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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아이들 무기력의 비밀 - 우리 아이들의 의욕과 활기는 왜 사라졌을까
김현수 지음 / 해냄 / 2025년 8월
평점 :
* 출판사에서 도서를 지원받아 주관적인 내용으로 작성하였습니다

주변에서 아이들과 청소년들이 겪는 “아무것도 하기 싫다”라는 말이 농담처럼 오가지만, 그 속에 담긴 공허함과 절망은 결코 가볍지 않다는 것을 느껴왔습니다.
팬데믹 이후 더욱 늘어난 청소년들의 우울과 아무것도 하기 싫은 것은 단지 ‘요즘 애들이 게으르다’라는 말로 치부할 수 없다는 점에서 제 마음을 무겁게 했습니다.
이 책은 아이들의 아무것도 하기 싫은 것이 게으름이 아니라 탈진과 비명이라는 사실을 짚어주었습니다.
아이들의 아무것도 하기 싫은 것을 이해하는 것은 부모만의 과제가 아니라 사회 전체의 책임이라는 점에서 생각할 거리를 충분히 안겨주었어요.

책을 보며
인상 깊었던 부분은 저자가 아이들의 아무것도 하기 싫은 것을 “게으름이 아니라 탈진과 비명”이라고 정의한 대목이었습니다.
이 짧은 문장이 제 마음에 큰 울림을 주었는데, 단순한 의지 부족으로 여겨왔던 저의 시선을 바꿔주었기 때문입니다.
‘아무것도 하고 싶지 않다’는 말 속에는 이미 오래전부터 누적된 피로와 좌절이 숨어 있었던 것입니다.
저자는 그것을 꾸짖어서 고칠 수 없다고 단언하며, 아이들에게는 오히려 에너지를 공급해야 한다고 말합니다.
저는 이 부분을 읽으며 겪는 사람이 꼭 아이들만이 아니라는 사실을 떠올렸습니다.
직장 생활이나 사회 속에서 지쳐버린 어른들 역시 비슷한 상태에 빠지곤 하지요. 그렇다면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왜 힘을 내지 않느냐”는 꾸짖음이 아니라 “당신은 충분히 힘들었구나”라는 인정과 따뜻한 공감이 아닐까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저자는 요즘 아이들을 아무것도 하기 싫은 것을 만드는 요인으로 코로나 팬데믹, 소셜 미디어, 인공지능과 같은 사회 구조적 변화를 꼽습니다.
팬데믹은 단순히 몇 년간의 불편함이 아니라, 청소년 세대에게는 사회적 관계의 단절과 미래에 대한 불신을 심어주었다고 말합니다.
저는 이 부분을 읽으며 제 주변에서 온라인 수업만 하다 보니 또래와의 관계를 이어가지 못하고, 대학에 가서도 친구 사귀기가 어렵다는 후배들의 이야기가 떠올랐습니다.
마스크 속에 갇힌 채 표현하지 못한 감정들, 인스타그램 속 화려한 비교 문화, 앞으로 인공지능이 일자리를 빼앗을지도 모른다는 불안감까지, 저 역시 어른으로서 이런 세상 속에서 살아간다면 과연 버틸 수 있을까 싶었습니다.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사회가 만들어낸 결과라는 저자의 말에 깊이 공감하게 되었어요.
혹시 SNS를 하면서 ‘나만 뒤처진 것 같다’는 감정을 느껴본 적 있으신가요? 그런 감정이 쌓이고 반복되면 우리 역시 늪에 빠질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책에서 마음에 남았던 것은 ‘관계론적 관점’과 ‘역설적 관점’이었습니다.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부모와 아이, 어른과 사회의 관계 속에서 발생한다는 설명은 저에게 신선하게 다가왔습니다.
아이들이 때로는 아무것도 하기 싫게 지내는 것이 부모에게 해줄 수 있는 최선의 협력이라고 말한다는 부분은 씁쓸하면서도 현실적인 통찰이었어요.
저는 이 대목을 읽으며 어른들이 아이들을 무력하게 만드는 시스템을 방치하거나 외면한다는 사실에 큰 책임감을 느꼈습니다.
어쩌면 이것은 아이들만의 문제가 아니라, 우리 모두가 공유하는 시대적 증상일지도 모릅니다.
이 책은 그런 점에서 아이들의 문제를 넘어, 지금 이 시대를 살아가는 모두의 문제로 확장해 사고하게 만들었습니다.
무력이라는 감정을 조금 다르게 바라보게 되었습니다. 제 자신이 무력에 빠졌던 경험은 많았거든요. 일이 잘 풀리지 않거나 노력한 만큼 성과가 보이지 않을 때, ‘나는 쓸모없는 사람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곤 했습니다.

저자는 무력한 아이들에게 필요한 것이 꾸짖음이나 다그침이 아니라 “존중과 환대, 작은 성취 경험”이라고 강조합니다.
저는 이 부분을 제 삶에 그대로 적용해 보았습니다. 거창한 목표 대신 작은 일 하나를 해내는 것,
예를 들어 하루에 글 한 문단이라도 쓰거나, 오랜만에 운동화를 신고 집 앞을 걷는 것만으로도 무력에서 벗어나는 작은 숨통이 트이더라고요.
아이들에게 필요한 마음 심폐소생술은 어른인 우리에게도 똑같이 필요한 회복의 과정임을 절실히 느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