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젊은 베르테르의 슬픔
요한 볼프강 폰 괴테 지음, 랭브릿지 옮김 / 리프레시 / 2025년 11월
평점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선택한 이유
책을 집어 들었을 때, 마음 한쪽이 묘하게 저릿했습니다. 젊은 날의 사랑이란 대체 왜 그렇게 아프고, 또 왜 그토록 황홀한 걸까요.
베르테르의 절절한 감정이 내 이야기처럼 느껴지고, 그가 느꼈던 고독과 열정이 한꺼번에 밀려옵니다. 사랑에 흔들리고, 감정의 소용돌이 속에서 방향을 잃곤 합니다. 이 소설은 묻습니다. “당신은 이성을 따를 건가요, 아니면 마음이 시키는 대로 살 건가요?”
이 책은 비극적인 사랑 이야기가 아니라, 감정에 휘둘리는 인간의 본질을 해부한 기록이에요. 사랑이 구원이자 파멸이 될 수 있다는 역설은 지금도 여전히 유효한 이야기입니다.
이 책은 감정의 끝에서 얼마나 연약하고도 용기 있는 존재인지를 보여줍니다.

책을 보며
이 책의 핵심은 감성과 이성의 대립입니다. 베르테르는 모든 것을 감정으로 느끼고 판단하는 인물이에요. 그는 사회의 규범보다 자신의 마음이 옳다고 믿으며, 그 믿음이 그를 파멸로 이끕니다.
반면 알베르트는 냉정하고 합리적인 인물로, 감정보다는 책임을 중시합니다. 괴테는 두 인물을 통해 묻습니다. “진심만으로 살아가는 것이 과연 옳은가?” 이 질문은 지금의 우리에게도 여전히 남아 있는 숙제입니다.
인상 깊게 읽은 문장은 바로 이 부분이었습니다. “자살한 사람을 겁쟁이라 부르는 것은, 악성 열병에 걸려 목숨을 잃은 이를 겁쟁이라 부르는 것과 다르지 않습니다.” 베르테르의 고백 속에는 도덕이나 체면보다 인간의 고통에 대한 절실한 이해가 담겨 있습니다.
그는 ‘감정이란 인간의 불가피한 숙명’임을 몸으로 증명한 인물이죠.
기쁨과 분노, 사랑과 외로움까지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지 못하고 숨길 때가 많습니다. 나 역시 그의 편지를 읽으며 ‘나는 내 감정을 얼마나 솔직히 바라보고 있나’라는 질문을 스스로에게 던졌습니다.

이 작품의 또 다른 핵심은 ‘자연’에 대한 베르테르의 인식 변화예요. 처음의 그는 자연 속에서 신의 존재와 생명의 찬란함을 느끼며 위안을 얻습니다.
“나는 흐르는 시냇가 옆에 있는 높은 풀 사이에 몸을 눕힌다. 인간을 자신의 모습으로 빚으신 전능하신 분의 현존을 느낀다.”라는 대목에서 그의 마음은 순수하고, 세상은 아름다움으로 가득 차 있습니다.
사랑이 절망으로 바뀌는 순간, 자연은 더 이상 위로가 아닌 절망의 거울이 됩니다. 그는 “무한한 생명의 무대는 이제 영원히 열려 있는 무덤의 심연으로 바뀌어 버렸다.”라고 말하죠. 같은 자연이지만, 마음의 빛이 달라지면 세상도 전혀 다르게 보이는 겁니다.
이 대목을 읽으며 문득 일상의 장면들이 떠올랐습니다. 같은 풍경도 마음이 편할 때는 햇살이 따뜻하게 느껴지지만, 지칠 때는 그 빛마저 부담스러울 때가 있죠.
세상을 바꾸는 건 외부가 아니라 ‘나의 내면’입니다. 베르테르의 시선이 변한 건 사랑이 끝나서가 아니라, 자신을 지탱하던 감정의 중심이 무너졌기 때문이에요.

괴테는 조용히 묻습니다. “당신은 지금 무엇을 통해 세상을 보고 있나요?”
이 질문은 삶의 태도에 관한 이야기입니다. 감정은 세상을 해석하는 언어이자 필터입니다. 그렇다면 내가 우울할 때 세상은 우울하고, 내가 사랑할 때 세상은 사랑스럽겠죠.
괴테의 통찰은 인간의 본질에 닿아 있습니다. 그는 사랑을 감정의 폭발로만 보지 않았어요. 사랑은 인간을 구원하지만 동시에 파멸시킬 수도 있다는, 그 이중성을 집요하게 탐구했습니다.
한 사람의 비극이 아니라, 인간이 감정과 이성 사이에서 어떻게 균형을 잃고 흔들리는지를 보여주는 실험처럼 느껴집니다.
베르테르처럼 감정에 휩쓸리지 않으려면, 먼저 자신의 감정을 인정해야 한다는 걸 깨달았습니다. 억누른다고 사라지는 게 아니라, 직면해야 비로소 통제할 수 있으니까요.
이 책을 통해 ‘감정을 표현하는 일은 약함이 아니라 용기’라는 사실을 배웠습니다.
힘든 날이 오면 자연 속을 걷습니다. 베르테르가 그랬듯, 나무와 하늘, 바람 속에서 마음의 파동을 느끼며 스스로를 달래요. 그렇게 걷다 보면 내 감정의 결이 조금씩 가라앉고, 세상이 다시 온전히 보입니다.

마무리
베르테르의 이야기는 감정에만 휩쓸리면 파멸이지만, 감정을 부정하면 삶이 메말라버린다는 사실을 알려줘요. 괴테는 감정과 이성의 조화 속에서 비로소 인간이 완성된다고 말합니다.
괴테는 베르테르의 비극을 통해 내면에 있는 사랑의 그림자를 보여줍니다. 그 그림자마저 인정할 때, 조금 더 단단해질 수 있습니다.
사랑이든 슬픔이든, 그 감정이 진심에서 비롯된 것이라면 그것이 바로 삶의 증거입니다.