문이 아니라 친근하면서 편안하고 그러면서 사실적인 농촌의 풍경이 처음 보았을 때보다 두 번째 보면 처음에 못 보았던 것이 보이고 세 번째 보면 또 두 번째와는 다른 그림이 주는 기쁨이 있어서인 것 같다.


지금까지 여러 종류의 어린이책을 접해보았고 사 주었다.
입체적인 책부터 시작해서 책 속에 실제로 여러 빛깔의 색종이와 헝겁, 바늘과 실, 종이 끈 등이 들어 있어서 책을 읽어가며 직접 헝겁을 붙이고 끈을 꼬아 이야기를 완성하는 즐거움은 처음의 예상보다 훨씬 번거로우면서 또 한편 굉장한 애착과 재미를 갖게 되었다.
또, 어떤 책은 돋보기가 들어있어서 실제 곤충의 다리와 더듬이등이 사진처럼 보이기도 했다. 하지만 오래동안 전해오는 이야기 자체에 손을 댄 것은 없었는데 냄새고약한 치즈맨와 멍청한 이야기들은 새로왔다.


갈수록 아이들의 책 세상은 단순히 눈으로 읽고 줄거리를 머리로 외운 후 그 느낌과 재미를 조잘조잘 입으로 전달하는 것으로 그치는 것이 아니라 분명히 정형화된 출판물임에도 이것이 연극처럼, 뮤지컬처럼 다음 막에 오를 배우들의 등장에 김장감이 돈다는 것이다.


그러니까 상상력이 중요한 것이지 어떤 교훈적이거나 뛰어난 정보를 담고 있는 책을
얼마나 잘 이해하느냐에 초점을 맞추지 않았다는 것인데 '냄새고약한 치즈맨과 멍청한 이야기들'이 바로 상상력에 중점을 둔 책이다.


책 한 장을 펼치면 그 안에 얌전하게 죽어있는 활자란 찾아볼수가 없다. 온통 살아서 움직이는 생명력이 왕성한 배우들의 대화가 가득 차 있다. 게다가 말을 고분고분 잘 듣는 '착한 어린이'란 좀처럼 만나기가 어렵다. 상대의 말을 듣고서 무조건 "네" 라고 하지 않는 점, 자신의 입장을 조리있게 말하는 것은 요즘 우리 아이들의 성격과 너무나 딱 맞아 떨어져서 순간 아찔하기까지 했다. 책 마저도 현실을 고스란히 반영해서 이처럼 독립적이고 제 입장을 또박또박 말하는 아이를 양산하겠다는 것인지......



우리가 어린이 연극이나 뮤지컬을 볼 때 어른들의 입장에선 기,승,전,결의 구색이 확실한 짜임새 높은 공연에 높은 점수를 주지만 이상하게도 아이들은 엉성하고 과장이나 허풍이 심한 캐릭터의 등장, 혹은 생활에서 자주 보지 못한 신선한 기구나 소품의 등장에 깔깔대며 좋다고 박수를 친다.



그런 점에서 한 장 한 장을 넘길 때마다 펼쳐지는 색다른 무대 위에 펼쳐지는 이 책의 묘미는 바로 똑같은 이야기를 사람마다 얼마든지 다르게 전개를 하거나(대사 하나를 바꿨을 뿐인데) 결론을 낼 수도 있고 심지어 아이들의 입에서 나오면 아니 될 무시무시한 거친 표현들까지도(네 O을 갈아서 빵을 만들겠다) 허용을 해 놓았다.



또한 책 속의 주인공은 역경은 있으나 끝엔 반드시 행복하게 살았다거나 힘 겨운 싸움의 승자가 되었거나 식의 착한 사람이 이기는 설정에서 한 참을 벗어났다. 아이들이 살아가면서 교활한 여우를 만나거나 변태늑대를 만날 수도 있다는 점을 책에서 알려주고 있다. 그런 점에서 부모세대가 읽고 자란 권선징악적 이야기들과 많은 차이점이 발생하고 있고 아이들에겐 세상의 위험이나 무서움까지도 숨기지 않고 보여주고 있다.



그러나 역시 아이들에게는 웃음을 주는 방식으로 세상의 어두운 면을 살짝 살짝 보여준다는 점에서 작가의 유머감각에 엄지 손가락을 쳐들지 않을 수 없다. 유머감각과 상상력의 결합은 새로운 시도자체보다 이를 통해서 아이들 스스로가 잘 아는 이야기를 제 맘에 들게 고쳐볼 수 있고 심각하거나 쓸쓸한 이야기를 통쾌한 폭소가 터지는 이야기로 만들 수 있다는 점에서 무척 가치가 높은 표본이 되었다. 2권, 3권도 계속 되었으면하고 바란다.어린이 책이 환상과 꿈을 심어주는 동시에 현실에 대한 그림자를 어느 정도 보여준다는 점에서 단순히 웃음으로 끝나버리는 결론보다 한 층 더 깊은 사고를 하도록 인도하기에 그 독특성을 인정하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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