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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 캐러멜! ㅣ 중학년을 위한 한뼘도서관 3
곤살로 모우레 지음, 배상희 옮김 / 주니어김영사 / 2006년 8월
평점 :
"이거 몇 근이나 나가겠어?"
" 4 키로짜리는 되겠는데!"
"근데 왜 하필 검은털이야! 흰 털이면 좋은데..."
지난 번 마트에 갔다가 잠깐 화장실에 가느라 휴게실 옆
카트에 놓고 간 강아지 메기를 둥그렇게 둘러싸고
초등학생 몇 명과 그 엄마들이 하는 얘기였다.
내가 다가가자 말도 못하는 어린 것이 내게 오려고 앞 발을 들어 나에게 안기려했고
그 눈빛, 지금도 또렷이 기억하는 그 눈빛에는 "누나, 어디 갔다 오는 거야, 나 너무 무서웠어!"
" 다시는 나 혼자 있게 버려두지 말아줘" 라고 겁에 질린 어린아기가 호소하듯 아파서 끙끙댔다.
구원의 손길을 기다리던 그 어린 동물을 황급히 안아올리자 그 때서야 그 동안 당했던
것에 대해 항의라도 하듯 하늘에 호소라도 하듯 마트의 높은 천장이 울리도록 '컹컹' 짖어댔다.
인간과 동물의 소통,
그것도 말을 하지도 듣지도 못하는 장애를 가진 소년과 생각이라곤 도무지 없어보여서
얕잡아보기 딱 좋은 사막의 천하태평꾼 낙타와의 소중하고 특별한 사랑의 대화를 주제로 쓴
이 책을 대했을 때 동물이라면 으레껏 몇 근 짜리 고깃덩이로만 여기는
우리 문화권에서는 접해보지 못한 신선하고 놀라운 일이 펼쳐질 것 같은 예감이 찾아왔다.
특히 이야기 어느 곳에서도 대중의 인기를 얻고자 작위적이고 자극적인 부분이 없이
풀이나 되새김질하며 시간을 때우겠거니 생각되는 아기낙타의 입에서 인간들이
미처 생각지도 못한 투명하고 아름다운 시어들이 흘러나오고 있었다니 무척 감동을
받았다. 그리고 먹고 사는 일에 바빠서 매일 낙타우리를 지나치는 평범한 사람들에게는
들리지 않는 그 시가 한 소년, 세상의 소리로부터 단절되어 늘 혼자서 적막하게 사는
코리에게만 들리는 것도 예사롭지 않았다.
단순히 동물을 친구삼아 지내는 외로운 소년의 이야기가 아니라
소중한 생명을 그 가치로 대하며 사랑할 줄 알았던 귀머거리 소년에게만
들렸던 그 아름답고 맑은 시는 이 세상의 모든 생명체가 지금도 우리 모두에게
주고 있는 선물이 아닐까 생각한다.
가장 기억에 남는 한 장의 그림은 아흐메드 삼촌의 턱수염에 묻혀서 우는 코리의 뒷모습이
아니라 바로 크고 검은 눈의 케러멜의 굵고 긴 목을 두 팔로 꼬옥 끌어안고 깊은 평안과
행복에 빠진 코리의 모습이다. 한데 코리의 눈은 감겨있지만 얼마나 이 동물을 통해
마음의 위로와 기쁨을 얻고 있는 지 그 생생함과 깊이가 내게도 전해진다
사람으로 태어나서 아이에서 어른으로 성장하는 동안 우리는 많은 이들을 만나고
여러 교육을 받게 된다. 성장기 어린아이의 키와 몸무게가 하루가 다르게 눈에 띌 만큼
자라지만 그 아이의 내면에 나와 다른 사람을 존중하고 더 나아가 생명을 가진 모든 존재에
대한 사랑과 관심을 갖게 해 주는 것은 결코 우리 욕심처럼 빨리 되지 않는다.
그런 면에서 빠른 기술력과 풍부한 물질적 혜택을 받으며 자라는 우리 아이들에게
눈에 보이고 귀에 들리는 세상이 전부가 아니라 그 너머에 있는
보이지 않으나 들리지 않지만 가슴으로 느낄 수 있고 체온으로 그 따스함을
경험할 수 있는 진정한 세상으로 들어가는 작은 문이라고 확신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