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각대장 존 비룡소의 그림동화 6
존 버닝햄 지음, 박상희 옮김 / 비룡소 / 1999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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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대체 그 동안 무슨 일이 일어났을까 이호백 글 그림을 산 후 얼마나 그 책을 펼쳐볼 때마다 토끼를 손으로 만져보고 그 부드러움이 느껴질 것 같은 착각에 누가보면 이상한(?)행동을 했는 지 지금도 웃음이 난다. 그 만큼 그림이 주는 부드러움과 행복감이 컸다.

그런데 지각대장 존을 읽고서, 아니 보고서 5분도 안 되어 책 상 위에서 무엇인가 열심히 노트에 적고 있던 동생에게 달려갔다. 방해를 하는 것은 무척 미안했지만 나보다 상상력이 풍부하고 유연한 사고를 하는 동생이 뭐라고 할지가 궁금해서 이 책 한 번 읽어보라고 던져 주고 나왔다. 다시 동생의 방 문을 열었을 때 동생은 “뭐, 간단하네! 남의 말을 믿어주지 않는 사람은 결국에는 자신의 진실된 말도 남이 믿어주지 않는다잖아!”  

 

 

정말 그런 것일까 해서 이 번에는 어머니를 찾아 방 문을 열어보니 어머니께서는 라디오에서 흘러나오는 찬송가를 듣고 계셨다. “어머니, 이 그림책 한 번 보실래요? 참 이상해요, 어머니께서 다 읽으신 다음 소감 좀 말씀해 주세요.” 어머니께서는 돋보기를 찾지 않아도 된다는 이점 때문이었을까 아님, 책 표지가 맘에 드셨을까 그 자리에서 커다란 그림책의 하드보드커버를 넘기기 시작하셨다.  

 

 

그런데 어머니의 반응은 책의 첫 장부터 나오기 시작했다. 주인공  존 패트릭 노먼 맥헤너시가 가방을 메고 학교에 가는 길을 표현한 그림을 두고서 평범한 길로 보시는 것이 아니라 찻잔의 일부 같다고 하시는가 하면 초록색 악어가 가방을 물고 늘어지는 그림에서는 “이렇게 큰 도마뱀이 있니?” 라며 아이들 같은 호기심을 나타내시기도 했다. 정말 그렇고 보니 그렇게 밝은 초록색 악어는 여태까지 한 번도 본 기억이 없는 것 같다. 악어라기보다는 동남아시아 여행을 갔을 때 본 재빠르고 귀여운 도마뱀에 가까웠다.  

 

 

나는 너무나 빠르게 책의 주제를 찾아낸 동생보다는 정형화된 틀에 갇히지 않고 엉뚱한 생각을 많이 하며 오솔길을 찻잔의 테두리로, 악어를 도마뱀으로 존 패트릭 노먼 맥헤너시를 야단치는 선생을 괴물로 보는 어머니와 함께 그림책을 한 장 한 장 같이 보며 이야기하는 쪽이 훨씬 재미있었다. 특히 사자가 나오는 장면에서는 두 장에 걸쳐 크게 그려진 사자의 표정을 보시더니 ' 친절한 사자'라는 별명까지 붙여주셨다. 

믿음이 없는 시대를 산다는 것은 당해보지 않은 사람들은 모른다. 특히 실제로 의심의 장벽에 가로막혀 믿지 않는 것이 아니라 어른의 경우는 무슨 이유에서 그런지는 사람마다 다르긴 하지만 '무조건 믿지않는다' 라고 일부러 믿지 않는 척 한다.   

 

이 불신이야말로 어린 아이이건 어른이건 그 자존감에 심각한 상처를 주는 '폭력'임을 인식하지 못한 채 재미로, 군림하기 위해 불신을 한다. 마지막에 선생의 이빨이 더욱 사납고 무섭게 그려져 있고 그 검은 몸뚱이는 더욱 부풀어 오른 모습에서 '마귀'라고 별명을 지으신 어머니께서는 일부러 알면서도 어린 시절 나의 거짓말에도 속아주실 만큼 너그러우셨다. 지금 그 어머니의 나이가 된 나는 과연 속아주면서도 아이의 말을 믿어주는 성숙함이 있는 사람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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