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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쿄 타워
에쿠니 가오리 지음, 신유희 옮김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20년 3월
평점 :
절판


도쿄타워는
2000년대 초반 출간되었던 소설이다.
정확히
기억을 하는 이유는 대학을 갓 신입생이었고 아직 학과 친구들과 친해지기 전,
내가 좋아하는
책이 가득한 도서관의 일본소설 책장에서 이 책을 처음 만났기 때문이다.
낯선 대학교
환경에 새 학기라 인적이 없는 고요한 도서관. 도서관 너머로 보이는 유리창 앞에
흩날리던
벛꽃들.
잊을 수가
없는 풍경이다. 나는 젊었고 마음은 벚꽃어럼 살랑거렸으며 내 손에는 에쿠니가오리의 도쿄타워가 들려있었다.
처음 만나본
그녀의 소설은 몽롱한 느낌어었다. 학창시절에도 소설을 참 좋아했기에 남들보다 적게 읽진 않았다.
그랬기에
한국소설에서 풍겨오는 문체와 분위기, 느낌은 익히 알고 있었는데 처음 접한 이 일본소설은 뭔가 달랐다.
당시의
흩날렸던 내 마음이 그랬을 수도 있겠지만 오묘하고 몽롱한 그러나 현실적인 그녀의 소설에 순간 훅 빠지게 되었던 것이다.
도쿄타워를
시작으로 에쿠니가오리 작가와 그녀가 집필한 소설에 대하여 탐닉을 하기 시작하였다.
영화로도
제작되어 화제가 되었던 냉정과 열정사이를 시작으로 새로 출간될 적 마다 아르바이트로 번 용돈을 탈탈털어 그녀의 소설을 읽는 것이 생활이 되었다.
벌써 15년전이라니. 이렇게 시간이 빠를수가.
그녀의
리에디션된 소담출판사의 ‘도쿄타워’를 보고 있으니 옛날 생각이
새록새록 났다.
그리운
그시절. 그녀의 소설에 빠져서
주변 친구들에게도 직접 책을 사서 보내줬던 기억이 안다.
에쿠니가오리의
소설 도쿄타워의 내용은 남녀의 사랑 이야기다. 하지만 단순한 남녀의 사랑이야기는 아니다.
도쿄타워는 당시의 나처럼 막 스무 살이 된 남자와 그에게 찾아온 연상의 연인들과의 사랑 이야기를
담았다.
단 한줄로 요약된 문장만 보아도 결코 정상적인 사랑이야기는
아니라는 느낌이 든다.
이러한 정상적이지 않은 사랑이야기도 에쿠니가오리가 살을 덧대고 영혼을 불어넣는 즉시 멋진 소설 한편이
되는 마법이 도쿄타워에도 적용되는 것이다.
에쿠니 가오리가 쓴 소설 집필 이후의 비하인드 스토리를 본적이 있다.
왜 책의 제목과 나오는 장소가 도쿄타워인지 물어보는 인터뷰어의 질문에 ‘지켜봐 주는’ 장소의 이야기를 쓰고 싶었다며, 특유의 감각적인 묘사로 도쿄에 사는 스무 살 남자 아이들의 사랑을 잔잔하게 그려내고자 한것이다.
이 책에 대하여 검색을 해보니 정확히 2005년 국내에
출간됨과 동시에 베스트셀러에 이름을 올리며 100만 부 이상 판매되었다고 한다.
당시의 에쿠니 가오리의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열광했을지 짐작되는 대목이다.
앞서 말한 대로 에쿠니가오리의 소설에는 정상적인 유형의 사랑이야기는 나오지 않는다.
예를 들자면, 헤어진 남자친구의 연인과의 동거라든지, 부인이 있는 남자를 사랑하는 불륜이라든지, 모두 특이하고 불완전해
보이는 사랑뿐이지만, 등장인물들은 결코 고통스럽거나 비관적인 모습이 아니다.
그들은 그 상황을 너무나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고 일상의 한 부분으로 받아들이고 있는 것이다.
아마도 많은 사람들이 현실적으로는 인정받기 어려운 그 사랑방식에 그녀의 소설을 통하여 일종의 대리만족을
얻은 것이 아닌지에 대한 생각도 하였다.
도쿄타워의 메인 이야기로 마흔 살 여자와 스무 살 남자의 만남을 그리며 또 한 번 평범하지 않은
사랑의 모습을 보여준다.
그러나 그 안에서 펼쳐지는 사랑의 풍경들은 우리가 겪는 그것과 별반 다르지 않다는 것이 핵심이다.
소설에 등장하는 두 남자가 있다.
이름은 토오루와 코우지로 모두 40대 연상의 여인을 사랑한다는
공통점을 가지고 있지만, 그 관계는 상반되게 다르다.
토오루는 하루 종일 그녀를 생각하고, 그녀의 전화를 기다리며, 그녀와 '함께 살기' 혹은 '함께 살아가기'에 대해 고민한다.
집착 아닌 집착을 하는 것이다.
반면 코우지는 정반대의 사랑방식을 취하고 있다.
귀여운 또래 여자친구와 데이트하면서 틈틈히 연상의 여인인
키미코와 만나는 관계를 유지하는 것이다.
토오루는 '함께 살지 않으면서도 함께 살아갈 수 있는
방법'을 찾으려 하고 언제든지 버리는건 내쪽이다라는 일종의 우월감을 가지고 있다.
일종의 스포일러가 될 것 같아서 이 소설의 결론은 이야기 하지 않겠다.
하지만 파격적인 이 소설의 주제대로 예기치 않은 놀라운 결과로 이 소설은 마무리된다.
이 도쿄타워는 에쿠니가오리가 쓴 소설중에서 굉장히 두께가 있는 편이다. 하지만 결코 지루하지 않다.
15년이
흐른 지금 다시 읽어보아도 결코 지루하거나 유치하지 않다는 점이 놀랍다.
처음 읽은 소설처럼 신선하고 놀라우며 굉장히 분위기 있다. 여운이
오래간다는 의미이다.
다시 한번 이 소설을 만나게 되어 너무 기분이 좋다. 한
작가의 소설이 리에디션 되었다는 건
그만큼 꾸준히 독자들에게 사랑을 받고 있다는 증거라고 생각한다.
이번 주말은 그녀의 다른 소설과 함께 지낼 예정이다. 도쿄타워이라는
소설을 계기로 다시 한번 15년 전 느꼈던 20대 풋풋한
시절로 돌아가보려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