낯선 여행길에서 우연히 만난다면 - 오래된 여행자 이지상 산문집
이지상 글.사진 / 중앙books(중앙북스) / 2007년 11월
평점 :
구판절판


Life is a journey! 인생을  여행이라고 처음으로 정의한  사람이 누구였는 지는 모르겠지만 100% 공감이 가는 말이다. 여행안내책자는 많이 보았지만 20여 년간 여행을 다닌 전문여행자의 산문집은 처음 접해보았다. 그래서였을까? 손에 들고 다닐 수 있는 자그마한 크기에 책을 펼치자 두어 장 넘겨 이국적이며 사람냄새 확 풍기는 큼직하고 생생한 사진들...

내 관심은 인쇄된 활자보다 남인도 해변, 일본, 통곡의 벽 등 tv에서 아주 빠르게 잠깐 잠깐 보아서 감질나던 그 이국적이고 신선한 향이 가득한 사진들에게 가서 꽂혔다. 그리고선 책이 어찌나 예쁘고 아기자기하게 디자인 되었던지 사진들만 보고 난 후 동생에게 이렇게 이야기했다." 너 크리스마스 선물 줄 친구 있으면 이 책 사서 선물하면 좋겠다. 아마 안목있는 친구들이라면 좋아할껄?"

선물로 주기 좋은 책...그렇다! 우선 많이 예쁘다. 속을 보면 선명한 풀색 색상지가 두어 페이지 나온 후 고산지대의 철로를 배경으로 찍은 사진에 타자기로 인쇄한 듯한 고전적인 활자로 문을 여는 이 책을 손에 들자마자 기대감과 설레임으로 마음 문이 활짝 열렸기 때문이다.

사진을 대충 훑어 본 후 본격적으로 내용을 찾아 떠나는 것도 매우 즐거웠다. 처음엔 여행 정보를 폭 넓게 읽는 다는 생각으로 시작했으나 읽을수록 온갖 치장으로 화려하고 달디달게 크림을 입힌 한 조각 케이크를 먹는 느낌이 아니라 일상적으로 아무 것도 바르지 않아도 짭짤하면서 씹을수록 고소하고 속이 든든한 베이글을 베어 먹는 기분이 들었다.

휴가를 보내기 위한 단기여행, 즐기고 먹고 쉬고 관광하고 쇼핑하는 것이 여행의 전부라고 생각했던 나에게는 세상 반대 편의 오래된 골목구석으로 가서 그 곳에서 게으르다 싶을 정도로 한가롭게 거닐며 마주치는 사람들과 인사를 나누라고 권하고 있었다. 세상을 여행한다는 것, 특히 장기여행에 대해 이 책을 통해 처음 접하게 된 셈이었다. 여행을 떠나야할 지, 현실에 머물러야할 지에 대해서도 생각해 보게 해 주었다. 무엇보다 돈을 모아야지만 여행다운 여행을 할 수 있다는 '착각'에서 벗어날 수 있게 내 시력을 교정해주었다.

사람의 관점이라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가! 이지상씨는 현실의 고단함과 피로감을 외지에 나가 확 풀어버리고 온다는 보통의 한국사람이 갖고 있는 여행목적이 얼마나 피상적인 지를 자신이 그 동안 여행하면서 만난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 함께 나누며 깨달은 점, 이질적인 환경, 음식, 문화에 대해 적응하느라 흘린 눈물 등을 통해 분명하고도 명확하게 깨닫게 해 주고 있다.

대신 한 나라의 문화를 오직 경제적 수준으로만 평가하는 얄팍하고 저속한 시각을 벗어버리고 다소 어색하고 불편한 그 삶 내면에서 경험할 수 있는 진정 소중한 인내, 감사,희망, 사유할 수 있는 시간 등을 찾아내어 내 안에 넣는 길을 알려주고 있다.

여행산문집을 읽는다는 것, 매우 신선하고 특별하고 신기한 것 대신 보통사람의 땀과 삶이 묻어있으며 매 순간 호기심과 얽매이지 않을 수 있는 자유를 숭상하는 놀라운 기운을 느낄 수 있어서 더욱 소중한 시간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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